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학 개론

1984년 강남의 어느 허름한 상가를 보증금 500만원, 월세 15만원에 얻었다. 어느 한 신도의 사무실을 인수받은 것이다. 지금도 조그만 포교당에서 하늘을 우러르며 꿈을 키우고 계신 포교사 분들이 계시리라. 그때 내가 얻은 장소는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어 목탁소리를 못내 게 하는 바람에 온통 방음장치를 하고 하늘도 볼 수 없었다. 그저 일년 중 반은 서울에 살고, 나머지는 산에 들어가 살다 나올 심산이었다. 왜 이런 말씀을 드리는가 하면 포교에 하드웨어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자해서다.

강남의 대형교회라든가 굴지의 교회들이 과거 하나같이 천막교회였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한국불교는 선조들에게 너무도 찬연한 유산을 물려받아 오히려 그것이 덫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물려받은 재산을 관리만 해도 평생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데 구태여 노력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그런데 이것도 몇몇의 기득권 세력들의 차지이기에 항상 분규가 끊이지 않는다. 여타 종교들처럼 처절한 자기 투쟁, 천막시대를 거치지 않다보니 투철한 생존의지가 박약하다. 하기야 가람수호도 중요한 후예들의 몫이니 탓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종교의 본령은 어찌 되었건 창교주의 가르침을 펼치는 것이다. 가르침을 펼쳐 그들의 삶에 기여해야만 하는 것이다. 출가자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마해 가르쳐야만 하고 재가자는 몸과 마음을 다해 법을 배워 실천해야만 한다. 이 두 가지가 종교의 필수 요건인데도 한국 불교에서는 양자가 모두 기대 이하다. 우선 스님들은 법을 펼치는데 너무 인색하다. 부처님께서도 법공양이 으뜸이라 하지 않으셨는가. 승려들을 양성하는 각종 교육기관에서도 분명히 그 같은 수행자의 이념을 각인시켜야 한다. 선도 좋고 교도 좋지만 선사건 법사건 그 누가 되었던 법공양과 중생제도는 그들의 숙명이다.

법공양이 투철한 의무임을 가슴깊이 새겨주어야만 한다. 투철한 법공양의 의지를 심어준다면 그들은 기득권 세력과 다투지 않고 천막포교당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능력 있는 자는 절 뺐기, 주지 다툼을 벌이지 않더라도 거친 황야에서 부처님 법을 끌어안고 울부짖을 것이다.

승려들이 제대로 법을 펼칠 때 불자들이 법 따라 수행할 것이며, 선근을 닦으려 할 것이고 보살의 도를 걸으려 할 것이다. 진정 보리심의 참된 의미를 새길 것이다. 이 같은 의지를 불자들에게 투철히 심어줄 수 있는 승려들은 진정 얼마나 되는가. 법을 펼칠 때 마음 가운데 법신이 자란다. 그 자리에 법성광명이 빛난다. 법을 펼치는 일이야말로 부처님께서 우리들 모두에게 바라시는 바이며, 부처님께서 바라시는 바를 실천하는 것이다.

법을 펼치는 일이 부처님께 올리는 참 공양인 까닭에 ‘항하사의 칠보로 보시하는 것보다 부처님 법 한마디 전달하는 공덕이 더 크다’ 하지 않으셨는가. 진정 법을 펼치는 일이야 말로 우리들 모두가 불보살님께서 바라시는 바를 실현하는 것이다. 하드웨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끊임없이 부처님 법을 펼치면 그들의 마음 가운데 불종자가 자라 부처님으로 성장하면서 자연히 크나큰 시주가 된다. 법의 씨를 뿌릴 때 보리의 싹이 자라고 무량 공덕문이 열리는 것은 물론 불자들이 성숙하고 국토가 맑아지고 제불보살이 환희하시기 때문이다. 승려들이 일생을 법공양으로 보내게 하라.

투철한 법공양의 사명감을 심어주는 승가교육을 하라. 그리고 불자들에게 투철한 청법의 정신을 가르쳐야한다. 설법해 주시기를 간곡히 청하는 불자들이 얼마나 있는가. 법이 있는 곳이 광명이 되고, 법이 없는 곳에 어둠이 든다는 사실을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

▲지광 스님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