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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빈(貧)티도 부(富)티도 없는 승보

기자명 법보신문

붓다는 인간이 우주 터 속에서 살 방편 설파
승보는 무가보 지녀 빈티도 부티도 없어야

영가대사의 말을 귀담아 듣자. “궁색한 부처님 제자 입으로 가난타 말하나, 실로 몸은 가난해도, 도는 가난치 않음이라. 가난한 즉 몸에 항상 누더기를 걸치고, 도를 얻은 즉 마음에 무가보(無價寶=무한한 가치를 지닌 보배)를 감추었도다.” 우리 불자들은 무엇이 삼보(三寶=佛寶/法寶/僧寶)인가를 안다. 부처님은 존재론적 진리를 처음으로 깨치신 이요, 법은 이 세상에 미만된 존재론적 진리의 실상을 말하고, 스님은 그런 진리를 믿고 실천하는 무리들을 말한다. 존재론적 진리를 깊이 가슴에 품고 실천하는 무리중에서 소유론적 진리를 가까이 하는 인물이 있을 수 없겠다.


소유론적 진리는 재화와 돈에 대한 욕심을 가슴에 지니고, 그것을 더 많이 갖기 위하여 탐욕을 쉼없이 표출하는 마음을 말한다.


그러면 탐욕을 불러 일으키는 돈과 재물은 나쁘고 저주스러운 것인가? 우리는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법이 중도의 길이라는 것을 모두 잘 안다. 돈과 재물에 대한 탐욕이 나쁘지, 돈이나 재물 그 자체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법을 잘 이해해야 한다. 한국불교는 유교적 도덕원리주의의 영향으로 너무 흑백적 원리주의적 사고와 친하게 지낸다. 조선조 500여년 간 살아남기 위하여 유교 눈치보면서 익힌 도덕원리주의의 습성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 습성이 도덕원리주의(=선악원리주의)다. 선악이 백로와 까마귀와 같이 어떤 실체처럼 이원적으로 분리되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착각이 곧 도덕원리주의다. 부처님의 법은 선악이란 실재가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것의 존재양식은 다 선악의 이중성을 겸비하고 있는데, 다만 사람들이 그 이중적 존재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방편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돈과 재물도 하나의 방편에 불과하다. 우리가 그것을 어떤 방편으로 쓰고 있는가 함에 의하여, 돈과 재물이 선도 되고 악도 된다. 돈과 재물을 요물이라고 무조건 멀리 하는 마음도 그것에 집착하는 탐욕스런 마음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우리 승보들은 돈과 재물에 굶주린 마음을 경험해서는 안된다. 그것에 굶주리게 되면, 그것에 대한 부정적 집착이 강렬하게 일어나서 수행에 방해가 된다. 부정적 집착은 탐욕과 마찬가지로 자유스럽게 해탈된 마음이 아니다. 돈과 재물에 대하여 자유스런 해탈심을 가져야 자유롭게 돈과 재물을 관리할 수 있고 그것을 선용할 수 있다. 돈을 잘 쓰면 그것이 관세음보살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그것이 마구니의 짓을 한다는 경봉스님의 가르침을 잊지 말자.


존재론적 사고방식은 소유론적 사고방식처럼 물욕의 노예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금욕주의 처럼 가난을 우상숭배 하지도 않는다. 존재론적 사고방식은 가난하게 살면서 유교처럼 도덕적 의(義)를 추구하지도 않는다. 도덕적 의는 자연에는 없고, 인간이 관념적으로 만든 허상일 뿐이다. 유교와 기독교처럼 허상에 젖어 도덕적 의를 성스럽고 고결하게 여겨서는 안된다. 부처님은 그런 가르침을 설파하지 않았다. 우리 승보들과 불자들은 자연에 있는 존재자들이 어떻게 생존하는가를 잘 살피고 그대로 살아가면 된다. 그들은 탐욕스럽지도 않고 생존하기 위하여 열심히 일한다. 존재론적 사고방식은 바로 자연적 사고방식이다. 부처님의 사고방식은 자연으로서의 인간이 우주의 터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편을 설파하셨다.

 

▲김형효 교수

그래서 승보는 빈(貧)티도 없고 부(富)티도 내지 않는다. 영가스님의 말처럼 몸에 누더기를 걸처도 승보는 전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마음에 무가보(無價寶)를 지니고 있어서 빈티를 내지도 않고, 소유하지 않으므로 부티도 내지 않는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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