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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바라밀-방편

기자명 법보신문

불법을 전하는 법보시가 방편바라밀
방편의 모양은 자비심…본질은 지혜

방편바라밀은 육바라밀수행에서 얻은 지혜, 즉 너와 내가 독립적이고 절대적으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연기적으로 존재하며 상호의존적이고 차별이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깨우치는 수단·방법을 터득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수단·방법은 고통 받는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위로하고 돕는 행위를 통해 몸으로 체득해 가는 과정이지 머리나 이론, 관념으로 알아가는 것이 아님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유식적 관점에서 보면 방편바라밀을 행하는 자들은 일단 진리를 보는(유식5위의 세 번째 단계인 견도) 단계에 도달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대승보살이라 할 수 있겠다. 그들은 자아를 타자와 차별화하면서 타자보다 잘나고 싶고, 튀고 싶어서 애쓰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향해 사실은 자아와 타자가 동일한 것이니 그리 애쓰지 말고 내려놓아도 좋다는 진리를 전하는 메신저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설명하고 가르치기 위해서 온갖 방편들을 고안하게 되었다.


아마 인류의 종교사에서 가장 복잡하고 많은 교리서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불교가 아닌가 싶다. 뿐만 아니라 각종 다양한 의식과 명상기법 등을 감안하면 어떨 때는 너무 복잡하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방편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과 조건에 맞는 객관적·합리적 유연성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만 어느 것이 방편이고 어느 것이 방편이 아닌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즉 방편바라밀의 목적은 법보시인데, 법보시의 여부를 판단하는 준거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아무나 부처님 법을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법보시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치 거리에서 예수불신지옥을 떠드는 자가 사실은 가장 반 기독교적 이듯이 말이다.


불교에는 지혜로운 자가 그릇된 법을 행하면 그릇된 법이 올바른 법이 되고 어리석은 자가 올바른 법을 행하면 올바른 법이 그릇된 법이 된다는 가르침이 있다. 여기서 지혜로운 자를 지칭하는 것은 적어도 육바라밀 수행을 어느 정도 완성한 이를 가리킨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럼 아직 육바라밀을 충분히 닦지 않는 자는 부처님 법을 말하거나 가르칠 수 없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다만 자신이 누군가를 가르친다든지 법보시를 행한다는 착각을 내려놓고, 그냥 더불어서 함께 공부하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도반이라는 자세를 갖는 것이 보다 사실적이 아니겠는가 하는 의미다.


우리 가운데 더러는 육바라밀 수행도 제대로 행하지 않은 단계에서 부처님 법을 가르치고, 법보시를 하고 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충분히 받으면서도 자신을 스승이라 여기는 경우다.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받고 가르치는 것은 서비스업에 해당하는 것이지 법보시가 아니다. 법보시와 직업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법보시는 무분별의 지혜를 분별의 현상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나누어주는 작업이다. 그리고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다른 정신적 세계를 잇는 다리역할이 바로 방편바라밀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방편의 모양은 자비심이고 방편의 본질은 지혜다.

 

▲서광 스님

부처님 법을 전달하고 나누는데 최상의 방편바라밀은 나누고자 하는 대상과 친구가 되는 길이다. 진실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다정한 벗의 소리로 다가갈 때 불법은 난해함과 진부함으로부터 벗어나서 생동감, 신선함, 자유 등 고유의 모습으로 되살아 날 수 있다. 굳이 법사, 스승의 지위를 선호한다면 적어도 육바라밀수행을 온전히 행한 뒤에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여겨진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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