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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 스님 [상]

후세에 ‘불경 번역 창시자’로 추앙

▲용성 스님은 부처님 부촉이 역경이라고 확신했다.

불교 개혁과 혁신을 실천했던 용성 스님은 1864년 5월8일(음력) 전북 장수 죽림리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이름이 상규인 스님은 어려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그 때문인지 여섯 살 무렵 아버지를 따라 냇가에서 고기를 잡다가 잡힌 고기가 불쌍하다는 생각에 모두 살려주는가 하면, 산에서 나물을 캐다가 아버지와 재혼한 어머니에게 고사리가 아프니 그만하자고 호소하는 등 남다른 감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일곱 살 무렵부터 한학을 배우기 시작해 문학적 재능까지 갖추는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중 열 네살 어느 밤 꿈에 부처님을 만나 정법 계승의 실천에 대한 계시를 받으면서 불교인연이 깊어졌고, 스스로 삶과 죽음의 문제를 고민하다 홀로 집을 나서 산사를 찾았다. 그렇게 찾아간 남원 교룡산성 덕밀암은 부처님을 만난 꿈에서 본 바로 그곳이었고, 그 절 주지 혜월 스님에게 부처님이 계시할 때 범종이 진동하였다 하여 법명을 진종으로, 덕밀암이 속했던 남원의 옛 이름이 용성이라는 이유로 법호를 용성으로 받았다.


스님은 당시 출가 심경을 “전세사를 잊지 아니하고/ 꿈 가운데 부처가 수기하였도다/ 덕밀암에 출가하니/ 그 부처가 꿈에 친견한 부처로다”라고 읊기도 했다. 여기서 처음으로 ‘화엄경’의 ‘보현행원품’을 만나 가슴에 새겼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온 부친에게 이끌려 다시 집으로 가야만 했다. 하지만 결국 1879년 열여섯에 재출가를 단행, 해인사 극락암에서 정식으로 출가득도한 후 수개월간 기본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달 후 각처의 선지식을 찾아 배우기로 결심하고 찾은 곳이 고운사다. 여기서 9개월 동안 수월 스님에게 전해 받은 주력수행을 시작했고, 3년여 동안 주력수행에 몰두하던 어느 날 문득 우주의 근원에 대한 자문자답이 홀연히 일어나면서 깨달음에 이르는 경험을 했다. 이때가 열아홉이었고 이후 본격적으로 선 수행에 입문해 4차에 걸친 깨달음의 과정을 거치면서 확철대오할 수 있었다.


스님은 이처럼 선사였음에도 오늘날엔 ‘불경 번역의 창시자’로 더 알려져 있다. 그 인연은 1905년 철원 보개산의 관음전이 낡아 증축할 때 틈틈이 ‘선문요지’를 저술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이미 확철대오한 스님이 선의 요지와 선에 이르는 내용을 가르치면서 정리한 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최초의 저술임에도 기록에서만 찾아 볼 수 있을 뿐, 지금까지 전해지지 않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스님은 1909년 어느날 또다시 꿈속에서 다시 만난 부처님께 ‘어찌하여 너는 전날의 정녕한 부촉을 잊었는가’라는 질책을 받고 꿈에서 깬 후 그 부촉의 뜻이 역경(譯經)임을 깨닫게 되었다. 당시 지리산 칠불선원에 있었던 스님은 이때부터 역경 준비를 시작했고, 이듬해 5월부터 7월까지 두 달에 걸쳐 기념비적인 저술 ‘귀원정종’을 집필했다. 그리고 그 인연은 1919년 3·1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고 나온 후 정열적으로 역경사업과 저술활동을 전개한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이었던 스님은 이때 1년6개월간의 옥고를 치르면서 불교의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 불교사상이 담긴 경전을 민중이 쉽게 읽을 수 있는 한글경전으로 번역하는 일이 무엇보다 선결과제임을 절감했다.


스님은 훗날 “감옥에서 각각 자기들의 신앙하는 종교서적을 청구하여 공부하며 기도하더라. 그때에 내가 열람하여 보니 모두 조선글로 번역된 것이더라. 그것을 보고 즉시 통탄한 생각을 이기지 못하야 이렇게 크고 큰 원력을 세운 것이다”라고 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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