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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절반은 아직 종교가 없다

기자명 법보신문
▲포교학 개론

반포지역 초등학교 육성회에서 강연 요청을 받았다. 육성회 내 교인들이 많으니 불교가 이렇다는 것을 얘기해 달라는 몇몇 불자 육성회 간부들의 간곡한 부탁이었다. 교장실에 들러 주변을 둘러보니 각종 도표들이 붙어 있었다.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전체 학생 종교 분포도였다.


1800명 학생 가운데 압도적인 수는 개신교였다. 재학생 가운데 종교를 가진 학생이 절반인데 그들 중 50% 가량 되는 것 같았다. 그 다음이 가톨릭이었고, 불자 학생은 20%도 채 안됐다. 불자 학생이 적어 기분이 상했다는 말이 아니다. 전체 학생들 가운데 약 절반가량이 종교가 없다는 사실에 눈길이 갔다. 대형교회가 즐비한 강남! 엄청난 개신교세를 자랑하는 강남! 그럼에도 초등학생 가운데 전반가량이 무교란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전국 어는 곳을 가더라도 이 같은 종교분포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전체 인구 가운데 불교 1000만명, 개신교 700만명, 가톨릭 500만명이라는 통계를 본적이 있다. 전체 인구가 4500만이라면 절반은 아직 종교가 없는 셈이다. 그렇게 엄청난 물량공세와 치밀한 선교전략, 수많은 목사와 전도사를 양산해도 아직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지금껏 개신교를 믿지 않았다면 유교라든가 전통종교에 가깝지 않을까. 따지고 보면 개신교와 가톨릭 신자 가운데 불교에서 건너간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포교의 어려움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경험에 비춰 제대로만 한다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게 아니다. 우선 전인구의 절반은 아직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그들을 겨냥하면 어느 정도 수확이 있을 것이다. 또 여타 종교인들 가운데 불교에서 넘어간 사람들을 되돌아오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개신교 잡지에서 많은 개신교인들이 제사를 모시지 않는 것을 불편해 한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가톨릭에서는 그 같은 사실을 간파하고 신도들에게 제사를 지내도 관계없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지 않은가. 개신교나 가톨릭 신자들을 불교에 우호적으로 만드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일까. 부처님께서도 꼭 개종시킬 필요는 없다 하셨다.


능인선원 신도 센서스를 보면 전체 가운데 3분의1은 기존 절에 다니던 사람이고, 3분의1은 종교가 없다 갖게 된 사람들이다. 나머지 3분의1은 개신교, 가톨릭 등 여타 종교를 믿던 사람들이다. 나도 과거에 다른 종교를 믿지 않았던가. 타 종교인들을 불교에 우호적으로 만드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포교 전선에 나선 동지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여타 종교에 대해 너무 반감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그들도 사람이고 배달겨레인 이상 무언가 배달의 얼과 통하는 게 있지 않겠는가. 나는 가끔 신도들에게 “만약 내가 불교를 모르고 죽었다면 원효나 의상, 사명당 같은 우리의 탁월한 선조들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 것인가. 우리의 뿌리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요즈음 사람들은 상당히 합리적이어서 맹목적인 내용들에 대해 비판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다. 법회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는 불교에 관심이 있어 찾아온 타 종교인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전통적 기독교문화를 간직한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도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나라 기독교는 조금 생각해 볼 점이 있지만 포교에 뛰어든 법사들은 그들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관용과 아량을 가져야만 한다. 불교인들이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점점 여타 종교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되고, 그 반감이 사회적으로 표출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데로 종교간 알력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지광 스님
이미 개신교나 가톨릭 세력이 우리나라 전체를 거의 장악한 것 같은 현실 가운데 전법사들이 갖춰야할 마음가짐은 그들과의 싸움이 아닌, 끝없이 도전을 유발하는 그들을 큰형님 같은 너른 가슴으로 안아 들이는 것이다.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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