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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곧 마음이다

기자명 법보신문

국민들 대다수가 “평생 노력해도 제자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아무리 노력해도 계층상승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50%를 넘고,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해야 할 30대에서는 그 비율이 무려 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11년 통계청 사회조사) 더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이전의 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점차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다. 우리 대한민국이 어디로 나가고 있는 것인가? 심각한 반성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이렇게 신분이 고착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 결론은 뻔하다. 갈등의 폭발로 우리의 역사는 다시한번 부러져서 방향을 선회하는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류가 멸망한다면 그 가장 큰 요인은 양극화일 것이라고 진단한 학자도 있다. 환경파괴보다도 더 위험한 것이 양극화라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는다는 것, 자신의 존재와 그 역할에 대해 자부심을 지니지 못한다는 것은 가장 원초적인 괴로움이다. 많은 대중들이 이러한 괴로움을 느끼고, 그것이 해소되는 방향보다는 증폭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그 결과야 말로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불교가 건강한 종교로, 또 사회를 이끌어가는 종교로 바로 서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불교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그 동안의 불교 모습이 건강치 못하고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종교로서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측면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모든 문제를 마음의 문제로 환원하는 듯한 모습, 현실의 괴로움을 마음 닦음으로 해결하라는 듯한 구호들, 그것들이 바로 불교를 그렇게 만든 주범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과 현실을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누어보는 사고방식이 연기적 가르침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현실도 마음과의 연기관계에 있기에 현실을 바꾸는 일과 마음을 닦는 일이 둘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올바른 관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모든 것을 마음으로만, 그것도 개인적인 차원의 마음으로만 환원하려고 하는가? 현실이 구조적으로 많은 괴로움을 쏟아내는데, 그 괴로움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마음 타령을 한다면, 불교는 한낮 자기 최면에 의해 괴로움을 잊게 만드는 최면술의 아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는데 그것을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쓰레기 더미에 향수를 뿌려 악취를 감추려는 짓과 같은 행태를 하는 종교가 될 것이다.


이제는 불교가 더 이상 현실의 문제를 마음에서 해소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오히려 사회 발전의 원동력을 마비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 바람직한 전환을 통해 증오와 폭력의 힘으로 사회가 변화됨으로써 더더욱 괴로움을 증폭시키는 것을 미연에 해소하는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현실의 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완전히 방관자적인 자세에만 머무를 수 없는 까닭이 여기 있다. 자비와 평등의 가르침을 근간으로 하여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그것에 어긋나서 많은 중생들의 괴로움을 늘리는 정책과 정치행태에 대하여는 추상같은 꾸짖음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성태용 교수

물론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이러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는 것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큰 원론적인 문제에 대하여 불교의 자세를 천명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차차 중도적 길이 정립될 것이다. 나아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대하여 불교적인 시각에서 엄한 검증을 하겠다는 것을 천명하고, 실제로 그렇게 할 수도 있다. 어렵지만 차분하게 건강한 불교의 모습을 갖춰가게 하는 이 길에, “현실이 곧 마음이니라!”하는 눈 푸른 납자의 일갈이 나오는 조계의 선풍을 기대하게 된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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