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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희망이 빛이 보인다

기자명 윤청광
4월 초파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한국 불교계에 반가운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법장 스님이 새 총무원장에 취임하면서 종정예하와 원로회의 스님들의 뜻을 받들어 대사면의 영단을 내렸고 사면검토위원회에서도 대사면을 위한 종헌 개정에 합의했으며, 종회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그야말로 오랜만에 ‘대사면’과 ‘대화합’의 장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의 일방적 공격으로 전세계를 슬프게 만들었던 이라크 전쟁의 참상을 지켜본 우리들에게 조계종이 전례 없는 ‘대사면’을 단행,참회와 용서를 통해 화합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또 지난 10여 년 동안 두 개의 단체로 갈라져 있던 신도단체가 무조건 통합을 선언했다는 소식도 반갑기 그지없다. 김팔봉, 이후락, 최재구, 박완일 씨 등 기라성 같은 유명인사들이 회장을 맡아 장장 47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던 전국불교신도회가 뜻하지 않게 종단분규사태로 총무원 건물에서 나온 뒤, 종단에서는 종단산하에 중앙신도회를 창설해 신도단체가 전국불교신도회와 중앙신도회 두 개로 나뉘어 각 살림을 꾸려 보기에도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다가 법장 총무원장 스님의 영단과 선진규, 백창기 양쪽 신도단체 대표의 사심 없는 결단으로 조건 없는 통합을 이루게 되었다. 더욱이 반세기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전국불교신도회의 명칭을 사용키로 했다니 불교인의 드넓은 포용력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하기 그지없다.

천지(天地)가 동근(同根)이라는 불교집안에서 너와 내가 어디 있으며, 보수파 개혁파가 어디 있으며, 중앙회파 신도회파가 어디 있으랴. 이제 우리는 지난날 잠시 품었던 감정의 앙금과 찌꺼기를 모두 훌훌 털어 버리고 다 같은 일불제자(一佛弟子)로서 한마음 한뜻으로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온 세상에 드넓게 전하는데 나서야 한다.

반가운 소식이 또 한가지 있다. 그동안 우리 한국불교는 미래에 대한 준비가 전무한 상태였다. 세상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정보사회에서 문화사회로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는데도 우리 한국불교는 백년전이나 50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산신각, 칠성각, 물고기방생, 조상천도재에 매달려 고학력 지식사회에 대응하는 올바른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법장 스님이 새 총무원장으로 취임하더니 종단에서 미래의 불교 백년대계를 수립키 위해 종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그야말로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참으로 반갑고 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는 말 그대로 정보화사회요, 고학력사회요, 문화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모든 학자들이 예견하고 있다. 오늘은 하루에 두끼 밥도 먹기 어려웠던 시절이 아니다. 국민의 80% 이상이 글을 못 읽던 문맹사회도 아니다. 왕복 백여리 장터에 걸어서 오고가던 그런 시절도 아니다.

해마다 백만명 이상의 고학력자가 배출되고 자가용 승용차가 천만대를 넘는 세상이요, 세계 어느 구석에서 일어나는 일도 바로 그날로 현장을 바라볼 수 있는 인터넷 세상이 되었다.

이런 세상에서 옛날식의 불교로는 미래의 중생을 제도할 수 없다. 10년 후에 세상은 어떻게 변하고 세상 사람들의 마음은 또 어떻게 변할 것이며, 우리의 삶은 또 무엇을 추구할 것이며 무엇이 미래의 중생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
불교는 이제 구태의연한 잠에서 깨어나 정치, 경제, 산업, 문화, 예술의 변화에서 새로운 불교를 준비해야 한다. 21세기 고학력, 고소득, 첨단지식으로 무장한 중생들에게 산신각, 칠성각, 조상천도, 불공만을 요구한다면 불교는 머지 않아 박물관 진열장 신세를 면치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면에서 볼 때 불교백년대계를 수립하기 위해 종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한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한국불교의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윤 청 광/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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