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문화·생명·나눔·평화.
조계종이 선언한 5대 결사운동의 ‘푯말’이다. 우리 시대가 풀어야 할 과제를 꿰뚫고 있다. 종단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최근 조계종 직할교구는 회의를 열고 오는 3월11일 사부대중이 참석하는 대규모 결의 대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민족문화수호위원회도 구성했다. 교구종회 자승 의장은 회의 들머리에 “국민과 함께하는 불교를 표방하기 위해 자성과 쇄신을 통해 5대 결사를 추진해 나가기로 결의했다”고 밝히며 “5대 결사는 대외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불사가 아니라 우리 내부의 변화를 통해 국민과 사회와 함께하는 불교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신도회도 민족문화수호를 위한 실천위원회를 꾸리며 ‘자각자구(自覺自求)’를 기치로 내걸고 모금운동에 나섰다. 조계종의 자성과 쇄신 움직임이 곰비임비 이어지는 모습은 반갑고 뜻 깊은 일이다.
조계종이 내 건 5대결사의 원만한 구현은 비단 사부대중의 염원만이 아닐 성싶다.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가치 아닐까.
바로 그래서다. 5대 결사운동을 어떻게 벌여나갈 것인가에 대해 열린 논의가 필요하다. 그 연장선에서 5대 결사가 외부를 향한 게 아니라 내부를 향한 것이라는 종단 일각의 주장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물론, 결사는 1947년 “오직 부처님 법대로 살아보자”며 성철 스님이 참여했던 ‘봉암사 결사’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한국 불교의 전개 과정에서 주요 시기마다 일어난 자성운동을 이른다.
하지만 결사의 정신이 내부 성찰에 있다고 해서, 대외적 활동을 외면해야 옳다는 뜻은 아닐 터다. “국민과 사회와 함께 하는 불교”를 내걸었다면 더욱 그렇다.
가령 중앙신도회 김의정 회장은 민족문화수호를 위한 실천위원회가 출범하는 자리에서 “외부로 향한 질시와 투쟁보단 내적 성숙과 자각으로 당간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의 ‘내적 성숙과 자각’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그런 주장은 본의와 달리 자칫 외부의 잘못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뜬금없이 “질시”로 폄훼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지금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조계종을 ‘원숭이 집단’으로 보고 있다는 격한 비판이 종단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조계종을 비롯해 여러 종교 단체들의 옳은 비판에 귀 틀어막은 채 해마다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4대강 토목사업을 강행하는 이명박 정부 앞에서, “외부로 향한 질시와 투쟁보다 내적 성숙과 자각”을 강조한다면 자칫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중앙신도회 회장의 뜻도 거기에 있지는 않을 터다.
자승 총무원장은 5대 결사운동을 “첫째, 불교 본연의 모습을 확립하고 종교적 가르침을 바로 세워 나가기 위한 수행 결사, 둘째, 민족문화를 바로 인식하고 스스로 보호해 나가는 문화결사, 셋째, 생명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고 환경을 보전하는 생명결사, 넷째 사찰이 이웃과 사회와 함께 나누는 터전이 되도록 하는 나눔 결사, 다섯째, 종교간 평화와 남과 북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한 평화결사”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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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