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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스님 [상]

기자명 법보신문

‘금강경’ 만큼은 꼭 한번 읽어라

▲스님은 “잘 사는 법이 금강경에 있다”고 했다.

은산철벽을 뚫고 마치 광대무변한 허공으로 날아가는 봉황처럼 일생을 살다간 내소사 서래선림 조실 해안(海眼) 스님. 1901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열 살 무렵 마을 서당에서 한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 이미 인근 동리에 신동이 출현했다는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스님은 고매한 한학자가 ‘맹자’ 천 독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내소사에서 한학자 고찬 선생을 만나 수학하던 중 만허 선사의 눈에 띄어 절 생활을 시작했다.

 

스님은 이때 스님들의 수행하는 모습에 감명 받아 출가를 결심, 17세에 백양사에서 송만암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은 후 백양사 지방학림에 입학해 내전을 두루 섭렵했다. 그리고 이듬해 성도절을 앞두고 7일 용맹정진에서 은산철벽 화두 일념에 빠진지 7일 째 되던 날 저녁공양을 알리는 목탁소리 종소리에 이어 방선을 알리는 죽비소리가 울리는 순간 은산철벽이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경험을 했다.


이때의 환희심을 “목탁소리 나자 종 치고 또 죽비소리에 봉황은 은산철벽 밖에 날았도다. 만약 나에게 기쁜 소식을 묻는다면, 회승당 안에 만발공양이라 하리라”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이어 1920년 상경, 불교중앙학림에 입학해 2년간 전 과정을 졸업하고 1922년 중국으로 건너가 북경대학에서 2년간 불교학을 연수하며 견문을 넓혔다. 1925년 귀국한 스님은 수행에 힘쓰는 한편, 1932년엔 내소사 앞 입암리에 계명학원을 설립해 무취학 아동과 무학의 젊은이들을 교육하며 문맹퇴치운동에 헌신했다. 그러면서도 스님의 일과는 언제나 수행과 학문에서 한 치도 벗어남이 없었다.


그런 스님에게 특별한 경전이 있다. 스님이 첫 손에 꼽았던 경전은 ‘금강경’으로 만일 외우지 못하면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였다.


스님의 이러한 ‘금강경’ 사랑은 금산사 서래선림에서부터 시작됐다. 젊은 수좌들도 참선시간 외에는 ‘금강경’을 독송토록 했고, 선남선녀들을 볼 때마다 ‘금강경’ 독송을 권했다. 스님은 또 경전을 외우는 것은 물론 그 뜻을 알 수 있도록 한글로 번역해 인연 닿는 이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스님은 ‘금강경’을 놓고 “이 경전 만큼은 온 천하 사람에게 꼭 한번만이라도 읽히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잘 사는 게 어떤 것인지’, 그 답이 ‘금강경’에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근심과 고통이 없고, 원망과 분함이 없고, 공포와 비애가 없고, 미움과 질투가 없으며, 성쇠의 변함이 없고, 강제와 구속이 없고, 해탈과 자유가 있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확신한 스님은 “나는 가장 잘 사는 법으로 ‘금강반야바라밀경’을 말하고자 한다”며 직접 ‘금강경’을 읽고 외우기를 권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나’라는 상병(像病)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없고, 상병은 모든 병의 근원이 되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이 병을 다스리는 데 오직 ‘금강반야바라밀경’의 약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21년이나 되는 긴 세월을 설했다”고 부연한 스님은 스스로도 매일 잠들기 전 다시 한번 ‘금강경’을 염송하는 것으로 그날의 일과를 끝냈을 만큼, ‘금강경’을 소중히 했다.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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