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성제 ①

기자명 법보신문

팔정도는 집착 않도록 하는 근본 실천방식
바르지 않은 일체 행위가 고통을 유발시켜

우리는 지난 호에서 고통의 원인을 소멸하고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는 실천적 방법의 하나로 ‘터치 엔 고(touch and go)’ 기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터치 엔 고’는 지각하는 자와 지각되어지는 대상이 접촉하는 순간과 그 순간에 발생하는 감각/느낌, 감정/정서, 생각/인지, 기억 등을 알아차리고 그러한 마음의 경험에 집착되지 않도록 하는 훈련방식이다.


팔정도는 우리가 마음의 경험에 집착하지 않도록 하는 보다 근본적인 실천방식으로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고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8가지로(八正導) 요약해서 제시하고 있다. 즉 올바른 견해(正見), 사유(正思惟), 말(正語), 행위(正業), 직업(正命), 노력(正精進), 알아차림(正念), 고요함(正靜)이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8가지 실천종류가 아니라 ‘올바른(正)’의 의미다. 왜냐하면 이 ‘올바른’에 대한 의미가 명료하지 않으면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마음의 치유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팔정도에서 ‘올바른’의 의미는 크게 미시적 차원과 거시적 차원의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미시적 차원이 개인적, 주관적, 내적세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거시적 차원은 집단적, 환경적, 우주적, 객관세계의 외적 관계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시적 차원에서 ‘올바른’의 뜻은 일상의 정신적 작용과 신체적 행위를 함에 있어서 4가지 자아의식(아만, 아애, 아견, 아치)이 개입하고 작용하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자각하라는 의미다.


밑바탕에 자아의식이 깔린 견해나 사유, 정진 등은 그 노력의 정도와 관계없이 해방과 자유를 향한 깨달음의 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노력하면 할수록 자아에 대한 무의식적 집착만 강해지고 보상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고통이 따르게 된다.


한편 거시적 차원에서 ‘올바른’의 뜻은 보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노력 등을 할 때 연기(緣起)적 관계 속에서 하라는 것이다. 즉 우리의 정신적 신체적 행위가 사회, 자연, 생태, 우주와의 상호의존적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염두에 두지 않고 행동하게 되면 사회범죄, 이상기후, 환경재앙 등과 같은 집단적 고통을 그 대가로 치르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껏 마음공부와 수행의 의미를 지나치게 개인적, 내적세계에 초점을 맞추어 온 경향이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사회적 고통, 자연·생태계의 파괴가 개인적 고통, 불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이들의 연기적 관계성에 대한 무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결과 우리가 마음공부를 하고 수행을 하면 할수록 자기세계에 매몰되어 사회의 변화와 지구환경의 변화에 둔감하고 무지해지면서 종국에는 우리 자신에 대한 무지를 강화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올바른’의 의미가 치유적 관점에서는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생각해 보자. 한마디로 올바르지 않는 일체의 정신적 신체적 행위는 그에 따르는 크고 작은 고통을 유발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4가지 자아의식에 기초해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들은 고통을 양산한다. 관계성에 있어서는 개인, 사회, 자연과의 관계든 상호의존적 연기적 관계성을 무시한 일체의 행위들은 고통을 유발한다. 그러므로 팔정도는 고통을 치유하는 예방적, 치유적 처방제다. 크게 분류해서 여덟 가지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삶에서는 상황과 조건마다 셀 수 없이 수많은 처방전들이 필요하리라 본다.


▲서광 스님
결론적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삶인가? 그것은 괴로움의 순간, 일상의 삶에서 내면으로는 4가지 자아의식을 자각하고, 외적(타자)으로는 연기적 관계성을 자각하라는 것이다. 나아가서 ‘자아의식’이라는 색안경을 ‘연기성’이라는 공(空)안경으로 바꾸어 끼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연기적 관계 속에서 보고, 생각하고, 말하고, 노력하고, 자각하는 것이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