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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머리말 〈하〉

기자명 법보신문

일을 진실하게 하는 것은 모두 염불
자력·타력 다투는 것은 과정의 현상

잇펜(一遍, 1239~1289) 스님은 “염불이 염불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실로 금쪽같은 말씀이다. 인간은 어떤 일을 해도 좋지만, “일이 일을 한다”는 경지까지 이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결국 염불의 지극한 경지라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일을 진실하게 하는 것이 모두 염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비의(秘義)를 가장 단순하고 쉽게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칭명의 한 길[一道]이다. 그렇기에 칭명에 철저한 것이 인생에 철저한 까닭이 된다. 특히 이것이 범부에게 주어진 유일한 길이라는 것은, 모든 성스러운 스님들이 몸소 맛보았으며 모든 묘코닌들이 목숨을 걸고 보여주신 사실이다. 이 사실 앞에서는 누구라도 경건한 마음을 더욱 깊이 해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 보잘 것 없는 책은, 다음에 나오는 ‘취지’에서 밝히는 것처럼, 세 가지 소망으로 저술되었다. 첫 번째는 어느 정도라도 지식이나 교양이 있는 젊은이들―아마 ‘나무아미타불’이라는 말로부터 가장 인연이 먼 사람들―에게 육자의 의미를 잘 알리고자 붓을 들게 되었다. 그렇기에 이 한권의 책은 어떤 전문적인 종학자(宗學者)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쓴 책이 아니다.


두 번째는 일본의 정토사상에 마음을 쏟는 분들이 잇펜 스님의 역사적 위치를 좀 더 자세히 알아주었으면 해서이
다. 지금까지의 저자들은 호넨(法然, 1133~1212)스님에서 신란(親鸞, 1173~1262) 스님에 이르는 전개를 설하는 것으로 끝내고 있다. 하지만 염불의 사상은 잇펜 스님을 이해해야만 그 완성을 이룬다고 나는 생각한다.


실은 많은 종학자들이 이 점을 눈치 채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종파에 얽매어 있는 탓인지 발언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것이 시종(時宗)의 사람들로부터 일어나지 않은 까닭은 오늘날 종풍(宗風)이 쇠퇴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또한 스님의 가르침이 육자에 대해 많이 말하는 것을 삼갔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기에 “나의 교화는 일생에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는 고고함이, 가까이 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이 염원하는 한 가지는 빛을 보지 못한 스님에게 올바른 역사적 위치를 찾아드리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의 정토교는 이러한 성인들에 의해서 마침내 그 대가람이 세워졌던 것이다.


세 번째 목적은 타력문(他力門)과 자력문(自力門)의 접촉에 관한 문제이다. 지금까지는 각각의 입장에서 서로의 우위를 주장했지만, 그것은 상하의 차별이 아니라 좌우의 차별이며, 게다가 끝까지 올라가면 산의 정상에서 서로 만난다. 이것은 결코 처음부터 개념적으로 자력과 타력이 둘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해서 양자를 타협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의 길이라도 그것을 철저히 함에 의하여 오히려 하나로 묶인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싶은 것이다.


▲야나기 무네요시
정토 계통에서 이 진리를 무엇보다 여실히 보여주는 사람이야말로 잇펜 스님이다. 자력과 타력이 서로 다투는 것은 아직 발걸음이 길 위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운명적으로 양 길의 어느 쪽을 선택해야만 한다. 그저 그 길을 끝까지 가는 것만이 자타의 대립을 없애준다. 나는 여기에서 진리에 깃들어 있는 참다운 묘미를 느낀다.


일본불교사연구소 번역


*시종 : 잇펜스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제자들이 형성한 일본의 염불종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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