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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암 스님 [중]

기자명 법보신문

‘선관책진’ 읽고 입산 출가 결심

▲ 스님은 염화실 다락방에서 조사어록을 보기도 했다.

일본에 체류하면서 일본 고승 일휴 선사의 모친이 쓴 유언문을 보고 발심한 혜암 스님은 ‘선관책진(禪關策進)’에 나오는 “나에게 한 권의 경전이 있으니, 종이와 먹으로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네. 펼치면 한 글자도 없으되, 항상 큰 광명을 놓고 있도다.”라는 게송 한 구절에서 입산 출가를 결심했다.


일본에서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것이 보람 있고 옳은 삶인지 고심하며 수많은 서적을 뒤적였고, 그 가운데 ‘선관책진’ 속 게송들이 마음에 닿아 탐독했던 혜암 스님은 일휴 선사 모친의 유언문을 보고 진리를 향한 마음이 간절하던 중, 바로 그 ‘선관책진’에서 비로소 나아갈 바를 정할 수 있었다.


‘선관책진’은 중국 명나라 말엽 항주 운서사의 주굉(株宏) 선사가 ‘대장경’과 ‘조사어록’ 중에서 요점을 추려 엮은 참선수행 지침서로 1600년에 처음 개판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 범어사에서 현토해 처음 발간한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여러 조사의 법어를 간추려 모은 것으로 황벽 이하 역대 조사의 법요 39문을 수록했고, 두 번째는 도안대사 정진담 이하 47조를 수록했으며, 세 번째에는 여러 경론 중 참선학도에게 필요한 대문(對門)을 모은 것으로 반야경 이하 47조를 간추려 넣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주굉이 평을 가하였다. 때문에 이 책은 예로부터 종문에서 ‘벽암록’, ‘임제록’ 등과 함께 종문칠서(宗門七書)라 하여 선수행 입문제일서(入門第一書)로 불렸다.


그렇게 일본에서 입산 출가를 결심한 혜암 스님은 1945년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되자마자 귀국길에 오르면서, 귀국 후 곧바로 부모에게 인사드리고 출가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러나 부모의 반대가 적지 않아 출가 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고, 결혼을 서두르는 부모에게 “비구니 스님이라면 결혼하겠다”는 말로 자신의 굳은 결심을 알리면서 겨우 백양사를 거쳐 해인사로 출가할 수 있었다.


혜암 스님은 출가 후 오로지 참선만을 고집했으며 효봉, 동산, 경봉, 성철, 향곡, 서옹, 전강 등 당대 고승들의 회상에서 안거를 나며 정진에 정진을 거듭했다. 이처럼 쉼 없는 정진은 한평생 수행의 방편으로 삼아 지켜온 장좌불와 및 일종식과 어우러져 훗날 스님을 ‘가야산 정진불’로 부르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스님은 출가 이후엔 염화실 다락방에서 조사어록과 대장경 등을 보는 것이 책 읽기의 전부였으나, 옛 조사들의 가르침만큼은 철저히 따랐고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도 조사들의 수행지침을 아낌없이 전했다.


그 중 스님은 자신을 따르며 공양주 소임으로 시봉하던 광명화 보살에게 중국 고봉원묘의 제자 천목중봉이 제자들에게 당부한 수행지침 중 “도 닦는 마음을 견고히 하여 모름지기 반드시 견성할 지어다. 화두를 꼭 붙들고 생철을 씹듯이 하라. 좌복 위에 길이 앉아 옆구리를 땅에 대지 말라. 불조의 말씀을 잘 읽어서 항상 스스로 부끄러워하라. 계의 몸을 청정하게 해서 몸과 마음을 더럽히지 말라. 말을 적게 하고 음성은 낮추며 장난치고 웃는 일을 좋아하지 말라. 항상 빗자루를 들고 다니며 집 안의 먼지들을 쓸어내라. 도를 닦는 행에 게으름이 없으며 음식을 배불리 먹지 말라”는 대목을 종이에 써서 전하며, 이를 스승으로 삼아 공부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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