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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대승불교의 존재론적 힘

기자명 법보신문

존재와 공의 무한에너지를 일상에 재현
이것이 불교 본질이자 대승불교 진면목

다시 ‘증도가’의 구절로 되돌아간다. “누가 생각이 없으며, 누가 태어남이 없는가? 진실로 남이 없으면, 나지 않음도 없나니. 기관목(나무장승)을 불러 붙들고 물어보라. 부처 구하고 공덕베품을 조만간 이루리로다. 사대(四大=地水火風)를 놓아버려 붙잡지말고, 적멸한 성품 따라 먹고 마실지어다. 모든 행이 무상하여 일체가 공하니, 이는 곧 여래의 대원각이로다.”


우리가 앞에서 존재론적 사유를 짧게나마 음미해 본 이유가 여기서 뚜렷해진다. 존재론적 사유는 존재자적인 실체적 사유와 달라서 그 사유는 곧 공의 사유와 다르지 않다. 존재자적인 실체의 사유는 나고 죽는 것이 분명히 구별되지만, 존재론적 사유(공의 사유)에는 나고 죽음이 없는 무생무멸(無生無滅)의 사유다. 존재자적인 사유는 사대(四大=地水火風)에 얽매인 사유이므로 나무장승이 노래하고, 돌여자가 일어나 춤을 춘다는 것이 이치에 닿지 않는 헛소리라고 생각한다. 그것들은 무정물(無情物)이므로 생명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존재론적 사유에서는 일체의 구분이 사라지고 개념적 내용이 없는 세계이므로, 나무장승과 돌여자와 같은 무정물이 말하고 춤을 추어도, 그것들과 같은 존재자가 있기에 공(무)이 존재로 순식간 탈바꿈하는 역할을 하므로 공을 존재로 변환시키는 데에 유정물이든 무정물이든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므로 존재자적인 실체에 얽매이지 말고, 존재자는 다만 공을 존재로 순간적 변환을 이룩하는 역할을 한다. 고로 존재는 실체적인 존재자가 아니므로 공의 적멸한 성품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므로 모든 존재자도 실상 적멸한 ‘공즉존재’의 적멸한 대자유 속에서 ‘먹고 마시고 노니는’(隨飮啄) 놀이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니이체가 갈파한 우주적 놀이가 이것을 두고 한 말이겠다. 삼라만상은 존재론적으로 보면 모두가 즐거워 춤을 추고 노래한다.


불교를 흔히 비관론적이고 삶의 즐거움을 잊은 우울한 무상론으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일부에 있으나, 그것은 불교의 참 모습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존재자적인 사유의 무상(無常)과 환영(幻影)을 지적하지만, 불교의 본질은 존재와 공의 무한 에너지를 삶의 일상성에 다시 재현시키는 것을 겨냥하고 있다. 이것이 대승불교의 진면목이다.


불교는 무상행을 말하지만, 그것은 존재자적인 실체적 사고에 얽매인 것을 파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방편일 뿐이다. 존재자적인 사고를 깨뜨리고 나면, 불교는 여래의 대원경지(大圓鏡智)를 보여주면서 우리의 마음을 환희심으로 가득 채운다. 여래의 대원경지에 이르기 위하여 중생은 오랜 습기로 젖은 소유론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존재론적 사고방식으로 건너가기만 하면 된다.


사람들은 니이체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 니이체의 초인(超人=Übermensch=overman)은 번역이 잘못되었다. 죽은 신을 대신하여 인간이 신의 위치로 승화하는 것으로 여겨 초인이라 옮겼으나, 그것은 ‘도인’(渡人=度人)이라 번역되어야 하리라. 즉 니이체의 초인은 마음이 소유의 이쪽 언덕에서 존재의 저쪽 언덕으로 건너간 사람의 뜻으로 ‘도인’이라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차제에 우리는 니이체를 다시 읽어야 한다.


▲김형효 석좌교수
그는 단순한 서양 유신론의 부정자가 아니다. 그는 서양 유신론이 뿌리 깊이 남긴 제조론과 소유론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피괴하여 인류를 망각된 존재론의 사고방식에로 정착시키려 한 위대한 사상가다. 불교는 기독교처럼 신앙종교가 아니다. 불교는 존재론적 사유방식을 일으키는 거대한 사상의 힘이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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