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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 포교가 곧 불교 미래다

기자명 법보신문
▲포교학 개론

출가한지 여러 해가 흘렀어도 계속되는 기이한 현상이 하나있다. 어린시절 하도 많이 보아서인지 멍하니 앉아있으면 예수님의 기도하는 모습이 나도 모르게 떠오른다는 것이다. 부처님과 관세음보살, 지장보살을 매일 바라보며 수십년을 수도 없이 기도를 올려왔는데도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고 슬며시 떠오른다. 어린시절 무수히 교회를 드나들며 끊임없이 찍어댔던 영상이 의식 속에 사라지지 않고 아직도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어린시절 종교생활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때문에 나는 유치원, 초·중·고, 대학생들을 위한 불교교육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생각 끝에 큰 마음을 먹고 분당에 유치원을 하나 개원했다. 8·90년대 어린이·청소년, 대학생들을 위한 불교교육은 너무도 취약했다. 거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치원의 문을 열고 선생님을 모집했다. 모집광고를 내고 여러 통로를 통해 선생님들을 추천받았는데 대부분이 기독교인이었다. 불교계통의 유치원에서 도저히 기독교인 선생을 받을 수 없어 무교라고 써낸 선생님들을 모셨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무교라고 해 놓고선 기독교적인 내용을 가르치는 것 아닌가. 취직하기 위해 종교를 속인 것이다. 그 후로도 들어오는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기독교계통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놀라서 조사를 해보니 불교 계통의 유치원 선생님들을 양성하는 대학이 전무했고, 젊은 선생님들 가운데 불교적 소양이 있는 선생님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모두가 불교인들 잘못이요, 스님들 잘못인 것이다.


비구니 스님들께도 부탁드려 보았으나 성과가 없었다. 그 후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유아교육학과가 생겼다고 들었으나 당시로서는 불교계통 선생님의 수급이 도저히 가능하지 않아 문을 연지 몇 해도 되지 않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 나라를 통틀어 과연 불교계통의 유치원은 얼마나 되는가. 분당이나 강남 등지에 기독교계통의 유치원이 대부분이고 그보다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기독교계통이고, 기독교적인 소양을 바탕으로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린시절의 포교는 참으로 중요하다. 어린이가 어른의 아버지라 하면서 교계 유치원 등이 별반 없으니 불교의 미래는 참으로 암담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어린이법회 등은 투자를 계속해야만 하는 것인데, 지속적인 투자를 계속할 수 있는 사찰들이 얼마나 될까? 또 유치부나 초등부, 중고등부, 대학부, 청년부 등에 관심 있는 사찰들이 얼마나 될까? 때문에 이 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계신 스님들이 계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참으로 반갑고 고맙게 생각한다. 한편으로 얼마나 힘이 드실지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이 앞선다.


초중고, 대학생, 청년부들에 투입하는 기독교의 예산은 방대하다. 그러나 교계에는 이 방면에 관심을 갖는 스님들이 많지 않고, 또 자년들을 사찰에 보내는 부모들이 많지 않아 불교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유치원, 초중고, 대학생, 청년부에 대한 교계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책임질 요원들을 육성하는 것도 급선무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아이들을 법당에 보내도 아이들이 재미없어 하거나 싫증을 내지 않도록 여타 종교에서 펼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의 연구가 요구된다. 세월이 많이 흘렀으나 내가 어린시절 주일학교 교장선생님을 할 당시 교회에서 어린이들에게 쏟은 정성과 관심은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법당을 만들고 어린이들을 지도하려하나 타종교와는 달리 부모들이 전혀 어린이들의 종교교육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른들도 절에 나오지 않는데 자신의 자녀들을 법당에 제대로 보내겠는가.

 

▲지광 스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차이지만 어찌되었건 포교당을 여시는 분들은 어린이 포교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와 같은 어린이 포교의 공동화 현상이 계속된다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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