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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범부-8

기자명 법보신문

타종파들, 염불종 격렬히 공격
보리심 부정한다는 오해서 비롯

덧붙여 말하자면, 호넨 스님의 ‘선택집’이 세상에 유통될 때, 또한 염불종이라는 새로운 종파가 그 위세를 높이 떨쳤을 때, 남도(南都)와 북령(北嶺)에 있었던 자력문의 여러 종파로부터 격렬한 공격을 받았다. 심지어는 폭력조차 감수하였다.


그러나 결코 질투에 의해서만 초래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에 고승이었던 게다츠(解脫) 스님이나 묘에(明慧) 스님은 이치를 따져서 탄핵을 하였다. 염불행자는 보리심을 부정한다는 것에 의분을 느꼈던 것이다. 보리심을 발하는 것이야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닦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선택집’에 대한 모든 오해는 보리심조차 결여된 우둔한 사람, 하근기의 사람의 구제에 대해서만 오로지 서술하고 있음을 잊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자는 성도문의 길은 감당할 수 없다”고 하는 참회가 호넨 스님으로 하여금 ‘선택집’을 쓰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는 성도문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하근기의 사람들에게는 염불의 한 길밖에 없다는 것을 서술하고 있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염불의 한 길은 말법세상의 길인 것이며, 범부가 따라가야 할 길인 것이다.


▲야나기 무네요시
일찍이 고야산의 묘헨(明遍)승도는 ‘선택집’을 비판(難破)하고자 했으나, 어느 날 꿈에서 스님을 뵙고, 마침내 오탁악세의 이 세상을 돌아보고서는 “요즘은 너무나도 말세여서 우리들의 모습은 마치 중병에 걸린 사람과 같다”라고 절감하였다. 그리하여 삼론종을 버리고 비로소 염불문에 귀의하였다. 아마 게다츠 스님이나 묘에 스님의 오해는 호넨 스님이 가졌던, 하근기에 대한 자각을 간과했기 때문임이 틀림없다.  
 

일본불교사연구소 번역


* ‘선택집’ : 정식으로는 ‘선택본원염불집’.


* 남도와 북령 : 남도는 나라(奈良)를 말하고, 북령은 교토(京都)를 말한다. 수도를 나라에 두었던 시대에는 여섯 종파(六宗)가 있었고, 수도를 교토에 두었던 헤이안(平安)시대에는 천태종과 진언종이 새로 생겼다. 이 헤이안 2종 중에서 진언종은 고야산에 터를 잡았기에, 북령이라 하면 교토 서북쪽의 히에이잔(比叡山)을 가리키기도 한다. 남도육종과 헤이안 2종, 즉 8종은 모두 성도문이고 자력문이다.


* 게다츠 : 법상종의 스님 죠케이(貞慶, 1155~1213). 나라의 고후쿠지(興福寺)에서 활동하였는데, 당시 “오직 염불만 하자”는 호넨 스님의 전수염불(專修念佛)의 잘못을 비판하는 글 ‘흥복사주장(興福寺奏狀)’을 써서, 나라에 올렸다. 이는 호넨 스님과 그 문도들이 탄압당한 승원(承元)의 법난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것으로 알려진다.


* 묘에 : 화엄종의 스님(1173~1232). 호넨 스님의 ‘선택집’이 발표되자, “염불만 하면 된다”는 전수염불의 주장이 ‘화엄경’에서 강조하는 “보리심을 발해야 한다”는 교설을 부정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삿된 법륜을 꺾는다’는 뜻을 담아서 ‘최사륜(邪輪)’을 써서 발표하였다. 특히 이 묘에 스님은 원효 스님과 의상 스님을 존경하였는데, 이 두 분 스님의 전기를 그림으로 그린 ‘화엄종조사회전(華嚴宗祖師繪傳)’을 제작하였다. 그러면서도 화엄과 정토신앙을 회통한 의상 스님이나 “나무아미타불”을 민간에 널리 펼친 원효 스님과는 달리, (호넨 스님의 전수)염불을 비판하였던 것이다.


* 묘헨 : 삼론종, 진언종으로부터 호넨 스님의 정토종으로 귀의한 스님(1142~1224). 호넨 스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스님의 유골을 목에 걸고서, 칭명염불에 힘써서 백만편 염불행자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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