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보시

기자명 법보신문

경전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의 가르침이 들어 있다. 그 중에서도 설화비유문학의 대표적인 경전은‘현우경’이다. ‘현우경’은 모두 13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위나라의 혜각·담학·위덕 스님이 서역에 가서 삼장법사들로부터 들은 설법을 중국에 돌아와 번역해 엮은 것으로 모두 69품이며 성현과 범부의 예를 들어 착한 일을 하고 불교와 인연 맺을 것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쉽고 흥미로운 설화로 되어 있다. 이 책은 불교대중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나는 5월 ‘부처님오신날’이 되면‘현우경’에 들어 있는 ‘어느 가난한 여인의 등불’이야기를 떠올린다. 부처님의 중생 사랑이 그 속에 가득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난타’라는 매우 가난한 여인이 있었다. 당시 부처님께서는 기원정사에서 안거를 하고 계셨는데 국왕과 모든 백성들은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누구나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많은 공양을 베풀고 있었다. 난타 여인은 생각하였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많이 지었길래 이토록 가난한 집에 태어나 부처님 같은 복밭을 만나고서도 공양을 드릴 수 없는 것일까?’


그녀는 못내 괴로워하고 마음 아파하면서도 조그마한 공양이라도 드려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일터에 나가 밤늦도록 부지런히 구걸을 했지만 얻어지는 건 겨우 몇 푼에 불과하였다. 그녀는 이렇게 간신히 모은 돈을 가지고 기름집에 가 기름을 사기 위해 주인을 불렀다.


“제가 가진 돈이 1전 밖에 없습니다.” “부인, 1전어치의 기름은 사봐야 쓸 때가 없는데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하는가.”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불을 켜 공양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가진 것이 이것뿐이니 적지만 이것만큼만 주세요.”


기름집 주인은 가난한 여인의 사정을 듣고서 가엾이 여겨 돈보다 많이 기름을 주었다. 그녀는 그 기름을 받아 기쁜 마음으로 등불을 하나 만들어 불을 켠 뒤, 그 등불을 부처님께 바친 뒤 서원을 세웠다.


‘저는 지금 너무 가난하기 때문에 내가 올릴 수 있는 공양은 이 작은 등불 하나뿐입니다. 그러므로 이 등불은 전 재산을 바치는 것이며 저의 마음까지 모두 바치는 것입니다. 바라건대 이 인연공덕으로 저도 내생에 지혜광명을 얻어 일체 중생의 어두운 마음을 없애게 하여 주십시오’


그녀는 자신의 소원을 빌고 나서 부처님께 예배를 하고 떠났다. 밤이 지나고 이른 새벽이 되어 먼동이 서서히 트자 다른 등불들은 하나 둘씩 꺼지기 시작 했다. 그러나 그녀가 켠 등불은 새벽이 가까워져도 꺼지지 않았다. 이날 불을 끄는 당번은 신통제일 목건련 존자였다. 그는 위대한 현자였는데 등불을 끄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난타여인이 켜둔 등불은 아무리 해도 꺼지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보고 계셨던 부처님이 목건련 존자를 불러 말씀하셨다.


“목건련아 지금 네가 끄려 하는 등불은 너희들이 가진 성문(聲聞)의 힘으로는 끌 수 있는 게 아니다. 네가 만약, 사해의 바닷물을 모두 가지고 오거나 크나큰 태풍이 몰아쳐 온다고 해도 여인이 껴 둔 그 불은 끌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 등불을 보시한 사람은 바로 자기의 전 재산과 마음을 진실하게 바친 뒤 일체중생을 구원하겠다는 큰 서원을 세운 것이기 때문이니라.”


이에 난타 여인은 수기를 받고 기쁜 나머지 부처님 앞에 끓어 앉아 출가하기를 원했다. 부처님께서는 쾌히 승낙하고 그녀가 비구니가 되도록 허락하시었다.


▲선묵 혜자 스님
진정한 보시의 실천은 바로 물질에 있음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은 제 55차 석남사 순례에서 이 난타 여인처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수많은 연등들을 보시했다. 진정 부처님에게 ‘마음’으로 올리는 아름다운 연등공양이었다. 지금쯤 가지산 석남사에는 오색찬란한 등불이 저녁을 밝히고 있을 것 같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