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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법인②

기자명 법보신문

관념적 이해, 영적성장에 무익한 논쟁일 뿐
고통에 대한 자각이 열반으로 들어가는 문

지난 호에서 남방불교는 일체존재의 본질과 현상을 제행무상, 제법무아, 일체개고의 삼특상으로 설명하고, 북방불교는 제행무상, 제법무아, 열반적정의 삼법인으로 설명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불교의 모든 가르침이 그러하지만, 특히 이 삼특상과 삼법인에 대한 가르침은 자칫하면 단순히 그 개념을 파악하는데 그치게 되어 관념적 이해에 머무르기가 쉽다. 그러나 관념적 이해는 영적 성장에 무익한 논쟁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차라리 이해하지 아니함만 못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삼특상을 통해서 일체법이 무상, 무아, 고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무상(無常)의 본질을 꿰뚫게 되면 무상(無相)해탈을 얻고, 무아는 공(空)해탈, 고는 무원(無願)해탈을 각각 얻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가정해 보자. 또 삼법인은 불교전반의 특징을 정리한 것으로서 불교가 무상을 가르치고, 무아를 가르치고, 열반을 가르친다는 의미로 법의 도장이라 이름하고 무상, 무아, 열반의 도장이 찍힌 것은 불교고 그렇지 않은 것은 불교가 아닌 것으로 이해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다음 단계에서 무상, 무아, 고, 공, 해탈 등의 개념들에 대해서 각각 심도 있고, 깊이 있는 공부를 했다고 해보자. 이와 같은 개념정의식의 교리적 이해를 통해서 우리들이 얻게 되는 이익은 무엇인가. 불교는 분명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것이 그 근본 취지인 만큼 소위 영어로 “so what?”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물음을 우리는 던지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 견해지만 중론에서 용수보살의 사바세계는 열반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즉, ‘고통=열반’이라는 등식이 초기불교(남방불교)의 삼특상과 대승불교(북방불교)의 삼법인을 통합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연결고리는 마음치료 영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우리의 실제 삶에 요긴하게 활용하기에는 뭔가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즉 어떻게 ‘고통=열반’이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방법론이 보이지 않는다. 평범한 우리들의 눈에는 지나친 비약으로만 느껴질 뿐이기에 맹목적 믿음과 추종은 오히려 현실과의 괴리를 낳고 때로는 공허감을 증장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세친(Vasubandhu)보살은 우리들의 입장에서 보다 쉽게 단계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유식에서 왜 고통이 열반인지, 그 이유를 설명하고 고통을 열반으로 전환하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고통의 증상은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바로 열반의 거름이고 본질임을 이론과 실천수행법을 통해서 제시한 세친의 유식 심리학은 고통의 증상을 제거하고 없애려는 노력에서 출발한 여타의 서양 심리학, 심리치료와는 분명히 다르다. 고통이 없으면 깨달음도 없다. 그래서 사성제(네 가지 진리)의 첫 번째 진리가 고(苦)제인 것이다. 고통에 대한 자각, 알아차림이 바로 열반으로 들어가는 문이기 때문이다.


고통에 대한 자각, 알아차림은 치유적 관점에서 보면 고통에 대한 수용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우리들이 겪는 고통의 대부분은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 고통에 대한 거부, 부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즉 고통은 조건지어진 것이기 때문에 무상이다. 생주이멸을 한다. 그러나 고통에 대한 거부, 부정은 고통이 사라져도 거부하고 부정했던 그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이 괴로움의 근원이다.


그래서 불교에서의 마음치유는 고통을 거부하고 부정하는 그 마음을 알아차림으로서 고통을 열반, 깨달음의 디딤돌로 삼도록 돕는다. 고통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열반이 있다. 고통은 열반으로 향하는 문이다.

 

▲서광 스님 

결론적으로 치유적 관점에서 삼특상, 삼법인은 무상과 무아에 대한 자각이 괴로움의 순간을 열반의 순간으로 전환하는 핵심임을 가리킨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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