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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인연-2

기자명 법보신문

일상서 ‘안심’ 얻는 게 정토문 핵심
민예에 숨겨 있는 수수께끼의 열쇠

2. 우리들은 어떻게든 미(美)의 나라를 건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인간의 억제할 수 없는, 마음의 바람인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 몇몇 물건이 우수하다고 해서 미의 왕국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민중들의 그릇에도 골고루 구원이 미쳐야만 한다. 말하자면 물건에 있어서도 중생제도가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생을 어떻게 제도하는가? 이를 진지하게 고민해 온 것이 정토문(淨土門)의 고승들이다. 염불종은 무엇보다도 민중을 상대로 한 종교이다. 그것은 재가불교를 표방하고 있지 않던가. 그렇다면 미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하여서는 그 가르침을 우선 염불종에 물어 보아야 할 것이다. 민중적 물품의 제도가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3. 궁벽한 시골에 사는 배우지 못한 사람들 중에도 돈독하게 안심(安心)을 얻은 사람들이 있다. 특히 염불종 가운데에 이처럼 훌륭한 신자가 나타난다. 그들을 ‘묘코닌(妙好人)’이라 높여 부른다. 그러고 보면, 아름다운 민예품은 ‘묘코힌(妙好品)’이라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성질이나 사정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주로 배우지 못한 직인(職人)들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만들어진 것은 대부분 소박하고 꾸밈이 없는 것이다. 원래 하나하나 의식하면서 만들어지는 그런 물품과는 다르다.


이러한 점이 오히려 아름다움과 결부되기 쉬운 상태라 말할 수 있다. 무심한 사람이 신앙을 받아들이기에 가장 좋은 상태에 있음과 같다. 평범한 민중 속에서 수많은 ‘묘코닌’이 배출되었다는 것이야말로 염불문의 자랑이자 핵심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수한 민예품이 나타나는 정황에 대해서는 염불문의 가르침으로부터 많은 것을 시사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것은 민예품에 보이는 수많은 불가사의(不可思議)를 해명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4. 민예의 세계에서 여러 불가사의를 만나게 되지만, 가장 마음이 끌리는 것은 누가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도 그대로 모두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툴면 서툰 대로 아름답게 만들어지는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추한 것 따위가 나타날 기연(機緣)이 없어지는 때가 있다.


이것은 어떻게 말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은 오히려 추한 것이 만연하고, 아름다운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원래는 어떤 것이나 구원받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무엇인가 그것을 방해하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된다. 자력문에서도 ‘본래 청정한 마음(本來淸淨心)’을 말하지만, 어떤 민중에게도 구원의 약속이 있음을 설하는 것은 정토문의 가르침이 아니던가.


아미타불이 아득한 옛날, 깨달음을 이룬 그때 이미 모든 사람의 성불이 준비되었다는 것이다. (이 말의 의미는 뒤에서 말하겠다.) 언뜻 생각하면 불가사의한 사고방식이라 생각되지만, 민예에 숨어있는 여러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열쇠가 거기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야나기 무네요시 일본불교사연구소 번역


▲야나기 무네요시
*안심(安心): 왕생에의 확신으로 얻어지는 마음. 선에선 견성(見性)을 말하지만, 정토종에선 안심으로 궁극적 종교체험을 나타낸다.


*묘코닌(妙好人): 현세에서 안심을 얻은 염불문(특히, 정토진종)의 재가신자를 일컫는 용어다. 에도시대가 되면 이들의 생애를 말하는 ‘묘호인전(妙好人傳)’이 많이 편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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