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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둑질하는 아이

기자명 법보신문

아이들은 부모 심리·집안 분위기 비추는 거울

도벽 있는 아이는 애정결핍
선생님에 대한 믿음 있어야

 

일본 청소년들의 대부 히로나카 스님에게는 매달 수십 통의 상담편지가 찾아든다. 아이와의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의 편지부터 학교부적응, 거식증 등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까지 그 사연의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화목한 가정과 그로 인한 행복이다. 이는 한국 불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히로나카 스님이 실제 상담한 사례를 통해 한국 불자들에게 화목한 가정, 행복한 삶을 꾸리는 법을 전한다. 편집자

 

 

▲히로나카 스님은 항상 부모가 자식의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Q. 착했던 아들이 친구의 강요로 도둑질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은 성격도 온화하고 착한 아이입니다. 부모에게 반발하는 일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몇 일전에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우리 동네 편의점에서 전화가 왔는데, 우리 아들이 만화 그림이 그려져 있는 카드를 훔쳤다고 하더군요. 너무 놀라서 남편과 함께 부랴부랴 달려가 사과를 했고, 다행히 경찰이나 학교에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거짓말 한번 한 적이 없는 아들이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눈앞이 깜깜해지고 너무나 슬퍼졌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 물어보니 아들은 울면서 같은 반 친구가 그렇게 하라고 강요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우리 아들은 좀 소극적인 성격이고 운동도 별로 잘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친구에게 가끔씩 놀림을 당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도 친구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담임선생님에게 의논을 할까 고민도 해봤는데, 부모가 나서서 그런 상담까지 하면 오히려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또 담임선생님도 친절하게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답답합니다. 우리 아들은 이제 학교에 가기가 싫다고 합니다. 아들 친구들에게 분노를 느끼기도 하지만, 말대꾸도 못하고 친구에게 당한 아들에게도 화가나서 무심코 야단치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38세 주부)


A. “친구가 나쁘다” “담임선생님은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아니다” “당하기만 하는 아들에게 화가 난다” 등등. 어머니는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나는 항상 “아이들의 냄새를 잘 맡아라”라고 하는데, 그것은 분위기 파악을 잘 하라는 뜻입니다. 어떤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꼭 집안 분위기나 아이의 행동에 어떤 변화가 있기 마련입니다. 어머니는 생활 속에서 아이가 괴로워하고 있다는 ‘신호’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 냄새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 아닌가요?


특히 어머니의 편지 속에 아버지가 거의 등장하지 않은 것이 나는 마음에 걸립니다.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킬 때, 실은 부부간의 갈등이 있었다는 것이 흔한 일입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마유미는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사토미를 항상 괴롭히는 것이 유치원에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자기 딸이 왜 그러는지 고민하는 마유미 엄마가 나에게 상담을 하러 왔을 때, 나는 부부관계가 어떤지 물었습니다.


마유미 엄마는 실은 남편이 바람이 나 일주일에 두 번 밖에 집에 오지 않는다고 고백했습니다. 마유미 엄마는 남편에게, 그리고 남편과 불륜관계에 있는 여자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마유미 앞에서 억누르며 산다고 생각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마유미에게 전달되어 다른 친구를 괴롭히는 행동으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먼저 부부관계부터 잘 해결하도록 하고 마유미는 유치원에 그대로 다니게 하라고 했습니다.


일주일 후, 이번에는 마유미가 괴롭혔던 사토미 엄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딸 사토미가 매일 매일 유치원에서 마유미 때문에 고생하는데, 왜 마유미를 그대로 유치원에 다니게 합니까?”라고 항의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역시 사토미 엄마에게 부부관계가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사토미 아빠가 사업에 실패를 해서 빚쟁이에게 쫓기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토미네집 부모가 빚쟁이에게 쫓기는 마음이 사토미에게 그대로 전달이 되어 사토미는 항상 도망치고 싶어 했고 불안해했으며 쫓는 입장인 마유미에게 항상 쫓기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던 것입니다. 바로 아이들이 부모의 마음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던 거지요.


한 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부모님은 아이의 학교 담임선생님을 더 좋아하고 믿어야 됩니다. 어느 선생님이든 마음은 같습니다. 담임을 맡았을 때 아이들에게 잘해줘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것입니다. 부모는 선생님의 그 마음을 믿고, 선생님을 더 좋아하십시오. 엄마가 담임선생님을 좋아하면 아이들도 선생님을 더 좋아하게 됩니다. 학교와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이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의 근본(根本)입니다.


물건을 훔치는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에 메말라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찰이나 학교에 통보가 안되었다고 안심하지 말고, 어머니가 스스로 아이를 데리고 경찰서를 찾아가 아이에게 선악(善惡)의 구분을 잘 가르쳐주는 것도 아이에 대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어머니는 매일 매일 아이의 표정이나 행동을 잘 살펴보고 아이의 작은 변화라도 바로 감지(感知)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아이, 아이 아빠와 대화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조바심내지 말고 집안 분위기가 밝아지도록 유도하여 주십시오. 어머니의 용기가 필요할 때입니다.


추가로 가정에서 부모가 지켜야할 일 몇가지를 알려드리니 꼭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1. 아이의 성장에 항상 감사한다.
가끔 부부가 함께 아이가 어릴 때 찍은 사진을 보면서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태어났을 때, 생일잔치, 초등학교 입학식 등등, 그저 건강하게 잘 자라달라고 바랬던 그 마음을 다시 돌이켜보십시오.


2. 학교행사에는 꼭 부부가 같이 참석한다.
입학식, 체육대회, 공개수업 등 학교엔 여러 가지 행사가 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참석하지 않는 아버지가 많습니다. 될 수 있는 한 시간을 내서 아버지가 학교 행사에 참가하십시오. 아이는 그런 아버지를 좋아하고, 집안 분위기도 밝아집니다.


3. 아이를 칭찬하자.
부모는 항상 아이를 꾸짖기보다 칭찬하려는 마음을 가져야합니다. 이번 상담처럼 아이가 물건을 훔쳤다면 당연히 야단을 쳐야하지만, 그 이야기를 솔직하게 했다는 점은 꼭 칭찬해주십시오. 특히 아이가 어려운 이야기를 했을 때는 꼭 ‘말해줘서 고맙다’라고 아이에게 전해주십시오.


▲히로나카 스님
4.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때 아이 몸에 손을 댄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때 항상 아이의 몸에 손을 대세요.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면 아이를 꼭 안아주세요. 신체접촉을 통해 아이는 부모님의 사랑을 확인하고 믿음을 갖게 됩니다.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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