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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취지-7

기자명 법보신문

차이를 아는 것은 동일함을 아는 기초
종문 다툼에 빠져드는 건 어리석은 일

염불문의 존재의의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길을 자타의 둘로 나누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시야를 여기서 멈추고 말면, 자력과 타력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며, 서로 다투고, 서로 유리되어 있는 것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실제로 이것 때문에 두 길은 다툼과 반목을 계속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나 자타의 두 길이 각각 그 길의 궁극에 이를 때 어찌 서로 접점이 없겠는가? 단지 다른 것은 오르는 길이 다를 뿐, 다 오르고 나면 동일한 정상에 이르게 될 것이다. 높은 산봉우리는 두 개의 길을 하나로 만나게 하지 않겠는가? 나의 두 번째 경탄은 여기에 있다.


서로 다른 종문의 묘미는 마침내 모두 궁극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에 있을 것이다. 정토문이 호넨에서 신란으로, 그리고 잇펜으로 나아갈 때, 마침내 성도문, 특히 선(禪)에 저절로 연결된다는 것을 어떻게 간과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잇펜 스님과 시대를 같이 한 도겐(道元) 선사가 ‘정법안장’ ‘생사(生死)’권에서 서술한 사상은 또 어떠한가? 놀랍게도 저절로 타력문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귀결에 나는 엄청난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내가 잊혀지기 쉬운 잇펜을 특별히 조술(祖述)하고자 하는 까닭은 그에게서 정토문의 귀결점을 보기 때문이다. 아니, 정토문 자체가 그의 출현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 이르러 자력과 타력의 두 문이 해후하는 것이다. 그가 처음부터 개념적으로 양자가 동일하다고 주장했던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타력문을 관철함으로써 자타일여(自他一如)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가르침은 무엇인가? 믿고 있는 길이 무엇이든지 그 길을 향해서 나아가라고 명령한다. 중도에 멈추지 말라는 것이다. 누구라도 주어진 근기에 맞게, 어느 쪽을 택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나누어진 길에만 얽매이고 만다면 길의 끝까지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 길의 끝까지 갔을 때 비로소 나누어질 수 없는 세계를 보게 되리라.


내가 정토문에 매력을 느끼는 까닭은 그 고유성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고유성에 투철할 때 보편성에도 가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문의 차이만을 보고서 그 동일함을 보지 못한다면, 차이 역시 제대로 안다고 할 수는 없다. 차이를 안다는 것이 동일함을 아는 기초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이러한 진리를 파악할 수 있다면 공연히 종문의 다툼에 빠져드는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발전한 정토문에 대한 나의 놀라움은, 그것이 우리를 정토문에 가두어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위대한 정토문을 생각할 수 있을까? 이러한 정토문을 건설하기 위해서 세 분 조사가 일본에 나투셨던 것이다. 

 

일본불교사연구소 번역


▲야네기 무네요시
*도겐의 ‘정법안장’ ‘생사’권:
생사를 주제로 한 다음과 같은 법담이 수록되어 있다. 정산(定山)선사 : “생사 속에 부처님이 있다면 어떻게 생사가 있으며 미혹이 있을 것인가?” 협산(夾山)화상 왈 : “생사 속에 부처님이 없다면 죽음 때문에 뭘 헤매겠는가?” 법상(法常)선사 : “둘 다 그렇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없다.” 도겐(道元)선사 : “마음도 맡기고, 몸도 맡기고, 성불하는 것도 맡기고, 하물며 생사까지도 부처님께 맡기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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