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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 반드시 개혁 이뤄야

한 진보언론 기사는 비판을 넘어선 모욕

수행과 운영 분리된 사부대중공의제 필요

 

불교계의 내상이 깊다. 도박과 몰카, 듣기에도 민망한 추문들로 교계와 스님들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사건이 불거진 지난 몇 개월, 불자들에겐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부끄러워 낯을 들 수가 없었다. 부처님도 참담했을 것이다.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지 알 수가 없다. 진실한 참회는 기본이다.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우리 앞에는 피눈물 흐르는 인고의 세월이 업보로 남아 있을 것이다.


스님들의 도박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몰카는 중대한 범죄 행위다. 청빈한 수행자의 모습이 사라져 버린 출세간의 살풍경이 아프다. 도박이 아닌 일회성 놀이였다는 강변도 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수행자의 삶을 살겠다는 서원은 죽는 날까지 칼날 위의 삶을 맹세한 것이다. 종교, 그중에서도 특히 불교를 향한 세간의 눈초리가 더욱 매서운 것도 이런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님들의 행보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불교계를 향한 정제되지 않은 언론의 비수는 너무 아팠다. 비판은 진실에 맞닿아 있어야 한다. 적어도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품위를 잃지 않은 언론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틈틈이 망나니칼이 섞여 상처 난 목을 잔인하게 후려쳤다.


검찰은 도박사건에 관여한 스님들 중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는 벌금형을 내렸다. 개인의 판돈이 20~30만원에 불과하고 일회성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불구속된 2명도 벌금형에 처해야 하지만 국민감정을 고려해 부득이 기소했다고 밝혔다. 형법 제246조에 따르면 재물로써 도박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하지만 일시적 오락정도에 불과한 때에는 예외로 하고 있다. 국민은 정부의 무차별 불법사찰과 대통령 아들의 내곡동 사저터 헐값 매입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관련자 대다수에 면죄부를 줘 원숭이라 조롱받는 검찰이 새삼 국민감정을 고려했다니, 원숭이가 웃을 일이다. 과한 처벌에 당사자들도 억울할 것이다.


진실은 드러났다. 일회성이고 도박인지 놀이인지는 법정에서 따져봐라. 이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그럼에도 이들 스님들을 상습도박꾼으로 몰아붙이고 나아가 불교계 전체가 도박중독에 걸린 것처럼 여론몰이에 나선 것은 과했다. 크고 작은 전과들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 온 이들의 폭로를 여과 없이 보도하며 부풀리기에 나선 행위 또한 언론의 정도는 아니다.


특히 진보성향의 한 일간지 기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조계종을 향해 독설을 퍼붓는 이들의 말에 기대, 조계종 수장인 총무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연등회에 참석한 총무원장을 향해 “연등을 들고 태연자약하게 행진했다”고 비아냥거렸다. 비판을 넘어선 모욕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조계사 인근 불교용품점 2곳을 둘러본 뒤 올해 불교계의 봉축 매출이 예년의 30%에 불과하다는 분석 기사도 허탈감을 자아낸다. 타심통(他心通)을 넘어 신기(神技)마저 감지된다. 기사 틈틈이 특종임을 강조하는 모습 속에서 불교에 대한 애정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시련을 통해서 지혜는 성장한다. 아픔을 통해 불자들도 언론의 옥석(玉石)을 가리는 이해가 높아졌을 것이다.


조계종은 최근 원로 스님과 총무원장, 교구본사 스님들을 중심으로 쇄신위원회를 꾸리고, 구체적인 개혁 내용을 내놓았다. 위기가 곧 기회이듯이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스님들은 수행에 전념하고 재가자들이 운영을 전담하는 사부대중 공의제가 바람직 할 것이다.


▲김형규 부장
“아, 불자여! 그대의 한 그릇 밥과 한 벌 옷이 곧 농부의 피와 직녀의 땀 아님이 없거늘, 도의 눈을 밝히지 못하면 어떻게 삭여낼 것인가.” ‘전등록’의 가르침이다. 이제 출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 때다. 의지할 맑은 가르침이 있으니 그것이 희망이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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