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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 확 깬 문화로 불교 읽기

  • 불서
  • 입력 2012.02.1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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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현 스님의 불교, 문화로 읽는다’ / 자현 스님 지음 / 민족사

▲‘자현 스님의 불교, 문화로 읽는다’

“간혹 사찰 법당에 맨발로 들어가는 것을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어찌 이뿐이랴. 민소매와 핫팬츠도 문제가 된다. 그래서 태국의 왕궁사원이나 터키의 블루모스크처럼 덧입을 수 있는 행주치마와 같은 형식의 의복을 빌려주자는 의견도 있다. 법당에서의 기준은 붓다가 된다. 이럴 경우 맨발은 허용되어야 하는가, 아닌가(…) 육식도 마찬가지다. 유목문화 속에서 탁발에 의존했던 붓다 당시 승려들은 음식에 대한 선택권이 전혀 없었다. 말 그대로 신도가 공양하는 대로 먹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육식에 대한 거부는 존재할 수 없다.”


그동안 수많은 논문을 통해 불교를 설명해왔던 자현 스님이 불교라는 큰 주제를 교리, 역사, 인물, 문화, 윤리라는 필터를 통해 새롭게 조명한 책 ‘자현 스님의 불교, 문화로 읽는다’를 펴냈다. 스님은 책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불교라는 커다란 코끼리를 세세하게 짚어내는데, 맨발로 법당에 들어가면 어때, 승려도 고기 먹는다 등 그 시각이 아주 독특하다.


자현 스님은 책에서 이처럼 일반적으로 불교계에 고정화된 시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 의문엔 석가모니불이라는 표현 역시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석가모니불이라는 단어에는 존칭의 중복 문제가 존재하기에 바른 표현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도문화권에서는 중요 사원에 들어갈 때나 존경 받는 큰스님을 친견할 때 맨발을 종용받기도 하는데 왜 한국 법당에서는 맨발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일까, 또 부처님 당시에는 걸식을 하느라 육식을 거부할 수 없었음에도 요즘엔 왜 채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등 의문은 끝이 없다. 뿐만 아니라 원효 스님을 출가자라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피력하기까지 한다.


다소 위험스레 보이기도 하지만 스님은 이처럼 책에서 자신만의 유쾌한 고정관념 깨기를 이어간다. 어쩌면 일반인들이 의아해 하면서도 함부로 발설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직접 꼬집는 것이기에 더욱 흥미롭기도 하다.


그렇다고 책이 의문제기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불교, 문화로 읽는다’는 제목에서 보듯 오늘날의 문화를 불교적 시각으로 읽기도 한다. 특히 ‘불교, 스마트폰으로 읽는다’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스마트폰이라는 필터를 통해 재미있게 읽어냈다.

 

▲자현 스님

“선(禪)은 ‘육조단경’의 바람이 움직이는가 깃발이 움직이는가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마음의 철학이다. 즉, 인식주체를 통한 해법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선은 철학이라기보다는 미학에 가깝다. 스마트폰이 어플리케이션들을 통한 재조합의 각기 다른 새로운 규정성을 가진다는 것은, 사용자의 주관적 취미판단에 의한 것이므로 이는 다분히 선적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미학적이라고 하겠다. 즉, 애플은 외부의 디자인과 더불어 내용적인 부분에서도 철저하게 미학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성균관대, 동국대,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등 2개의 석사학위와 3개의 박사학위를 갖고 있어 일명 박사 스님으로 통하는 자현 스님은 왜 스님 입장에서 오늘날 한국불교에서 불문율처럼 내려오는 일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을까.


스님은 그 이유를 “과거를 정리해서 미래의 새로움을 힘입게 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노력이다. 그래서 과거를 추스려 또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불자라면 인연의 길고 짧음을 떠나 한번쯤 스님의 문제제기에 귀 기울여 볼 만하다. 1만3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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