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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포교역량은 신도 조직화에 달렸다

기자명 법보신문
▲ 포교학 개론

사람들은 조직에서 나서 조직 속에 살다가 조직 속에서 죽는다. 가정도 조그만 조직이고 학교도 사회도 온통 조직이다. 종교단체도 예외일 수 없다. 각 종교들을 보아도 교황이니 추기경이니 하는 위계에 따른 계급이 있고 교회도 주임목사, 부목사, 장로, 권사, 집사 등의 조직이 있다. 절도 종정, 총무원장, 본사주지, 말사주지 등 모두 승랍에 따른 위계를 갖는다. 부처님께서도 영산에 계실 때 십대제자가 있었고 16성이 있었고 오백성 독수성 천이백대아라한 등이 있었다.


신도들 중 종교단체에 무슨 조직이 필요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절에 자기 신심으로 나오면서 무슨 위계질서가 필요하냐 강변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사람 사는 곳에 혼란을 막기 위해서도 위계는 필요하다.


맥스베버는 조직의 가장 큰 병폐로 관료제를 꼽았다. 위계에 따른 관료제가 조직의 창의력과 독창성을 차단하고 발전을 저해한다는 얘기다. 물론 그런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점도 많다. 실제 어느 단체에서건 조직과 위계가 없이 그 모임이 제대로 유지되기가 어렵지 않은가. 절도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조직과 위계가 없을 수 없다. 절에 무슨 조직이 필요하냐 강변하는 것만큼 불교의 힘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00만 불교신자라 하면서 왜 기독교, 가톨릭 등 여타 종교에 맥을 못 추는가. 교육의 부족, 조직력의 취약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불교에는 과거 승군도 있지 않았는가. 각종 불교단체와 각 사찰 등에도 강력한 조직이 필요하다. 포교사, 법사님들은 이 점에 특히 유념해야한다. 조직을 강화시키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스님들도 행정학과 조직학 등에 대한 식견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체험을 통해 말씀드리면 법당의 질서를 잡기 위해서도 분명히 어떤 위계가 필요하다. 위계를 강화하다보면 위계조직의 하위에 위치하는 신도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내가 뭐 제깟 것들 시중들러 왔나.’ 그 같은 불평불만이 쏟아질 수 있다. 조직과 위계를 짜면서 가장 조심하고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위와 아래의 끊임없는 사랑과 자비, 지혜가 필요한 대목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라 하였듯, 한번도 조직생활을 해본적 없는 신도들에게 어떤 계급을 부여하면 당연히 위세를 잡으려는 사람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중생심을 어찌하겠나. 끊임없이 교육을 시키고 또 교육을 시키고 그들의 어리석은 마음을 다스려나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위계가 없으면 법당의 혼돈을 잠재울 수 없다. 사소한 문제들은 자기들끼리 해결하게 하고 큰 일들은 함께 의논해 처리하는 것이다. 책임과 권리의 많은 부분을 그들에게 위임하고 법당 재정도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책임도 권리도 함께 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법당 일에 가담시키고 동참시켜 어떤 이름이라도 붙여 법당 일에 관심을 갖게 하라. 그들 중 성실한 사람, 능력 있는 사람들을 눈여겨보았다 발탁해 쓰면 된다. 그 누구도 그 사람의 성실성과 노력을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을 찾아내라. 분명히 있다. 그리고 이른바 간부들로 하여금 가능한 한 영광스럽게 그 직무를 수행하게 하라. 어떤 직무는 임기제를 둘 것이다. 그 직이 끝나면 그들을 계속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한다.

또 중요한 것은 조직과 위계를 짜더라도 공의에 의해 할 것이고 신도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힘이 쏠리면 분명히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모두 다 부처님을 사랑하고 스님을 사랑하지만 자기의 힘이 너무 비대해지면 꼭 그를 추종하는 사람이 생기게 되고 법당 내 각종 이권과 관계된 파벌이 생길 수 있다.

 

▲ 지광 스님

다른 단체와 달리 특히 사찰은 타종교와 같이 종래 어떤 정형화된 조직이 있었던 사례가 없고, 스님들도 조직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지 않으시기에 참으로 많은 어려움과 취약성을 노출하고 있다. 포교사, 법사들은 조직과 위계에 대한 장단점을 분명히 파악하여야한다. 인간은 조직에서 나서 조직에서 살다 조직에서 죽기 때문이다.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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