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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을 아이들의 놀이장으로 만들어라

기자명 법보신문
▲ 포교학 개론

오래전 구청장이 청소년관계 위원을 부탁해 구청 ‘청소년관계자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이때 구청 관계자로부터 “강남 유흥단지에서 미화원들이 하루 새벽 수거해오는 향정신성의약품 이른바 필로폰 등을 주입한 주사기가 하루 한가마 정도나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부분 청소년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해서 더욱 놀랐다. 요즈음 들어 회자되고 있지만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시대가 워낙 현란하게 변하다 보니 청소년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양태도 과거와는 딴판이다. 교회나 성당에서는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또 전문가들도 대단히 많다. 하지만 주지스님이나 사찰 종사자 가운데 청소년들의 불교교육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또 입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청소년들 위해 교계는 무슨 도움을 주고 있을까.


그들이 법당에 와서 스트레스라도 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악기를 사주고 난타공연팀이라든가 재즈댄싱팀을 만들어 두드리고 춤을 추게 만들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두드리고 때리고 또 격렬한 춤을 추면 시끄럽고, 또 불량해진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해보니 생각과는 딴판이었다. 오히려 한바탕 두드리고 때리고 춤추고 하던 아이들은 속이 후련한 듯 오히려 평상시나 학교생활에 조용한 상태로 돌아왔다. 댄싱팀 소속 학생들의 경우 문제아로 낙인찍혔던 아이들까지 대단히 건강한 학교생활로 돌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특별활동팀이 있어 법당에 나오는 것을 즐겁게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주지스님들의 원력에 달린 일이겠으나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동참하고 그들이 고뇌하는 바를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른들보다 쉽게 불교를 익숙해지도록 유도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청소년학생들에게 특별한 교리교육을 시킨다거나 딱딱한 수련 등을 시키기보다 편안하게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고 생활하는 가운데 어떤 연대의식을 심어주면 “나도 불교 신자구나”하는 인식을 뿌리 내리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을 부처님께 가까이 올 수 있도록 하려면 접근성의 용이함에 대한 연구가 급선무라 할 것이다. 요즈음 청소년들은 쉽게 싫증을 내기 때문에 재미가 없으면 관심 밖이다. 참으로 어린이청소년 포교는 중요한 것이어서 어린시절 제대로 길들여 놓아야만 한다. 어린시절 선입관이 부정적이라면 어른이 되어서도 힘겨울 수밖에 없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자주 법당에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래서 부처님을 마음 가운데 많이 찍도록 하는 것, 그것이 어린시절의 포교라 할 것이다.


과거 갖가지 불상사로 얼룩진 불교의 혼란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불교신자라 다짐하며 법당에 나오는 이유는 대부분 어린시절 마음 가운데 찍혀있는 부처님의 영상 덕분이라 생각한다. 청소년들에게 갖가지 부처님 말씀도 중요하지만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법당에 자주 나오게 해 자꾸만 뇌리에 부처님을 찍어대게 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예전부터 교회를 연애당이라 부를 정도로 남녀 학생들이 자주 만나는 소통의 장으로 얘기하지 않았던가. 법당도 건전한 이성과의 만남 등을 유도하며 남녀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청소년 포교에 있어 상당부분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지광스님

부모에게 말 못할 사정을 들어줄 수 있는 형님들이 있고, 선배들이 있는 청소년법회, 청소년 상담이 가능한 형님들이 있는 중고등법회, 청소년법회가 가능하면 아이들은 어렵지 않게 부처님전에 나올 것이다. 능인선원에는 30여년 가까이 초등학생때부터 법당에 나와 이제 40대에 들어선 어린이부 출신들이 여럿 있다. 어린시절부터 법당에 나와 서로 어울리다보니 결혼하는 커플도 여럿 생겼다. 부처님 전에서 만나는 가운데 학교급우들과는 또 다른 연대의식을 법당에서 맺도록 하는 것, 그것이 청소년 포교 성공에 중요한 요인이 아닌가 한다.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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