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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바라밀-선정

기자명 법보신문

선정은 잡념이 제거된 고요하고 평화로운 상태
소외되고 격리된 ‘나홀로 고요함’과는 차별돼야

육바라밀의 다섯 번째는 선정바라밀이다. 선정(禪定)은 잡념이 제거되어 산란한 마음이 사라지고 한곳에 집중되어 고요하고 평화로운 상태다. 선정바라밀은 앞의 세 바라밀, 즉 지계, 인욕, 정진바라밀을 거치고 이들을 밑바탕으로 얻어질 수 있는 마음의 상태다. 물론 엄밀한 의미에서 이들 사이에 순서가 있기보다는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런데 선정바라밀 수행은 단지 마음을 가라앉히고 분별망상을 멈추어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음상태를 성취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앞에서 이미 밝힌바 있지만 육바라밀에서 핵심은 보시바라밀이다. 완전한 보시바라밀의 실천, 삼륜청정의 보시행에 다섯 바라밀,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이들 다섯 가지 바라밀로서 보시바라밀이 실천되어 질 때, 비로소 육바라밀이 완성된다는 의미다.


우리는 선정의 마음상태에 대한 개념, 정의에 대해서는 수없이 들어왔고 또 선정을 이루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하는 수행의 전형, 스트레오 타입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대승적 관점에서 볼 때 선정에 대한 스트레오 타입, 즉 사람과 동떨어진 외딴 곳에서 홀로 선정에 들고, 고요함에 머무르는 것이 과연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일에 어떤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일상의 인간관계, 특히 나눔의 관계 속에 선정의 형태, 에너지가 살아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소외되고 격리된 나 홀로 고요함을 초세간적 심리상태로 이해한다면 곤란하다는 의미다. 육바라밀에서의 선정은 보시를 행함에 있어서 내가 준다는 자아의식이나 받는다는 자아의식이 복잡하게 계산되고 대가를 기대하는 산란한 마음이 제거되어 고요하고 평정해진 마음상태를 의미한다. “행위는 있으되 행위자는 없다”는 ‘능가경’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시는 있으되 보시자는 없는 그런 상태가 선정바라밀이 아닌가 여겨진다.


‘금강경’에서 부처님과 수보리존자의 대화를 통해서 우리는 선정바라밀의 의미를 보다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를테면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당신이 한 가지 가르침이라도 설한 일이 있느냐고 하문하시니까, 수보리 존자는 부처님께서는 한 가지 가르침도 주신 일이 없다고 대답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진리를 가르쳐주는 법보시, 보시바라밀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을 엿볼 수가 있다. 행위는 있으되 행위자는 없는 주객일여(主客一如), 주객 이원성의 초월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선정바라밀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주고받는 보시행에 얼마만큼 선정바라밀이 잘 적용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인간관계, 사랑의 관계는 그 차원이 달라진다. 부모가 자식에게 한없이 베풀고도 준 것을 알지 못하고 의식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부모로서의 선정바라밀이라 할 수 있겠다. 또 부부간에 주고도 준 것을 알 지 못하면 부부의 선정바라밀이 될 것이고 친구사이에도 마찬가지다.


특히 요즘처럼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공격성과 끔찍한 범죄 사건들은 전도된 사랑의 요구와 주고받음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말해준다. 자기 마음이 주고 싶어도 상대의 필요와 상황을 무시한 채 무조건 퍼부어주는 것을 삼가고, 주기 싫어도 주어야 할 몫이 있으면 기꺼이 줌으로서 무절제하게 감정에 휩싸이는 일을 사전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

 

▲서광 스님

주고받는 관계에 올바른 타이밍과 상황에 맞는 절도 있는 친절과 인내, 노력은 선정바라밀의 기본이 된다. 그래야만 누가 더 주고, 덜 주었다는 손해 본 느낌 때문에 섭섭하고 화나는 산란한 마음으로부터 근본적으로 자유로울 수가 있을 것이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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