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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티베트의 천장(天葬)문화-상

기자명 법보신문

주검 속 영혼 하늘로 보내는 ‘회귀’ 의식서 유래

 

▲티베트의 천장(天葬)이라는 장법은 티베트인들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장례방법이다. 놀라운 것은 천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과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천장의식을 하기 전 망자의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마니차를 돌리며 온전한 의식을 기원하는 종교적 공간.

 

 

고대로부터 티베트인들 특히나 불교사원의 라마승들은 인간의 삶과 죽음, 그중에서도 죽음에 관하여 매우 독특한 사유체계를 형성하여왔다. 그들은 ‘영혼불멸(靈魂不滅)’이라는 화두를 붙잡고 스스로의 법력으로 ‘이동하는 영혼’, ‘전이(轉移)가 가능한’ 영혼의 연속성을 위해 평생 동안 명상과 수행에 천착하였다. 실지로 티베트에서 법력이 높은 고승(활불)은 죽음에 임해서 스스로의 능력으로 다음생의 환생(還生)을 능히 주관 할 수 있다고 한다.
티베트인들은 인간의 호흡이 멈추면(止息) 일정한 시간 내에 전문 주술사(훈련된 라마승)로 하여금 시체의 육신과 영혼(魂)을 온전히 분리해야 하며 영혼은 또 다른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에 일정한 시간 내에 ‘전송’돼야 한다고 믿는다. 티베트에서 윤회(輪廻)와 환생(還生)의 사상이 강력하게 자리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의 이러한 고도의 정신세계를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문화가 있다. 바로 ‘천장(天葬)’이다. 우리들이 표피적으로 알고 있는 인간의 시신을 전문 해부사가 해부하여 독수리에게 보시하는 전통적 장례방식이다. 천장은 조장(鳥葬) 또는 풍장(風葬)이라고 한다. 이는 하늘에 지내는 제사, 독수리에게 보시하는 제사, 그리고 바람에 인간의 육신(껍데기)을 원시적으로 맡겨버린다는 원시적 의미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하늘의 아들’이라는 민족의식 투영


티베트의 이러한 장법과 사상은 언제 어디로부터 기원한 것일까? 천장문화의 내원설(說)에 관련하여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3가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가 ‘인도 내원설(印度來源說)’이고, 두 번째가 ‘본토기원설(本土起源說)’, 세 번째가, ‘원시천장(原始天葬)’에서 ‘인간의 천장[人天葬]’으로 발전됐다는 ‘자연발전설[原始天葬發展人天葬說]’이다. 인도에서 넘어왔다는 설은 다음의 내용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11세기말 인도의 승려 딴바쌍줴(丹巴桑結)가 현·밀종(顯·密宗)에 득도하여 히말라야 넘어 티베트로 3차례 전도하러 오는 과정 속에서 천장의 의식과 방법을 전입해 주었다는 설이다. 그는 3명의 제자와 티베트로 진입하여 시지에파이(希解派)라는 새로운 종파를 형성 발전시켜나가기도 했다. 시지에(希解)는 티베트어의 음역이고 의미로는 ‘능히 잠들게 하다’의 뜻이 담겨져 있다. 이 종파의 승려들은 지정된 교의와 교법대로 수행을 한다면 언젠가는 스스로의 법력으로 생사의 오고감을 주관할 수 있고, 능히 번뇌와 그 근원을 차단 할 수 있으며 성불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 종파는 끝내 티베트에서 세력과 사원을 구축하지 못하고 14세기 말엽에 그 흔적을 완전히 감추었다. 두 번째 본토기원설은 중국 본토에서 전입됐다는 설인데 고증할만한 문헌과 사실적 기록이 전해지지 않아 설득력이 약하다. 이에 반해 ‘자연발전설’ 즉, 원시천장의 방식에서 인간의 천장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설은 비교적 신빙성이 있다. 왜냐하면 이 ‘자연발전설’에는 고대 티베트인들의 토착 종교인 본교(敎)의 장법 흔적과 내용이 여실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원시적 천장에서 오늘날의 인간이 주도하는 체계적인 천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어서 본교는 결정적 동기와 역할을 제공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처음 티베트인들의 시체 처리방식은 ‘자연천장’(自然天葬)이었다. 말 그대로 어떠한 인위적 의식과 절차 없이 시체를 산과 들에 그냥 버리는 것이다. 원시적인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당시(7세기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 티베트 사회를 장악하고 있던 본교(敎)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본교의 핵심교의는 삼계설(三界說)이다.


