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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암 스님 [중]

경봉에게 보조 ‘간화결의’ 추천

▲한암 스님

보조국사 ‘수심결’ 내용 중 “만약 마음 밖에 부처가 있고 자성 밖에 법이 있다는 생각을 굳게 집착하여 불도를 구하고자 한다면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소신연비의 고행을 하고 모든 경전을 독송하더라도 마치 모래를 쪄서 밥을 짓는 것과 같아 오히려 수고로움을 더할 뿐이다”라는 대목에서 지견을 얻었던 한암 스님은 이후 수행과 후학양성 과정에서 보조 스님의 가르침을 금과옥조로 여겼다.


이후 1903년 해인사에서 ‘전등록’을 읽다가 “한 물건도 작용하지 않는다”는 구절에 이르러 의단이 끊어지는 경지를 만나 확철대오한 한암은 금강산 장안사 지장암에서 수행하던 중 1921년 건봉사 주지 이대련 등의 청을 받아들여 건봉사 조실로 주석처를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선의 요체 21개조에 대한 답변을 글로 정리하면서 선의 본질과 수행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선의 요체를 담은 것이다. 이때 이와 함께 행한 법어, 게송, 가사 등의 어록을 정리한 ‘한암선사법어’가 편집되기도 했다.


한암의 수행정신은 교와 선을 일치하는 교선일치, 정혜쌍수의 특성이 두드러진다. 때문에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의 정혜쌍수를 계승한 선지식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암이 보조국사를 대하는 면면은 경봉 스님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스님은 경봉 스님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만약 일생의 일을 원만하고 구족하게 하고자 한다면 옛 조사의 방편 어구로서 스승과 벗을 삼아야 됩니다. 우리나라 보조국사께서도 일생토록 ‘육조단경’으로 스승을 삼고 ‘대혜 서장’으로 벗을 삼았습니다. 조사의 언구 중에서도 제일 요긴한 책은 대혜의 ‘서장’과 보조의 ‘절요’와 ‘간화결의’가 활구법문이니 항상 책상 위에 놓아두고 때때로 점검해서 자기에게 돌린 즉, 일생의 일이 거의 어긋남이 없을 것입니다. 제(弟) 또한 여기서 힘을 얻은 것이 있습니다.”라고 했다.


스님은 이어 “또한 ‘서장’과 ‘결의’와 ‘절요’의 끝부분을 의지한다면 활구를 깨닫기가 쉽고도 쉽습니다. 이 말이 비록 번거로운 것 같지만 그러나 일찍이 방랑을 해보아야 나그네의 심정을 안다고 했으니 제발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만약 한 때의 깨달음에 만족해 뒤에 닦음을 지속하지 않으면 영가께서 말한 바, ‘모두 공이라고 여겨 인과를 무시하고 어지러이 방탕하여 재앙을 초래한다’는 것이 이것이니…”라며 천하의 경봉 스님에게까지 보조국사의 ‘절요’와 ‘간화결의’에 의지해 정진할 것을 재삼 당부했다.


스님은 또한 ‘보조선사 어록 찬집중간 서’에서 “보조선사께서 후학을 연민히 여기시어 경책하여 분발시키심이 매우 간절하시기에 그 연민과 경책 그리고 분발의 의지를 뜻이 같은 이들과 생각을 함께 하여 몇 편의 법어를 편찬하는데 스스로의 아는 바 옅음도 잊어버리고 감히 토를 달아 함께 사는 도반에게 준다”며 ‘보조어록’에 토 붙이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암은 자신의 깨침 역시 경전 열람이라는 계기에서 나왔음을 솔직하게 밝히기를 꺼리지 않았다. 하지만 경전과 어록 공부를 강조하면서도 항상 “참선을 거쳐야만 교학의 진수를 얻을 수 있다”며 선 수행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도록 후학들을 지도했다.


먹을 것이 부족한 시대였음에도 공부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이가 있으면 ‘적더라도 나눠 먹으면서 살자’고 했던 한암은 항상 보조국사의 어록이나 경전 강의를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스님은 “내가 아무리 법문을 잘해도 고 조사나 부처님만 하겠느냐. 법문을 따로 들으려고 하지 말고 경전이나 어록 속에 담겨 있으니 내 말보다도 부처님 말씀과 경전을 잘 배워야 한다”고 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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