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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일러스트연구소 김용덕 디자이너

중생과 2천년 희로애락 불교에 디자인을 입히다

 

 

▲ 김용덕 디자이너는 여생 동안 인류 정신문화를 이끌어온 부처님 가르침을 일러스트로 표현하겠노라 발원했다. 그는 진리가 각 가정 속을 파고드는 순간을 꿈꾼다.

 

 

 

어떤 사람들은 디자인을 단순히 제품의 외형 정도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디자인을 잘하고 싶다면 제품의 본질에 완벽하게 통달해야 한다. 겉핥기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런 일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맥북 에어, 아이팟, 아이폰 등은 기능을 최적화한 간명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애플사 CEO였던 스티브 잡스 신념이 빚은 결과다.


부처님 가르침은 2500여년 넘게 인류의 정신문화를 이끌어 왔다. 되풀이 되는 윤회 속에서 끊임없이 생멸하는 고통과 번뇌를 끊어낸 진리는 다양한 디자인을 입어왔다. 불교 예절이나 의식에서부터 사찰 건축, 옷, 액세서리, 그림, 사진, 글 등등. 늦깎이 불제자로 붓다 가르침에 현대라는 디자인 옷을 입히고자 뒤늦게 붓을 든 이가 있다. 아니 노트북을 켠 그래픽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김용덕(58, 도일)씨다.

 

대학생조차 불교 미신화

안타까운 맘에 작품 시작


계명대 미술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그는 홍익대 대학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상명대, 계명대, 장안대, 경원대로 출강했고 경복대 겸임교수를 역임하다 2000년 격월 인형전문잡지 ‘edolls’를 발행해 세간에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디자인 및 일러스트 스튜디오 ‘인(人)다움’을 운영 중인 그가 불교일러스트에 눈길을 돌린 건 2003년이다. 불교에 심취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대학생들조차 수업 일환으로 사찰 참배에 나설 때 사천왕상이 무섭다고 호소하는 게 안타까웠다.


“근대 이후 서구 문명 유입과 잘못된 미술교육 영향으로 탱화를 비롯한 불교미술이 일반인들에겐 무속으로 오해 받고 있습니다. 불교는 오랜 세월 우리 일상 속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해 온 종교이자 문화입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서구 지향 교육 탓에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조차 무속적이고 미신으로, 무섭고 저급한 그림으로 생각합니다.”


기독교 그림인 루벤스나 미켈란젤로 그림들이 가치있는 예술로 평가돼 화집이나 복제품이 일반 가정 서재나 거실에 쉽게 내걸린 현실이 못내 아쉬웠다. 찬란한 고려불화 등이 교과서에 박제된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부처님 뜻에 아름다운 미술 옷을 입혀 보다 친근하게 대중에게 다가가 진리를 알리고 싶었다. 평생 갈고 닦아온 능력을 썩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러스트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

 

빛 좋은 게살구로 부처님께 누가 될 순 없었다. 내공을 키워야 했다. 불서를 찾아 읽고 능인선원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동산불교대에서 법인 스님에게 불화를 배웠다. 분당에서 조계사를 참배하거나 가족이 다니는 하얀마음선원에 참석해 큰스님 법문도 꾸준히 들었다. 자신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타협 모르고 깐깐하던 ‘나’가 차츰 수그러들었다.


작품을 꾸준히 준비하다 2010년 인터넷에 블로그를 개설했다. 김용덕 불교일러스트 연구소(www.buddhaillust.net). 작품들을 내놓고 짧은 글들을 올려놨다. 불서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을 글에 싣기도 했다. 중생과 2500여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한 불교에 디자인을 입히겠다는 그의 평생 서원이 여물고 있는 온라인 공간이다. 작품은 단순한 듯 복잡하다. 허나 눈길을 붙잡는 힘이 돋보인다. ‘깨달음의 환희’는 반가사유상 미소에 꽃이 번진다.

 

일상에 녹아든 붓다 목표
9월12일 법련사서 전시


언어로 담을 수 없는 환희심이 보라, 빨강, 노랑, 검정색에 뒤섞여 발광한다. “반가사유상을 보면 생각에 깊이 빠진 부처님입니다. 하지만 정말 환희롭게 보일 때가 있지요. 정적인 불상에서 생동감이 보이는 겁니다.” 반가사유상에 환희를 덧입힌 그의 설명이다. ‘부처를 찾아서’는 삼매에 든 납자 뒤로 부처님 얼굴이 등장한다. 갸우뚱한 부처님 얼굴을 바로 세우려는 수행자의 정진이 아름답다. 혹 그림에서 똑바로 선 부처님이 거룩하다는 편견을 깨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중생 속에서 활발발하게 살아 숨 쉬어야할 부처님이 꼭 정적인 자세로 굳어있어선 안되리라. 뒤틀림이다. ‘사람’이 둥글어지면 ‘사랑’이 되는 이치와 같다. 박제된 생각을 조금 뒤틀어 작품 깊이를 깊게 했다. 부처님과 독대하고 앉은 ‘성불의 길’. 해탈과 윤회 고통 한 가운데 놓인 수행자의 고뇌가 가사장삼을 타고 흐른다. 연꽃비가 흩날리는 ‘지혜를 찾아 명상에 들다’는 청량함 그 자체다.

 

올 하반기 그의 작품을 오프라인에서도 만날 수 있다. 수원 참마음선원에서 사불수행을 이끄는 법인 스님에게 작품을 검증 받아 9월12일 서울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40여 작품을 전시한다. 천수관음보살 관음 42수 진언을 상징하는 작품도 준비 중이다.

 

▲깨달음의 환희.

“일러스트라는 현대적 장르를 방편으로 인류 스승인 부처님과 불교 가치를 오늘의 관점에서 표현하고 싶습니다. 불교가 우리 생활 속에 존재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불교가 무속이 아닌 고차원적인 정신세계에 기반을 둔 아름다운 가치임을 널리 전하고 싶어요.”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연못에 그가 돌 하나를 던지려 한다. 조약돌인지 바위만큼 큰 돌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나 쉬이  돌을 던지진 않는다.

 

비슷한 옷을 입은 붓다 가르침은 식상하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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