즉 세상은 하늘(天), 땅(地), 지옥(地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본교에서는 천신(天神)을 ‘찬(讚)’ 지신(地神)을 ‘년(年)’ 그리고 지하(地下)의 신을 ‘노(魯)’라고 명했다. 따라서 티베트인들은 고대 토번(吐藩)왕조의 제1대 법왕[讚普]인 네치짠푸(赤讚普)가 천신의 아들이라고 인식했으며, 그는 신령스러운 하늘로부터 내려왔다고 믿었다. 티베트인들은 이때부터 벌써 천(天)에 대한 숭배적 관념이 있었다. 천, 지, 인(人)중에서 천(天)에 대한 관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간의 영혼에 대한 집착과 믿음으로 승화되었다. 즉, 인간의 영혼은 육체적 소멸과 동시에 분리되어 하늘로 올라가야 한다[靈魂上天]는 관념이 생겨난 것이다. ‘하늘로 올라간다’는 훗날 살아있는 또 다른 생명체로의 전이, 이동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밀교적 의식, 포와(頗瓦)의 의식으로 발전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관념이 생기고 부터 매우 중요한 인물이 탄생했다. 바로 본교의 제사장 ‘무사(巫師)’의 출현이다. 그는 당시 유일하게 하늘과 접신(接神) 할 수 있고 하늘의 아들[法王=讚普]을 점지할 수 있는 능력자였다. 무사의 기본 역할은 인간의 영혼을 신이 존재하는 곳으로 안전하게 인도[通鬼神之路]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무사의 역할은 전방위에 걸쳐 발휘된다. 자료에 따르면, 당시 무사는 일반 티베트인들의 출생, 결혼, 상장(喪葬), 질병 등에 관한 문제는 기본이고 왕의 대소사까지도 참여했다. 예를 들어, 고대 토번왕조시기 장왕(藏王, 티베트 왕)의 상장방식과 처리문제, 그리고 새로운 왕의 직위문제, 전쟁, 회맹(會盟) 등에 관하여도 그의 참여와 역할은 필수적이고 광범위했다. 따라서 그에게는 자연스럽게 적지 않은 권력과 힘이 주어졌다. 무사는 심지어 하늘에서 왕의 후손이 내려오기를 기원하는 굿이나, 왕이 내려온 것을 축하하고 왕국의 안녕을 위해 신들의 도움을 청하는 종교의식을 주관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무사는 당시 신의 대리인이요, 티베트 민중들의 보호자였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무사와 그를 돕는 권력자(종교 지도자)들은 티베트인들의 시체[亡者]를 이용하여 생자(生者)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방법을 연구하였다는 것이다.


토착종교 주술사 역할 커지며 발전


그리고 결국 이러한 고심의 성과는 ‘원시적 천장’에서 오늘날 ‘인간이 주도하는 천장’ 모습으로 전환하는 결과를 낳았다. ‘원시적 천장’은 시체를 해부하지 않고 그대로 독수리나 들판의 야생 동물에게 던져 주는 것이었으나 후자는 본격적으로 인간이 해부를 주도하고 여기에 본교의 사상적 교리를 부여한 것이다. 이 둘의 차이점은 원시천장에는 종교적 색채가 전혀 없는 반면에 인간의 천장에는 종교적 의식행위와 주관자가 명확하게 있다는 것이다.
본교에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죽음에 관한 경전이 있다. 바로 ‘구승경론(九乘經論)’인데, 당시 본교도의 사망관(死亡觀)과 장례의식에 관하여 세밀하게 논하고 있다. 이 경전에서는 무려 360종의 죽음의 관하여, 그리고 4종류의 장례방법, 마지막으로 81종에 해당하는 인제(人祭)와 헌제(獻祭)에 관하여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나 구승(九乘)중의 하나인 ‘사행(斯幸=世間幸派)’편은 제사와 주술, 상장 방법에 관한 전문 지침서로 유명하다. 또한 본교의 전통 경전인 ‘색이의(色爾義)’나 ‘색이미(色爾米)’ 등을 살펴보면, 당시 제사의식에 관한 각종 행위와 의례절차 등을 예를 들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나 오늘날 티베트 천장터에서 행해지고 있는 생동적인 해부의 자세와 방법 및 절차 등을 담고 있어 본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본교의 장례방식에서도 주된 내용은 시체의 해부와 온전한 ‘영혼이탈’이었다. 인간의 시체 해부가 끝나면 곧바로 영혼의 전송식이 진행된다. 훈련된 주술사가 시체의 정수리에 손을 가져다 대고, 정수리를 통해 육체에서 ‘영혼’을 탈출시킨다. 그런데 이 의식은 오늘날 천장의식의 ‘포와(頗瓦)’라는 밀교의식과 매우 흡사하다.


티베트인들의 천장문화는 인도 문화에 연원을 두고 있으면서 티베트의 사회적 상황과 맞물려 티베트 특유의 장례의식으로 발전하였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티베트의 토착 종교인 본교의 교의와 제사형식의 영향 또한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본교의 삼계설과 당시 무사의 전 방위 역할은 원시천장에서 오늘날 인간의 천장으로 전환하는데 결정적 공헌을 무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본교와 오늘날의 천장의식은 상호 밀접한 역사적, 문화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는 본교와 천장의식 속에서 티베트인들의 내재된 정신세계(영혼의 연속성)와 고유성을 공통적으로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혁주 교수 tibet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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