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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취지-4

기자명 법보신문

새로운 표현의 불교 설명이 바람직
종파 얽매이는 게 종조 거스르는 일

도쿠가와 시대에 반케이(盤珪, 1622~1693) 선사가 선을 설하는 데, 이른바 ‘평민의 말[平話]’을 가지고 시도했던 것은 한자 술어가 초래하는 폐습에 대항하는 용감한 개혁이었다. 흔히 말하는 ‘풀어쓰기[延書]’의 시도도 당연히 민중을 위하여 준비해야 할 일본어로 읽기[和読]의 결과였다. 근년에 ‘국역대장경’의 편찬과 구어체에 의한 ‘신역불교성전’의 출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국민의 자각에 의한 것인지 한학 지식의 쇠퇴에 의한 것인지, 메이지 이후 점차로 일본어로 불교를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인습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한문은 버렸어도 한자어에 의한 술어는 여전히 번거롭게 쓰이고 있다. 이것이 아직도 일반 독자와 불교 사이에 간극을 만들고 있음은 앞에서도 지적한 바이다.


그러므로 더욱 알기 쉬운 새로운 표현으로 불교를 설명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야 한다. 어려운 술어를 늘어놓지 않으면 쓸 수 없다는 학문적 태도에서 어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하기야 나와 같은 사람은 처음부터 내놓을 학식이 모자라서 쉽게 쓸 수밖에 없는 몸이지만, 나는 이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되살리고자 한다.


여기에서 대충 나의 입장을 말해 두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지금까지의 저자들과 다른 점을 몇 가지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제 “나무아미타불”의 의미를 말할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 육자의 염불에 입각하고 있는 많은 종파에 대하여 언급해야 한다. 이런 종파들을 총칭하여 염불종(念佛宗)이나 정토문(淨土門)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이 글에서 불교의 많은 흐름 가운데 정토문, 즉 염불에 의한 정토왕생을 설하는 종파에 대하여 말할 것이다. 인도나 중국에서 나타났던 염불종에 대해서도 다소 언급하겠지만, 필연적으로 일본의 염불종이 주된 대상이 될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기에 아무래도 세 분 조사, 즉 호넨·신란·잇펜의 이야기가 중요한 소재가 된다.


게다가 이 분들이 정토사상을 가장 철저하게 사유했으므로,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세 분 스님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그리하여 필연적으로 호넨에 의해서 세워진 정토종(淨土宗), 신란에 의해서 세워진 진종(眞宗), 잇펜으로부터 시작되었던 시종(時宗)을 말하게 된다. 이 세 종파야말로 일본의 염불문을 가장 잘 대표한다. 따로 정토종 서산파(西山派)가 있으나, 이는 필경 정토종에 속하며, 서산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시종이 등장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세 종파에 포함시켜 생각하고 싶다.


나는 이들 세 종파의 어디에도 속해있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 세 종파를 떼어놓고 생각하지 않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정토종 사람들은 무슨 까닭인지 진종에 대해 잘 말하지 않는다. 아마도 질투의 업이라 할까. 또한 진종의 사람들은 자기들 쪽이 정토종보다 앞서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아만의 업에 의한 것이리라.


▲야네기 무네요시
그러나 호넨 없이 신란 없고, 신란 없이 호넨의 도(道)는 발전될 수 없다. 따라서 이 두 분은 오히려 하나의 인격이 표현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종파에 얽매이면 아무래도 그러한 관점이 가려질 수밖에 없으나, 그것은 오히려 종조들의 참뜻을 거스르는 것이리라.

 

일본불교사연구소 번역


*풀어쓰기[延書] : 한문을 가나가 섞인 풀이 문장으로 옮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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