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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재혼 후 달라진 딸

기자명 법보신문

자식은 부모 모습이 투영되는 거울

주눅든 딸 모습 안타까워
부모가 먼저 마음 열어야

 

 

▲히로나카 스님은 “부모와 자식 간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은 딸이 걱정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딸에 대해서 상의 드립니다. 며칠 전 담임선생님과 학부모의 개인 상담 시간이 있었는데, 우리 딸이 수업 중에 갑자기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생님께 야단맞은 것도 아니고, 친구와 싸운 것도 아닌데 아무런 맥락 없이 교실에서 갑자기 우리 딸이 울음을 터트려 선생님도 많이 놀랐다고 하더군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나는 딸에게 그때 왜 그랬는지 물어봤는데, 딸은 별 다른 이유가 없다고만 대답했습니다. 우리 딸은 평소에도 말수가 적은 편이라 친구도 많지가 않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집에서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딸의 친구도 같은 반 서너 명 뿐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딸이 그런 성격이 된 것은 나의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사실 나는 재혼을 했습니다. 딸은 전 남편과의 사이에 둔 자식이고, 지금 남편과의 사이에는 네 살짜리 아들이 있습니다. 우리 딸은 집에 오면 항상 동생을 잘 돌봐주는 좋은 누나이기도 하지요. 동생은 귀여움을 많이 받아 자라서 어리광부리는 일도 많은데, 누나는 동생이 무슨 말을 하든지 잘 들어주고 늘 잘 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행동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재혼했을 당시엔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 남편은 내가 딸과 대화하고 있으면 불쾌한 듯 행동이 거칠어집니다. 피가 섞이지 않은 딸이 어색해서 그런지, 아니면 무슨 이유인지 잘 모르지만 물어보기엔 불편해 마음속으로 걱정만 하고 있습니다. 또 딸은 그것을 이해해서 그런지 몰라도 집에서는 항상 조용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들 간의 사이가 더 좋아질 수 있도록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쉽지 않습니다. 나는 왠지 지금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내 마음을 잘 전달할 수가 없습니다. 내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하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스님, 제발 도와주세요!  (35세 주부)

 

A. 아주 착하고 똑똑한 딸을 두셨네요. 당신의 딸은 아빠에 대한 엄마의 약한 마음을 헤아려 스스로가 엄마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항상 신경을 써서 행동하려고 하는 현명한 아이입니다. 그런데 열심히 마음을 쓰는 나머지 아빠에게 아양도 떨지 못하고 늘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지요. 그리고 아빠는 제 나이답게 천진난만하게 행동하지 않은 딸을 어떻게 대하야 하는지 몰라서 답답해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가족의 마음이 서로 맞물리지 않고 헛돌면서 서로의 관계가 어색해지고 있는데, 딸은 그것이 괴로워서 자기도 몰래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 것이 아닌가요? 가족간의 유대관계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신 스스로가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미 당신도 느끼고 있는 부분일지 모릅니다. 딸이 친구가 많지 않고 집에서도 항상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그 모습에는 엄마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投影)되고 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재혼했다는 이유로 당신 스스로가 남편과 주위 사람들에게 담을 쌓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당신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남편에게 스스럼없이 대하고 있나요? 또 먼저 차 한 잔 하자고 말할 수 있는 동네 친구는 몇 명 있는지요? 엄마가 먼저 남편에게 당당하게 행동하고, 스스럼없이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하루하루를 즐겁게 지낸다면 딸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날 것입니다.


당신은 혹시 “내 딸이니까 엄마 마음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딸에게 기대하는 마음이 크지 않을까요? 말로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엄마의 마음이 모르는 사이 딸에게 전달되어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을 당신은 알아야 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라면 아직 어리고 부모에게 철없이 어리광부리고 싶은 나이입니다. 그런 아이가 마음 놓고 어리광부릴 수 있도록 먼저 부모가 달라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당신 스스로가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빠와 딸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취미나 운동 등을 시작하면 어떨까요?


내가 한 가지 아쉽게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담임선생님과의 개인 면담 자리에서 딸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알았을 때, 엄마가 그것을 해결하려고 바로 행동하지 않고 “별일이 없다”는 딸의 말만을 믿고 시간이 흘렀다는 점입니다. 나의 모토는 “그날 일은 그날 해결하자”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인을 알기가 어려워지고, 아이는 마음속에서 엄마에 대한 믿음이 점점 약해집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조치할 수 있도록 하려면 평소부터 아이의 학교선생님과 자주 연락을 해서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엄마와 담임선생님이 서로 연락하는 노트를 마련하거나 해서, 평소부터 담임선생님과의 관계를 잘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가정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꼭 실천을 해 보십시오.


1. 엄마의 활기 넘치는 인사는 가족의 활력소가 된다.
스스로가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십시오. 아침마다 큰 소리로 잘 잤냐고 아이에게 물어보고 잘 다녀오라고 웃으면서 말을 거십시오. 아주 짧은 인사라도 엄마의 미소와 활기찬 목소리는 가족의 활력소가 됩니다. 엄마의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안심을 하고, 아빠도 기분 좋게 출근할 수 있습니다.

2. 아빠의 딸 관계를 우선으로 생각하자.
사춘기가 오면 아빠와 딸 관계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아직 어린 지금이야말로 딸과 아빠의 관계를 잘 가다듬을 수 있는 시기입니다. 아빠에게는 모든 일을 ‘딸, 아내, 아들’ 순으로 생각해달라고 이야기를 하고, 엄마도 항상 딸과 남편의 관계를 우선으로 생각하도록 노력해보세요. 특히 아빠와 딸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빠의 취미 생활이나 좋아하는 운동이 있으면 딸과 함께 할 수 있게 엄마가 신경을 써주세요.

3.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을 부부가 공유하자.
재혼을 결심했을 때 당신과 남편은 꼭 좋은 가족이 되자고 다짐을 했을 것입니다. 문제가 생길 때 마다 둘이서 그 때 마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딸을 데리고 결혼했을 당시의 사진, 아들이 태어났을 때 사진 등을 보면서 아이들의 성장을 기뻐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을 부부가 공유(共有)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부부간의 교육방침을 통일시키고, 아이들에게 선악의 구분을 확실히 가르쳐 주도록 하십시오.


▲히로나카 스님

4. 모녀 간 스킨십을 자주 하자.

엄마가 재혼했을 때 딸은 새 아빠가 생겼다는 기쁨과 엄마를 빼앗겼다는 서운함을 동시에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항상 엄마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십시오. 예를 들어 아침에 딸이 학교를 갈 때 꼭 손을 잡거나 안아주거나 해주세요. 그때 “학교에서 잘해야 된다” 등 압력을 주는 말은 절대 하지 말고, 그저 엄마의 체온을 느끼게만 해주면 됩니다.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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