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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 스님 [하]

기자명 법보신문

“경전은 본래의 불성 찾는 길 제시”

 

▲스님은 마음 법문 중 금강경을 자주 인용했다.

 


서암 스님은 이미 생사의 기로에 서며 죽음의 공포를 뛰어넘었고, 수행 끝에 도를 얻음으로써 수좌로서의 그 결기 또한 남달랐다. 그러나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종단 일에도 관여할 수밖에 없었고 종무원장, 총무원장, 종정의 자리에 앉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자리에나 조금의 집착도 없었고 항상 미련 없이 훌훌 털고 스스로 떠나갔다. 때론 억울한 말을 많이 들었음에도, 그런 말에 마음 쓰지 않고 닭 벼슬 내려놓는 마음으로 떠나갔다. 그리고 문중 간 다툼과 이해관계에 매몰된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종단마저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스님은 부처님 법대로 살아가는 자유인이었고, 법을 찾는 곳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이 찾아가 법을 들려주었다. 그렇게 법을 설할 때면 ‘금강경’ 말씀 인용하기를 즐겨하기도 했다. 어느 자리에선가는 “금강경에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이라고 나온다. 이 세상의 일체 함이 있는 법은 꿈이요, 환이요, 거품이요, 그림자와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 같나니 응당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라는 뜻”이라며 일체가 머무는 바 없음을 강조했다. 또 다른 곳에서는 “금강경에서 말씀하셨듯, 과거심도 없고 현재심도 없고 미래심도 없는데 우리 사바세계는 그 없는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해서 무한히 죄를 짓고 벌을 받고 상념을 일으키고 희로애락을 느끼고 있다. 그것은 몇 시간 단잠에 몇 생을 거듭나는 삶을 꿈꾸기도 하는 것과 같다”며 집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스님은 그러면서 “불교의 온갖 번잡한 경전과 가르침은 바로 그 마음 곧 자기 본래의 불성을 찾는 방법과 길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 작은 깨침으로 불경과 조사어록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라. 눈이 한결 밝아지고 눈앞에 새로운 세계가 전개될 것”이라며 경전 읽는 자세를 자세히 일러주기도 했다.


그러나 스님은 이처럼 경전이나 조사어록 읽기를 권하면서도 “실질적으로 행동하면서 살아야 한다”면서 “행동할 때 불교의 천만 가지가 떠오르고 알아진다”고 실천행을 강조했다. 그래서 스님은 “이론이 아닌 실천으로 진지한 마음으로 따르고 배우면 차츰 환희심이 생겨난다. 운력과 심부름을 시켜도 단순히 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 까닭이 있어 시키는 것이고, 그 모든 것이 살아 있는 공부다. 그런 후에 차츰 경전도 보고 기도도 하고 마침내 정진에 힘쓰면 날이 갈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확신이 여물어 간다”고 공부하는 자세를 설명했다.


평생 선 수행을 바탕으로 법문하고 공부했던 스님은 선에 있어서도 생활 속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이란 것은 어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무리 금쪽같은 진리라 하더라도 일상생활을 여의고는 우리 인간에게 하등의 이익이나 상관이 없다. 일상생활에서 손 움직이고 발 움직이고 울고 웃고 이웃 간에 항상 대화하는 그 속에서 24시간 불교를 찾는 생활, 그것이 선”이라는 것이 스님의 가르침이었다.
자신의 삶 또한 그렇게 살아갔던 스님은 후학들에게 “중은 걸사다, 어디 가서 밥 한 그릇에 간장 한 종지라도 달갑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그 가운데 화두가 생명이니 이를 놓치지 말라”고 강조했고, 열반에 들기 전 “그 노인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라는 한마디만을 남기고 떠났다. 게송도, 법문도 아닌 평범한 말이었으나, 가장 불교적인 한마디가 아닐 수 없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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