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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산 스님 [상]

기자명 법보신문

‘금강경’ 사구게 읽고 불교 귀의

▲ 스님은 금강경에 불교의 정수가 있다고 확신했다.

티베트 달라이라마, 캄보디아 마하고사난다, 베트남 틱낫한 스님과 더불어 세계 4대 생불(生佛)로 추앙받았던 숭산 스님. 스님은 ‘오직 모를 뿐’이라는 지침을 바탕으로 생각의 전환과 마음의 혁명을 일으켰으며 서양과 동양, 불교와 기독교를 넘어 삶의 방향을 이끌어 주었던 스승으로 기억되고 있다.


숭산 스님은 1927년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났다. 일제 치하에서 정치는 물론 문화적 활동까지 극심하게 탄압받던 시절, 학교에서 조선인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독립운동에 가담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일본 헌병대에 체포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감옥에서 풀려나 친구 2명과 함께 독립군이 되고자 만주로 향하던 스님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남하했으며, 일본이 2차 대전에서 패망하며 해방이 되자 동국대학교에 입학해 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기성세대가 좌우로 나뉘어 사상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정치적 운동이나 학문으로는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없음을 자각하고는 ‘절대적 진리를 얻겠다’는 마음으로 스스로 삭발하고 산으로 들어갔다.


당시 “우리 민족은 다 망했는데 나 하나라도 소크라테스처럼 나 자신을 찾는다면 삼천만분의 일은 잘 되는 것 아니겠나”라는 생각을 했던 스님은 소크라테스의 ‘네 자신을 찾아라’는 말과, 스피노자의 ‘근본자체로 돌아가자’는 사상이 좋아 일본어로 출판된 사상전집과 불서 몇 권을 갖고 산으로 향했다. 특별히 불교에 관심이 없었던 스님은 철학사상전집을 보며 생활하던 중 한 선비가 유학을 배울 것을 권하면서 ‘대학’, ‘중용’, ‘논어’ 등의 유교경전을 공부했으나 거기에서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절로 다시 돌아와 스님이 된 친구에게서 ‘금강경’ 한 권을 전해 받았다. 사실상 스님의 불교 인연은 이 ‘금강경’ 한 권으로 시작됐으며 신소천 스님이 쓴 ‘금강경’을 읽어나가던 중 경전의 대표적인 사구게인 제5 여리실견분에 나오는 ‘범소유상(凡所有相), 개시허망(皆是虛妄),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즉견여래(卽見如來)’ 대목에서 무릎을 탁 쳤다. ‘무릇 모든 상(相)이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한 것이니, 만일 모든 모양 있는 것이 모양이 아님을 안다면, 바로 여래(부처)를 보리라’는 이 사구게가 소크라테스의 사상과 동양철학이 일치하는 곳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고, “불교의 골수가 여기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금강경’을 읽고 또 읽었다.


스님은 훗날 직접 지은 ‘선의 나침반’에서 ‘금강경’을 대승불교에서 제일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금강경’은 한 시간 이내에 다 읽을 수 있는 짧은 글이지만 대승불교의 핵심이 담겨 있는 글로서, 소승불교를 건너 대승불교로 가는 다리와도 같다. 즉 소승과 대승의 관점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보살도의 길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독송을 권했다.


숭산 스님은 여기서 “절대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 ‘금강경’의 가르침”이라면서도 “이 깨달음은 대승불교로 가는 중간 길”이라며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으니, 반드시 참선수행을 통해 깨달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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