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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인간관과 세계관-연기①

기자명 법보신문

연기법은 불교 가르침과 인간관의 핵심
사성제는 연기를 깨달아가는 개념적 틀

우리는 지금껏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론(교학)과 실천(수행)의 두 측면에서 대충 살펴보았다. 이제부터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해를 위해 다소 색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보고자 한다. 물론 앞으로 소개될 가르침들은 이미 앞에서 다루었던 내용들도 있을 것이고, 또 전혀 다루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들도 있을 것이다.


흔히 팔만사천 법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마음 심(心)자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익히 들어왔다. 그런데 부처님 가르침에는 마음 심(心)자에 못지않게 중요한 핵심단어가 있으니 그게 연기(緣起)다. 마음이 내적이고 주관적인 느낌이라면 연기는 외적이고 객관적인 느낌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부처님께서는 고타마 시타르타 태자로 계시던 어느 날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 인간의 모습을 보시고 고(苦)를 통찰하셨다. 그리고는 어떻게 하면 우리 인간들이 그러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를 화두로 삼게 되었고, 그 후 출가, 수도하시어서 깨달으신 것이 연기법인 것이다.


연기법은 분명 있는 그대로의 진리임에 틀림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붓다가 깨달은 인간관이고 세계관이기도 하다. 즉 우리 인간과 세계, 우주는 연기적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세계, 자연, 우주가 모두 연기적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독립적 존재, 관계가 아니라 상호의존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분리될 수 없는 유기적 관계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연기적 관계에 부합하는 존재방식, 삶의 태도, 관계방식은 자연이고, 선(善)이고, 웰빙이고, 깨달음이고, 열반이다. 반대로 연기적 관계에 위배되는 존재방식, 삶의 태도, 가치, 관계는 인위적이고, 불선(不善)이고, 탐진치 삼독이고, 고통이다.


누구든지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연기를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연기를 깨닫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45년간의 세월동안 우리들로 하여금 오직 연기의 도리를 이해하고 깨달아서 실천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펴셨다. 그 가르침을 듣고(聞), 사유해서(思), 일상의 삶과 관계 속에서 실천하도록(修) 노력하는 것을 우리는 깨달음의 길, 수행의 길이라고 부른다.


그러한 깨달음의 길, 수행의 길의 가장 단순한 형태, 기본적인 모델 가운데 하나가 사성제, 즉 4가지 거룩한 진리다. 첫 번째 진리는 연기적 존재방식, 태도, 가치에 위배되는 삶, 인식, 관계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고통이 존재한다는 가르침이다(고성제). 두 번째 진리는 연기적 존재방식, 태도, 가치에 위배되는 삶, 인식, 관계를 유발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자신이 상대적, 상호의존적인 존재가 아니라 독립적이고 절대적인 존재라는 사실에 집착하기 때문이라는 가르침이다(집성제). 세 번째 진리는 반연기적 태도, 방식, 가치 등을 제거하는 방식이 있다는 가르침이다(멸성제). 네 번째는 반연기적 태도, 방식, 가치 등을 제거함으로서 연기적 삶, 머무름, 관계를 실현하는 진리의 길을 완성해가는 가르침이다(도성제).


어떤 의미에서 사성제는 연기를 깨달아가는 개념적 틀의 성격이 강하다. 개인적 경험이긴 하지만 실제로 이를 수행에 적용시켜서 활용해 보면, 자칫 대상을 경험함에 있어서 치우치고 한정된 인과관계에 고정되어 분석적인 성향을 띠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광 스님
그 결과 경험의 대상을 향한 우리의 의식이 역동적이고, 확산되기 보다는 오히려 경계를 한정시키고 단절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다음 호에서는 연기를 통찰하고, 연기적 삶의 태도와 가치를 내재화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탐색해 보고자 한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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