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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전 스님 [하]

직접 쓴 논설·수필도 100편 넘어

 

▲백양사 강사로 떠나는 운기 스님 편에 석전 스님이 만암 스님에게 보낸 서한(운기 스님이 석전 스님의 전강제자임을 밝힌 내용).

 

 

한국불교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학적 불교학을 추구한 학승 석전 스님은 평생에 걸쳐 동서양의 많은 글을 읽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석전의 독서와 글쓰기는 자신의 불교적 지성을 닦는 일이었다. 동시에 스님의 글쓰기는 불교적, 그리고 민족적 현실의 어려움을 타개하는데 역량을 쏟아 붓는 작업이기도 했다. 그 결과 석전 스님은 단행본 형식의 역서와 저술 9권을 비롯해 100여 편이 넘는 논설과 수필을 남겼다.


석전 스님은 학문은 물론 교와 선에 정통할 뿐만아니라 내·외전에 이르기까지 세간의 그 어느 학자보다 앎의 깊이가 깊었고 표현해 내는 방식도 뛰어났다. 또한 항상 나라가 처한 현실과 미래를 걱정하면서 중생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불법의 세계로 이끌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이 더 널리 이뤄져야 한다는 굳은 신념이 있었기에 인재양성이 우선되어야 하고, 불교의 사상과 이상을 현실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이다. 따라서 100여 편에 달하는 논설이나 수필 역시도 그 내용은 불교계의 내부적 비판과 자각을 촉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석전 스님이 운기 스님에게 내린 전강게.

 


스님의 그러한 사상은 1941년 유교법회에서 ‘범망경’을 강의한데서도 잘 드러난다. 스님은 ‘범망경’의 10중대게와 48경구로 보살계를 설명하면서도 36경구를 특히 강조했다. “불자가 이 몸을 치열한 불속이나 칼산에 던질지언정 삼세제불의 경·율로 일체 여인과 부정행을 짓지 않겠노라는 서원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당시 계율이 흐트러져 불법의 정수를 맛보지 못한 채 헤매는 출가 승려들을 향한 질책이요 간절한 당부이기도 했다.
스님은 또한 자신과 같은 지향점을 갖고 불교정화와 중생교화에 노력하는 이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동지적 입장에 있는 이들에 대한 스님의 지원은 그들이 내놓는 책에 기꺼이 발문이나 서문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10종 이상의 책에 발문과 서문을 썼다. 대표적으로 1918년 신문관에서 발간한 월창거사 김대현의 ‘선학입문’에 발문, 만해 스님의 ‘정선강의 채근담’에 서언을 써서 그들의 하고자 하는 일을 격려하고 지원했다.


스님의 책 사랑은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글에서도 잘 나타난다. 일례로 스님은 구암사에 있을 당시인 1915년 3월14일 창강 김택영의 ‘창강고(滄江稿)’를 모두 구입해 보고 싶었으나 돈을 마련하기 어렵고, 여기에 운반비까지도 적지 않게 들 것을 걱정하던 중 붓을 들었다. 그리고는 “현재 예금 금액이 1원 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머지 잔금을 음력 4월 말일까지 할부로 보낼 것이나 잘 부탁드린다”고 편지를 써서 보냈다. 이 책이 스님에게 도착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스님의 책 사랑이 어떠했는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한 세상을 불교와 민족 사랑으로 일관했던 스님은 1945년 76세에 이르러 주지 매곡 스님에게 “나 여기 세상 뜨려고 왔네”라며 정읍 내장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는 조선불교 초대 교정으로 추대됐음에도 산문 밖을 나서지 않은 스님은 1948년 4월8일 세수 79세 법랍 61세로 내장사에서 입적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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