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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티베트 천장사(天葬師)의 하루-상

매일 망자 육신 해부하며 수행 방편으로 삼아

 

▲티베트의 천장사는 해당사원의 활불이 지정해주며 매달 사원으로부터 월급을 받는다. 이외에도 현장에서 유가족들의 보시와 음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

 

 

내가 사는 이곳은 히말라야 서쪽, 해발 5000m 상공의 티베트자치구다. 바람(風)과 설산(雪山), 건조한 공기, 적막함으로 뒤덮인 것도 모자라 외부세계와 고립된 환경 속에서 나는 30년째 살고 있다. 속인들이 ‘하늘사원’으로 부르는 이 사원에서 나는 수행을 하고 있는 라마승이며 인간의 시체를 해부하는 천장사(天葬師), ‘돕덴’(東丹, Dromden)이다.


며칠 전, 양초와 ‘금강정경’(金剛頂經)을 구하러 라싸에 갔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라싸에 거주하는 친구 ‘닝마’를 만났다. 그는 라싸의 인력거꾼인데 요새 돈 벌이가 좋다. 외국 관광객들 때문일 것이다. 닝마는 저녁을 먹고 라싸에 ‘클럽’이 새로 생겼다며 나를 강제로 끌고 갔다. 강제라고 하지만 내심 나도 궁금해서 마지 못하는 척만 했을 뿐이지 그를 좇는 발걸음은 경쾌했다. 그런데 안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놀라 기절할 뻔 했다. 젊은 친구들이 옷을 반쯤 벗어던지고 알 수 없는 음악과 휘황찬란한 불빛에 몸을 흔들어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생애 이런 광경은 처음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니 머리가 노랗고 코가 뾰족한 인간도 보였는데 아마도 말로만 듣던 서양인 인가 보다. 현란한 네온사인과 음악에 맞추어 몸을 사정없이 흔들어 대고 있는데 인간들. 이곳은 지옥이다. 다음번에는 더 재미있는 곳을 데려가겠다는 친구의 말을 뒤로하고 허겁지겁 사원으로 돌아왔다.


하늘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하늘사원! 10살 무렵 이 사원에 처음 왔을 때 내가 놀란 것은 외부세계와 봉쇄된 이 사원의 지리적 공간적 삭막함이 아니었다. 당시 어린나이에도 놀란 것은 어떻게 이렇게 높은 곳에 이런 사원을 지었을까? 또 이렇게 많은 법당과 경전, 불상들을 어떻게 갖다 놓았을까? 그리고 이곳에서 고집스럽게 수행하는 출가자들은 무엇인가?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을까? 하는 원시적인 의문이었다. 그때는 그것이 정말 궁금했고 불가사의했다. 그리고 대략 10년이 지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이곳은 육신보다는 영적인 세계를, 밖의 세상보다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소중히 여기는 구도자들의 집단성지(聖地)라는 것을.


천공의 사원, 이것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고 사다리만 놓으면 하늘도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곳, 하늘과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고 해서 티베트불교 신자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지금 이 하늘사원에는 500명의 라마승과 4분의 켄보(堪布, mkhan-po) 그리고 2명의 활불(活佛)이 계신다. 이들은 모두 스스로가 고립된 삶을 자처했고 세상과 격리되어 살아가는 철저한 구도자들이며 티베트인들의 영적인 스승이다. 500여명의 라마승 중에 나도 있다. 나의 이름은 ‘꽁가갸쵸’. 나는 이곳에서 30년째 수행하는 라마승이며 10년째 천장사의 일을 하고 있다. 천장사란 죽은 시체를 해부해서 영혼을 천국으로 보내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다. 나에게는 이 일은 수행이자 공부다. 나는 거의 매일 이곳에서 인간의 시체를 해부하는데 외부인들은 그런 나를 꺼려하고 무서워한다. 내가 사람을 죽인 살인자도 아니고 오히려 모든 이들이 꺼려하는 시체를 열심히 해부해서 장례의식을 주관해주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인간이라면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텐데 말이다. 암튼 나는 여기서 거의 매일 인간의 시체를 자르고 다지며 산다. 세상에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백교, 스승·제자간 구술전승 중시

 

