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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 스님 [중]

삼장역회 설립 ‘금강경’ 첫 번역

▲용성 스님 진영.

서대문 형무소 수감 중 역경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출소 후 부처님 부촉이라 여기며 역경 작업에 나선 용성 스님에겐 크나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불교계 기득권 세력의 터부와 질시였다. ‘법당에 웬 풍금소리냐’며 찬불가를 반대했던 것처럼, 당시 교계에선 ‘그동안 써온 한문을 두고 왜 천한(?) 언문을 쓰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애써 외면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 스님의 뜻에 동조하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스님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지금 인류는 서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고 세상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누가 어려운 한문에 매달려 골치를 썩이며 세월을 바치려 할 것인가. 지금은 철학이나 과학으로부터 시작해 천문학, 정치학, 기계학 등 배울 것이 많은 시대다. 그렇게 배울 것이 많은 시대에 한문 하나를 배우기 위해 수 십 년씩 보내야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뿐 아니라 문명 발달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한문을 안다고 해서 종교의 진리까지 다 아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나는 반드시 한문 경전을 우리말로 바꾸는 일을 하겠다”는 서원을 더욱 굳건히 하고 역경에 착수했다.


용성 스님이 굳건하게 원을 세우고 가장 먼저 번역한 경전이 ‘금강경’이다. 이 경전은 1922년 1월12일 순한글 번역으로 ‘신역대장경’을 발간한데 이어, 같은 해 1월28일에 국한문번역으로 ‘선한문신역대장경’을 내놓았다. 스님은 이렇게 역경을 주도적으로 하면서도 사업은 삼장역회(三藏譯會)에서 추진하도록 했다. 삼장은 불교의 모든 진리를 전하는 경전을 총망라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삼장역회는 ‘불교 관련 모든 서적을 한글화 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스님은 이때 ‘금강경’을 간행하면서 1913년 처음 펴냈던 ‘귀원정종’을 재출간했다. 그리고 불교사상의 요체인 마음을 요약 정리한 ‘심조만유론(心造萬有論)’의 저술했다. 이 책은 대중들이 삼계가 유심이고 만법이 유식이라는 것을 접하면서도 그 실체와 본질을 알지 못하는 무지를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처럼 굳은 서원으로 시작한 역경사업은 점차 자리를 잡아갔고, 마침내 1922년 5월 봉익동 2번지에 민가를 구입해 대각교당이라는 간판을 걸 수 있었다. 불교 혁신을 위한 대각교 표방이 공식화된 시점이기도 했다. 이후 스님은 1925년 망월사에서 만일참선결사회를 시작하기 전까지 ‘수능엄경선한연의’, ‘수심정로’, ‘각정심관음정사총지경’, ‘금비라동자위덕경’, ‘팔상록’, ‘원각경’, ‘선한문역선문촬요’를 역경하고 저술해 당시로서는 많은 양에 해당하는 2만여권을 전국에 배포했다.


스님은 이어 일제 당국에 승려의 대처식육 금지 건백서를 제출해 불교의 전통과 계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으로 한글 ‘화엄경’을 간행하기도 했다. 이때 나이가 64세에 달했음에도 역경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또한 ‘화엄경’ 정신을 널리 보급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조선글화엄경 강의회’를 개최해 경전에 담긴 정신을 일반 신도 및 대중에게 알리는데 전념했다.


생의 막바지에 이르기까지 역경을 통한 책 사랑의 일면을 보여 준 스님은 1937년 삼장역회에서 발간한 ‘오도의 진리’에서 “사람들의 마음병을 다스리기 위해 십만 권의 경을 발간했으니, 이 경을 자세히 보고 수행하면 생사대사를 면하리라. 나는 지금 법문할 수도 없고 경을 다시 번역할 수도 없으니 이왕 번역한 경을 보아 생사를 면케 하시오”라며 대중들에게 책을 보고 내용을 익혀 수행과 생활의 힘으로 삼을 것을 당부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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