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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불교는 기독교와 다르다

불교에서 절대적 존재로서의 신은 없어
공 사상은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의 부정

“종취도 통하고 설법도 통함이여, 선정과 지혜가 원만히 밝아 공에 얽매이지 않는도다. 나만 이제 통달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부처님 본체는 모두 다 같도다.”


부처님 가르침에 통달하고 그 가르침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설법에도 통달하면, 그런 사람은 이미 부처님의 마음인 선정과 부처님의 말씀하신 법의 이치에도 통달하여 자유자재 그 자체가 된 사람이라 하겠다. 그런 사람은 허공처럼 자유자재하니, 그 허공이라는 것에도 걸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바로 부처님의 본체와 모두 하나로 상통하므로 공이나 공이라는 생각마저도 없다.


불법과 예수의 법에도 근본적 차이가 있다. 불법에는 석가모니가 창안한 생각이 없다. 석가모니는 이 세상에 이미 무시이래로 있어 온 우주의 사실을 존재하는 그대로 알려준 것에 불과하므로 새롭게 발견된 어떤 것도 없다. 이 세상에 이미 있어 온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을 한 것이 불교요 또한 불경이다. 그러나 예수의 성경은 불경과 다르다. 예수의 성경에는 이 세상의 사실을 가리킨 것이 위주가 아니라, 예수의 생각이 가미되어 나온다.


예수가 성경에서 말하기를 ‘천지는 변하려니와 내 말은 변치 아니하리라’라고 언명하였다. 그래서 예수교는 변치 아니하리라는 예수의 말을 절대지존의 가치를 삼고 그것을 신봉하고 따른다. 예수교에서는 우주의 필연적 법칙을 인식하고 그것을 따르는 것보다 오히려 예수의 말을 절대지존의 의미로 여겨 그것에 순종하는 것이 더 높은 명령이 된다.


여기에 불교와 기독교의 가장 큰 차이가 일어난다. 어떤 불교도도 일점일획도 부처님의 말씀에 어긋날까봐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심지어 불교의 어떤 선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농담삼아 웃어 넘기며 부정하는 일까지 벌린다. 기독교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불교도에게 절대적인 존재로서의 신은 없다. 신은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의 무지가 만들어낸 가상이고 허상일 뿐이다. 부처님은 사후에 자기를 믿지 말고 오로지 법을 믿고 따르라고 일렀다.


나를 죽음의 위기에서 구하는 것은 무엇이 나를 죽음의 골짜기로 몰고 가는가 하는 대자연의 필연적 법칙의 인식이지, 어떤 인격적 존재자에게 살려달라고 비는 일이 절대로 아닌 것이다. 이것이 불교도의 정신 세계다. 불교도에게도 기도가 있다. 불교도의 기도는 존재하지 않는 인격적 절대자를 망상해서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삼라만상의 존재세계에 참여해서 거가에 가입하려는 사고방식과 같다. 왜냐하면 우주일체의 삼라만상은 다 마음이므로 내 마음이 더 크고 넓은 우주적 마음의 세계에로 솟아 오르려는 해방의 의미를 안고 있다. 여기서 우주일체가 다 마음이라는 법심론적 우주관은 인간중심적 인격적 우주관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불교가 말하는 공사상은 곧 인간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의 부정이라 할 수 있다. 인간중심적 생각은 결국 인간중심적 소유의식에 지나지 않다. 공사상은 인간자의식을 우주의 빈 허공으로 흩어버리는 마음과 유사하다. 그러므로 불교는 무엇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고집하고 전쟁을 할만큼 다투고 싸우는 일이 거의 없다. 이 세상에 종교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 역사를 생각해 보자. 아마도 불교가 가장 비 전투적일 것이다.


▲김형효 교수
오늘날 현대인이 절대주의를 내세우는 절대종교를 불신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불교는 그런 절대종교가 아니다. 공사상은 그런 절대중교의 부정과 같다. 공의 이념을 내세우는 전쟁의 현상이 있던가? 불교는 공의 이념을 주장하는 이념종교가 아니다. 어떤 이들은 모든 종교가 다 결국 같다고 주장하나, 불교는 이 세상에 어떤 주관적 생각을 주장하지 않는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kihyh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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