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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바라밀

기자명 법보신문

육바라밀에 방편·원·역·지 더한 게 십바라밀
4바라밀은 체득한 진리 삶으로 실천하는 과정

우리는 앞에서 육바라밀을 차례대로 살펴보았다. 물론 차례대로라고는 했지만 각각의 바라밀을 실제로 실천하는 상황에서 순서가 있다기보다는 서로 연기적이고 역동적 관계로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제 십바라밀을 살펴보기로 하자. 십바라밀은 육바라밀에 더해서 방편(方便), 원(願), 역(力), 지(智)의 네 가지 바라밀이 더해진 것이다. 그런데 이들 각각에 대해 언급하기 전 십바라밀의 필요성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왜 육바라밀로 충분치 않고, 이들 4바라밀이 더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우리가 부처님의 궁극적 가르침을 깨달아 가는데 육바라밀 수행에 더해 4바라밀이 더 필요한 이유를 찾기 위해 다음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어떤 한 수행자가 진지하게 깨달음을 열망하면서 치열한 구도의 길을 걸었다고 하자. 마침내 그가 깨달음을 이뤄 사람들을 향해 세상은 모두 하나고, 중생이 바로 부처라고 선언했다고 하자. 그런데 문제는 중생이 바로 부처라고 주장하는 것은 좋은데, 실제로는 어떤가? 말이나 주장이 아니라 진실로 중생이 부처라고 믿는다면, 부처인 중생에게 절을 하고 공경하며 가르침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도리어 부처인 중생들에게 삼배를 받고 설법하는 이유가 뭔가? ‘나’와 ‘너’가 하나고 진정 중생이 부처라고 믿는다면 말이다.


이번에는 또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 육바라밀의 지혜바라밀과 십바라밀의 지(智)바라밀은 어떻게 다른가? 솔직히 이와 관련된 정설이 있는지 여부를 모르겠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답을 찾아볼까 한다. 우선 유식30송의 용어를 빌려 설명하면 육바라밀의 지혜는 무분별지(無分別智)에 해당하고, 십바라밀의 지혜는 분별지(分別智)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무분별지는 자아의식(마나식)의 작용이 자각됨으로서 주객의 분별이 사라지는 단계다. 처음으로 진리를 비추기 때문에 견도(見道, 진리를 보는 단계)라고도 하고, 순수직관에 의해 보는 것이므로 직지(直知)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면에 분별지는 인식의 주체도 없고 대상도 없는 초세간적인 지혜다. 무분별지 단계에서는 진리를 보는 주체가 여전히 남아있다. 분별지 단계에 이르러야 주객이 모두 사라지고 각성만이 남게 된다. 즉 색(色)에서 공(空)으로 이동한 것이 무분별지라면 공에서 다시 색으로 드러나는 것이 분별지라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이제 육바라밀에 더해서 4바라밀을 더 닦아야 하는 이유는 자명해 진다. 무분별지, 즉 견도에서는 그야말로 그냥 진리를 보는 단계다. 그런데 진리를 보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진리를 본다는 것은 여전히 보는 나와 보여지는 진리는 하나가 아닌 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리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가 본 그 진리를 내면화, 내재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재화는 온 몸, 온 마음으로 체득되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체득하고 내재화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십바라밀의 4바라밀이 바로 자기가 본 진리를 내면화하고 내재화하는 과정, 방법인 것이다. 즉 인식의 주체인 자아와 인식의 대상인 타자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진리를 아직 미처 깨닫지 못한 타자들에게 보시하는 것이다. 자신이 본 진리를 남들도 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알려주고 가르쳐주는 방법, 과정이 바로 4바라밀일 것이다.

 

▲서광 스님

한마디로 십바라밀은 육바라밀 수행에서 얻은 지혜를 실제 삶과 인간관계 속에서 실천해 가는 과정이다. 그것을 실천하는 자들이 바로 보살이고, 그 보살의 종착점에 부처가 있는 것이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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