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행의 색깔

기자명 신규탁
한국 불교계에는 이름이 많이 알려진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등을 비롯하여 수많은 종단이 있다. 이 종단들은 무엇이 다르기에 서로 이름을 달리 붙였을까? 불교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일반 신도, 그리고 나라 사람 중에서도 조금만 관심을 갖은 사람이면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종단 이름-내용 ‘따로따로’

해방 이후에 헌법을 만들고 대통령을 뽑고 하는 것과 유사한 일이 불교계에서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단체가 갖추어야 할 각종 제도와 법규를 정비하게 되었고 종단의 이름도 새로 짓고 대표자도 뽑았다. 이른바 수행 공동체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종단 이름을 걸고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는 심도 있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이름과 내용이 걸맞느냐는 것이다. 정육점이라고 간판을 달고 고기는 안 팔고 야채만 파는 가게가 있다면 빈축을 산다.



종지-종풍 바로세워야

예를 들어 천태종이면 중국의 천태스님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천태 스님은 법화경에 남다른 신심을 보여주었고, 지관이라는 일종의 명상 수련법을 체계화하고 몸소 실천한 분이다. 그러면 한국의 천태종이 그렇게 하는가? 태고 스님 하면 고려 말에 임제선풍을 널리 선양하시고 화두참구를 강조하신 대선사이다.

지금의 태고종이 그렇게 하는가? 또 남한 최대의 불교 교단이라고 하는 조계종은 어떤가? 조계산을 연상시키는 종단 명칭이다. 조계산이 보조지눌선사가 수도하던 곳인지 육조혜능선사가 수도하던 곳인지? 어느 조계산인가? 육조혜능선사는 보리 달마의 남종을 표방하여 참선 일변도의 돈오무심을 연마하던 분인데, 반면 보조 스님은 이통현 장자의 화엄사상과 육조혜능 스님의 선사상을 통일적으로 이해하고 수도한 분이다. 지금의 조계종은 어느 조계인가?

인생살이에는 산 너머 산처럼 크고 작은 고민들이 많이 있다. 이 고민을 해결하는데 불교계의 인사들이 애를 쓰고 있다. 천태산에 살던 지의 선사는 법화경 신앙을 바탕으로 한 지관 수행이야 말로 인생살이의 고민을 해결하는 최선의 길이라 했고, 혜능 선사는 제 마음을 깨치는 돈오무심이 최선의 길이라 했다. 세상살이의 고민에 대한 진단이 달랐기 때문에 저마다 처방이 달랐던 것이다.

몸에 좋으면 됐지 뭐 콩이고 팥이고 따지냐고 역성을 낼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부처님이나 조사스님들의 말씀 치고 하나 버릴 것 없이 좋으니 모두 수행하면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말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필요한 영양소가 다르므로 진정으로 건강을 생각한다면 콩 팥을 가려먹어야 한다. 육조혜능 스님의 문도들이 편협하여 ‘불립문자’ ‘견성성불’을 주장하셨겠는가? 또한 해인사의 성철 선사가 견문이 좁아서 화두일념으로 수행 정진할 것을 당부하셨겠는가? 간절한 마음으로 이것만이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신 것이다.



화합, 수행가풍으로 이어지길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면 종지와 종풍은 분명했었지만, 열악한 여건 속에서 종단을 꾸려 가다 보니 이 부분을 교단적으로는 미쳐 손을 쓸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제는 다행히도 태고·조계·천태 등의 큰 교단이 저마다 갈등의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월드컵 4강만이 신화가 아니라 총무원장이 제 임기를 채우는 것도 신화 창조이다. 해방 이후 최초의 일일 것이다. 종단 내의 슬기롭고 착한 일꾼들이 노력한 결과라고 세상에서는 그렇게 알고 있다. 이 기세를 수행의 가풍 진작에 쏟아 부으면 천태산과 조계산에 불던 태고의 청량한 바람이 온 천지를 시원하게 해 줄 것이다. 불교는 수행의 가르침이다.



신규탁(연세대 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