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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셋, 딸 넷을 뒀는데 그중 한 아들이 출가해 스님이 됐어요. 스물세 살인데 우리 집안의 자랑이죠.”
바스고성에서 사르정을 관리하는 노인은 올해 65세의 나왕 초스펠〈사진〉씨다. 대부분의 라다키들이 그러하듯 초스펠씨의 검게 그을린 얼굴에는 깊게 패였지만 미소로 만들어진 주름이 가득하다.
사르정에는 기거하는 스님이 없다. 우리나라 사찰의 주지처럼 3년마다 한 번씩 주지스님이 지정되지만 스님은 아침에만 찾아와 예불을 한다.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받아 기도나 축원을 해주느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스님이 절에 오래 머물러있기는 힘들다고 한다. 덕분에 초스펠씨가 등을 밝히고 향을 피우며 법당을 관리한다. 3년 전부터 시작한 자원봉사다.
“젊어서는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가족과 함께 지냈지만 요즘은 사르정을 관리하며 이곳에서 지낸다”는 초스펠씨는 집이 바스고성에서 멀지 않지만 오가기가 번거로워 아예 성안의 작은 방 하나를 내어 생활하고 있다. 그가 사실상의 성주인 셈이다.
찾아오는 이라야 하루에 한 두 팀, 아예 없는 날도 많다. 물론 라다크 관광시즌인 여름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겨울이 가까워질수록 발길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그렇게 인적이 드문 날이면 하루 종일 경을 읽거나 염주를 돌린다. 그러다 사람들의 왕래가 아예 뚝 끊기는 겨울이 되면 초스펠씨도 집으로 돌아간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야 하는 생활. 적지 않은 나이에 직접 식사를 챙기고 법당 안팎을 관리하며 언제 올지 모르는 참배객을 기다리는 일상이 버겁지 않을까.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을 리 있겠냐”는 초스펠씨는 “하지만 언젠가는 헤어져야하는 것이 가족이고 이곳엔 부처님이 계시니 외롭지 않다”며 “이렇게 찾아오는 참배객들을 안내하는 것이 지금의 내 일”이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제 한 달여 후면 집으로 돌아간다는 초스펠씨. 거의 5개월 여 만에 가족들에게 돌아가게 될 그가 가족들과 함께 추운겨울을 따듯하게 보내고 다시 여름이 시작될 무렵 변함없이 사르정의 부처님과 함께 하길 기원한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