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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대담 - 탈레반, 석불파괴 대응방안 없나

기자명 채한기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유엔, 인류문화 보존법 제정 나서야”

혜자 스님〈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김경재 목사〈크리스챤 아카데미 원장〉



전세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탈레반 정권은 불상 파괴를 중지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정치가 종교를 이용할 경우 어떤 파문이 오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혜자 스님과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김경재 목사의 대담을 통해 이번 사건의 문제점과 대응책, 그리고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알아보았다.



혜자 스님 - 아프가니스탄의 석불 파괴 보도를 접하고 불자 한 사람으로서, 수행자로서 형언 할 수 없는 비애감과 아쉬움이 교차했습니다. 바미얀 석불은 아프가니스탄 불교 문화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모든 불상을 파괴하려는 탈레반 정권의 행각은 분명 반인류적인 만행이라 단정할 수 있습니다.



김경재 원장 - 스님께서 말하신 대로 도대체 한 국가의 정권이 21세기 백주 대낮에 인류 양심과 지성이 이해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만행이 아니라 그것은 광기라고 생각합니다.



혜자 스님 - 탈레반 정권은 바미얀 대불을 종교 우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겐 돌조각에 지나지 않는지 몰라도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불자들에게는 참으로 신성한 예배의 대상인 것입니다.



김경재 원장 - 불자들에게는 예배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저와 같은 사람 즉 종교가 다른 사람이나 무종교인에게도 바미얀 대불은 특별한 것이지요. 선조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조성해 놓은 유산은 종교적 성격을 띠었든 안 띠었든 얼이 배여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러한 문화는 우리 세대 뿐 아니라 다음세대에게도 물려 주어야 할 것입니다. 바미얀에 있는 문화재라고 해서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혜자 스님 - 이번 사건은 문화유산에 대한 몰이해도 원인이 있지만 정치 역학 구도 속에서 나왔다는 점도 상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회교는 결코 폭력적이거나 배타적인 종교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종교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정권유지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의 대중과 세계인의 눈길을 돌리려 하는 것이라 봅니다. 즉 탈레반 정권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후 정치 경제적 합의점을 도출해 국익을 챙기려는 속셈이 아닌가 합니다.



김경재 원장 - 그렇습니다. 이번 사건은 두 가지로 나눠 보아야 합니다. 종교와 종교간의 몰이해, 독단 등의 어리석음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는 종교적 측면과 이에 못지 않게 종교적 유산인 불상, 넓은 의미에서의 중요한 종교 상징물을 파괴하고도 눈도 깜짝 않는 정치적 광기를 파헤쳐야 합니다. 종교를 이용해 정치 세력들이 권력을 지속하고 자국 내에서 생겨나는 비난에 대해 관심을 돌리는 방편으로 대중의 종교적 충성심에 불지르는 정치 음모에 대해서도 꿰뚫어 보아야 합니다.



혜자 스님 - 어느 종교든 자비와 사랑, 그리고 평화를 강조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종교 지도자나 정치 지도자의 오판이 얼마나 큰 파문을 몰고 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봅니다. 지도자의 종교적 성향이 올곧다면 이런 만행은 저질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행각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사람을 과연 우리는 지도자라 말할 수 있을까요.



김경재 원장 - 종교지도자가 불상 파괴를 암시하거나 지시하고 혹은 합리화한다고 한다면 그는 종교지도자라고 볼 수 없습니다. 단언컨대 아프가니스탄에도 문화, 종교, 예술이 있는데 아무리 이슬람 국가라고 하더라도 진정한 지도자들은 이 사건에 대해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반대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광기적 사이비 종교일 뿐입니다. 탈레반의 무력 행위에 아프가니스탄의 최고 종교지도자가 이를 용인하거나, 교사했다면 진정한 이슬람 신앙의 근본에 위배하는 것이고 그것은 본연의 가르침이 아닌 것입니다. 주변 이슬람 국가에서도 반대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혜자 스님 - 아프가니스탄의 만행을 중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해결 방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탈레반의 이번 행각을 국제 범죄로 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일이 터진 뒤에는 별 소용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유엔에 모인 각국이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 이 에 해당하는 응분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수반되어야만 한다고 봅니다.



김경재 원장 - 탈레반 정권에 대한 사회, 정치, 경제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여러 국가에서 사회, 정치 지도자들이 생명이나 문화에 대한 인류의 유산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국가 사회를 통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건을 두고 국가 내 내정간섭이라는 명목으로 방치하는 것은 18, 19세기로 족합니다. 세월을 거듭하면 특정 지역을 통치, 관리하는 주류 문명과 종교는 바뀔 수 있는데 그 때마다 파괴하면 인류에겐 무엇이 남겠습니까. 아프가니스탄에 석불이 있음으로 해서 이슬람 신앙의 진실성을 훼손시킨다든지, 국가가 원리주의 통치에 이념적 통합성을 이루는데 방해가 돼서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혜자 스님 - 다종교 국가인 우리 나라는 이 사건을 계기로 종교간 화합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합니다. 타종교인에 의해 벌어지는 훼불 사건은 아직도 그칠 줄 모르고 있습니다. 내 종교가 중요하듯 상대방의 종교도 중요하다는 점만 인식해도 훼불 사건은 발생하지 않을 것인데 아직도 우리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김경재 원장 - 다른 종교의 상징물을 부수라고 가르치는 종교는 없습니다. 근본주의적 극단주의자들이 그렇게 합니다만 이는 인류와 종파를 넘어서 공동 대처해야 할 일입니다. 종교의 자유라고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종교를 파괴하는 행위는 자유가 아닌 폭력이고 종교의 자유를 남용하는 행위입니다. 종교, 일반 사회, 언론 어디든 간에 일부 기독교도의 광신적 훼불 사건에 준엄하게 비판해야 하고 사회 전체 공론을 들어 함께 한 목소리로 응징해야 합니다. 그러나 훼불을 일으키는 광신도들은 전체 종교인 중 1%도 안 됩니다.



혜자 스님 - 그래도 우리는 희망이 있습니다. 종교간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습니까. 종교 지도자들이 화합을 위한 손을 자주 잡는다면 다종교 국가라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김경재 원장 -스님 말씀대로 어렵지만 기본적인 것만 갖추면 됩니다. 하나는 종교인이라 하면 종교에서 말하는 진리와 보람있는 삶을 살고 다른 사람의 종교도 귀하다는 존경의 마음을 가질 것, 둘째는 종교는 다르지만 생명을 살리고 밝은 광명천지를 만드는데 협동 하자는데 동의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다 잘 될 것으로 봅니다.



혜자 스님 -세계의 양식있는 국제기구와 정치 지도자들이 인류문화를 사랑하고 인류의 평화를 구현하는 이상 실현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염원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에게 전달되기 바랍니다. 파괴는 또 다른 파괴를 낳고 평화는 평화를 낳는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김경재 원장 -그렇습니다. 평화를 갈구하는 세계인의 목소리를 탈레반 정부가 귀담아 듣고 하루빨리 광기의 만행을 중지하기 기원합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인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인식하기 기원합니다.



사회·정리=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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