티베트불교의 4대 종파는 닝마·사캬·카규·겔룩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들 종파 모두 ‘대승’의 가르침인 이타심을 바탕을 둔다. 내가 속해 있는 백교는 스승과 제자간의 내밀한 구술전통을 중요시하는데 11세기에 비로소 티베트 전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12개 분파로 나누어졌는데 종주인 ‘밀라레파’(米拉日巴 1040~1123)는 티베트의 위대한 정신적 스승중의 한분이다. 지금 내가 수행하는 하늘사원은 백교(白敎)의 대표적 사원이다. 백교는 티베트불교 중에서 분파가 가장 복잡한 계보를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백교의 라마승들은 흰색의 모자를 쓰고 있어서 일반인들에게 그렇게 불린다. 이곳의 현재 린포체(=활불)는 소남갸쵸(1931~현재)다. 그분은 우리들에게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고 있는 분이다. 나도 이곳에 출가한 이래 딱 한 번 봤을 뿐이다. 그분과는 눈을 마주칠 수도 없고 어깨를 그분보다 높일 수도 없다. 지금은 사원 북쪽의 토굴 속에서 42년째 수행 중이고 이 사원에 출가한 이후로 한 번도 저 아래 속세의 땅을 밟지 않았다고 한다. 위대하고도 존귀한 살아있는 신(神)이다.


900년 동안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 하늘사원은 최근 외부세계에 노출되고 알려지게 되었다. 이유는 두 가지가 유명해서이다. 첫째는 여기서 수행하고 있는 살아있는 부처, 활불(=소남갸초)의 존재감 때문이고 두 번째는 천장(天葬)의식이 천 년의 세월동안 전통적인 방식으로 세습되고 있고 원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전국 각지로부터 심지어 외국에서도 시신이 올라왔다. 부패를 염려한 시신은 손톱과 머리카락만 흰 보자기에 정성스레 싸여져 보내져 왔다. 이 하늘사원에 올라온 시신은 모두 영혼을 천국으로 보내려는 유가족들의 바람으로 온 것이다. 멀쩡한 시신부터 팔과 다리가 없는, 심지어 머리가 깨져서 올라온 시신들도 있다. 나는 이 모든 시신을 받아들이고 환영한다. 여기서는 이런 나를 특별히 ‘조장사’(鳥葬師) 혹은 ‘천장사’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천장사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다음의 조건과 능력이 필요하다. 우선 기본적으로 사원에서 수행하는 라마승이어야 한다. 더불어 티베트 의학에 대한 상식이 있어야 한다. 티베트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의학책 사부의전(四部醫典)과 해부 지침서인 지자자해(持者自解)를 부지런히 숙지해야 한다. 지자자해는 본교의 경전인데 시체를 크게 분류하는 방법이 기록돼 있다. 만약 망자가 정사(靜死=노환이나 병사)일 경우에는 시체에다 13개의 十字 표시를 해둔다. 망자가 흉사(피살)일 경우에는 시체에다 12군데 교차로 표시를 해둔다. 망자가 역사(逆死=정신병)인 경우에는 시체에다 종횡선을 긋는다. 이러한 행위는 망자들의 전생의 신분과 죽음의 사유를 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재물에 욕심내서는 안 되고(不能貪財), 해부를 더럽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체를 인간으로 인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어려운 주문이다. 막상 시체를 까발리고 나면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궁금하고 객사인지 자연사인지가 일차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천장사는 사원의 활불이 임명

 

천장사는 사원의 활불이 임명해주어야 한다. 나는 사원의 켄보(밀교의 스승)로 부터 천장사를 제안 받았지만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 이유는 온전히 수행에만 정진하려 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내가 거절한 이유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첫째로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늘어지고 부패된 시체의 역겨움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세 번째는 개인적으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결국 이일을 받아들인 이유는 신(神)의 계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사원의 활불, 소남갸초가 직접 나를 불러 지정해주셨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었다. 나는 그분을 숭상하고 존경한다. 그는 살아있는 영적 스승이다. 천장의식이 없는 날은, (그런 날은 거의 없지만) 이곳의 다른 수행자들과 다름없이 생활한다, 법문 듣고 명상하고 공부하고. 그러다 시신이 들어오면 지체 없이 해부사의 자세로 들어가야 한다. 사실 거의 매일 계속되는 시체의 해부는 고된 육체적 노동이다. 그러나 나는 인간의 육신을 해부한다는 일이 단순한 노동의 개념을 떠나서 오체투지(五體投地)에 해당하는 육신의 보시(布施)를 나도 하고 있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이 해부작업은 내가 물질을 바라고 해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 수양의 한 방편(方便)이며 또 다른 공부의 길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나의 특별한 하루를 소개하고자 한다. 

 

심혁주 교수 tibet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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