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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화두 ‘파사현정’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2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2.4%가 2012 희망 사자성어로 ‘파사현정’을 선택했다. 파사현정의 뜻부터 헤아려 보자. 파사현정에 접근할 수 있는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다. 중론을 지은 용수, 묵조선을 비판하며 간화선을 주창한 대혜, 그리고 길장이다. 필자는 중국 수나라 길장이 ‘삼론현의’에서 밝힌 파사현정을 통해 그 뜻을 짚어 보고자 한다.


삼론현의는 삼론종의 근본경전으로 중론, 백론, 십이문론의 대요를 밝힌 책이다. 여기서 길장은 ‘삼론에는 비록 세 가지가 있으나 그 뜻은 단 두 가지 길일뿐이다. 첫째는 바른 도리를 드러냄이요(顯正), 둘째는 그릇된 도리를 타파(破邪)함이라’했다. 여기에 근거해 볼 때 파사현정이란 ‘그릇된 것은 깨고, 바른 것은 드러낸다’는 뜻이라 할 수 있다.


대학교수 신문이 밝힌 파사현정의 뜻을 보자.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사악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 틀리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긋났고, 무엇을 따를 것인가. 무엇을 타파하고, 무엇을 드러낼 것인가.


교수신문은 ‘편법, 꼼수는 가고 정의가 바로 섰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올해 열리는 총선과 대선에서의 파사현정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치러지는 두 번의 선거와 직결돼 있음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간단하게 말하면 ‘꼼수’는 타파하고 ‘정의’를 드러내고자 하는 바람이 파사현정에 담겨 있는 것이다. 무엇을 통해서? 두 번의 선거를 통해서다.


본지는 이미 지난 주 새해 특집으로 ‘출재가 지도자 대상 2012 대선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설문결과 내용 중 주목해 보아야 할 대목이 있다. 차기 대통령이 풀어야 할 중요 과제로 ‘공정사회 구현’을 택했다는 점이다. 교계 지도자들은 왜 공정사회 구현을 갈망하고 있는 것일까? 역설적으로 말하면 현 정부와 여당의 국정운영 방식으로는 공정사회를 기대할 수 없다는 반증이라 하겠다.


그랬다. 이명박 정부는 공정사회 구현과는 거리가 멀었다. 종교편향이 이전 정권 때보다 심화되었다는 사실을 모든 불자들이 뼛속 깊이 인식하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는 작금의 실태에서 공정사회란 ‘이상’일 뿐임을 불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사대강 살리기’ 역시 사실은 ‘사대강 죽이기’였다는 것을, 이대로 가면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것을 불자들은 여실하게 직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파사는 무엇인가. 핵심권력을 가졌다 해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 하고, 중앙선관위 서버를 공격해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국회에서 날치기를 일삼는 정치세력이다. 현정은 무엇인가. 노동자들의 삶이 존중되는 사회, 대한민국 주권이 회복되는 사회, 생명의 존엄이 그 무엇보다 중요시 되는 사회다.


불자들은 ‘공정사회 구현’을 분명하게 선택했다. 대통령의 ‘신뢰’도 선택했다. 이제 통찰해 보아야 한다. 어떤 인물이 공정사회 구현에 나서는 지, 어떤 인물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 차분하게 반추해 보아야 꿰뚫어 볼 수 있다. 누가, 어떤 행보로 공정사회 구현을 거슬렀고, 누가, 어떤 행보로 공정사회 구현에 한 발짝이라도 다가갔는지 말이다. 남은 것은 선택이다. 그 선택은 투표를 통해서 이뤄지고, 투표는 실천을 통해 이뤄진다.


혹, 2012년 두 번의 선거가 국회 4년, 청와대 5년 만을 가름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오산이다. 우리는 현재 중차대한 시기에 직면해 있다. 양극화 해소, 한반도 긴장완화, 복지사회 구현의 초석을 지금이라도 다시 다져야 한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양극화는 심화되고, 한반도 갈등은 극에 이를 것이며, 복지사회 구현은 요원할 수도 있다.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새롭게 틀을 짜서, 거기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 넣어야 한다. ‘파사현정’은 교수들이 제시했지만 실현은 우리 손에 달려있다. 불자들의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식해야 할 때다. 2012 화두 파사현정은 다름 아닌 우리가 풀어야 한다.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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