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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전국의 자연휴양림은 휴가철은 물론 계절에 관계없이 지친 몸을 쉬고 자연 속에 몸과 마음을 맡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언제부터인가 숲은 자원으로서의 재래적인 기능을 넘어 여러 가지 문명병으로 고통 받는 현대인의 육체적·정신적 치유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리고 그 숲의 절정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절집의 숲(사찰림)이다. 사찰을 둘러싸고 있는 이 숲에는 특별함이 있다. ‘비우고 채우는 즐거움, 절집 숲’은 산림학자 전영우 국민대 교수가 3년 동안 발품을 팔아 건져낸, 우리 땅 곳곳에 자리한 절집 숲 24곳에 대한 답사기다. 하지만 단순한 답사기가 아니라 사찰 숲의 가치와 역사, 그 아름다움을 새롭게 조명한 행복한 절집 숲 이야기다.
저자는 절집의 숲이 경쟁과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마음의 풍요를 제공하는 치유공간이며, 한국성을 상징하는 전통문화경관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전시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천연기념물을 품고 있는 자연유산의 보고이며, 전통 지혜로 발현된 풍토성이 높은 아름다운 풍광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숲을 해설하고, 숲 해설가 양성교육을 진행하는가 하면 숲 해설활동의 제도화에 기여해온 전문가답게 저자의 눈에 비친 절집 숲은 단순하지 않았다. 저자의 눈에 비친 사찰 숲은 각기 다른 풍취와 생태와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현대인이 일상의 번잡함을 내려놓고 참 나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자, 경쟁과 속도에 쫓기는 현대인들이 느림과 비움을 체험할 수 있고 자연과 교감·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아름다운 자연유산과 한국적 전통경관을 만나고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저자는 더불어 깊이 있는 식견으로 절집 숲에서 수 백년의 역사를 읽어내고 선조들의 삶을 끄집어냄으로써 인간과 자연이 끈끈한 인드라망 속에 함께 존재하고 의존하는 한 몸임을 말하고 있다. 단순히 나무와 숲의 소개에 머물지 않고 그것들에 녹아든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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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고승들의 지팡이 설화가 전해지는 절집 나무는 어디에 있고, 절집의 오래된 나무는 누가 심었으며 어떤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지 등 저자는 무심코 지나치는 절집의 나무와 숲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렇게 건져 올린 이야기를 통해 절집 숲에 대한 인문학적 시각을 넓혀주고, 생태학적 상상력을 일깨워주면서 자연과 조화로움을 추구한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보여준다.
저자는 절집 숲의 형성과 보존에 유구한 역사와 선조들의 삶이 투영돼 있음을 글로 보여주는 한편, 220여 컷에 이르는 풍광 사진을 더해 독자들로 하여금 절집 숲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게 하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절집의 숲을 사진 몇 장 찍고 휘 돌아 나오는 사찰 탐방 길에서 스쳐 지나가는 들러리로 대해온 무지를 반성하고, 생각 없이 지나쳐온 그 길을 다시 찾고자 달력을 펼쳐들게 될 것이다. 2만3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