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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경전론-하

불경은 인간 붓다의 깨달은 말씀
구원 아닌 고통 극복이 근본목적

 

기독교 성서와 비교해 불교 경전은 그 분량 면에 있어서 월등히 많다. 흔히 불경을 팔만사천경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만큼 불경의 종류와 부피가 많기 때문이다. 불교의 경전은 크게 경과 율, 론으로 나뉜다. 경은 부처님의 말씀이고 율은 부처님의 제자들이 지켜야 할 도덕규범이며 론은 부처님의 말씀에 대한 이론이다. 불교에서 이를 삼장이라고 하는데 장이라는 말은 창고라는 의미로 부처님 말씀이 창고처럼 크다는 데서 나온 표현이다.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불경 또한 단시일 내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된다. 부처님이 입멸한 후부터 기원 후 9세기에 걸쳐 수많은 경전들이 만들어지는데 그 일에 참여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또 그 수효가 몇이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다보니 불교 경전 중에는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이 기록된 경전이 있는가 하면 후대에 부처님의 진리를 깨달은 선각자들에 의해 지어진 경전도 있다. 불경을 기독교와 대비해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불경은 영감과 계시의 말씀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증명된 인간의 말씀이다. 불교는 지혜의 종교로 외부의 어떠한 계시나 감응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불경의 첫머리마다 나오는 여시아문(如是我聞)이라는 글귀는 그 경이 신의 말씀이 아닌 석가모니라는 한 인간의 말씀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부처님 당시 인도 정통 브라만교의 소의 경전인 베다성전은 인간의 인식범위를 초월한 하늘의 계시 서였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를 비판하고 스스로 진리를 깨달은 부처가 되어 인간들에게 그 세계를 펼쳐 보였다.

 

불교는 인간들에게 주어지는 계시 현상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계시가 어떠한 것이든 인간의 무지에서 나타나는 환상이며 기만으로 본다. 둘째 불경은 우주와 인간의 기원이나 역사 그리고 미래를 다루는 말씀이 아니라 인간의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책이다. 물론 기독교 경전 역시 인간을 구원시키는 목적으로 쓰여 졌다고 하지만 그 근저에는 인간의 구원이 인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창조주 자신을 위한 목적으로 구원이 설해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기독교에서는 인간이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이 펼쳐 놓은 인간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불교는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에 의한 역사나 섭리를 알고 이를 신뢰하는 것에 있지 않고 인간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스스로 깨닫는데 있다. 그러다 보니 불경은 인간의 실존을 주제로 삼고, 인간 자체에서 어떻게 괴로움이 발생하며 그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셋째 불경은 사건을 중심으로 교리가 설해지는 것이 아니라 법을 중심으로 교리가 설해지고 있다. 기독교 성서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사건의 연속이다. 창조와 약속, 배신, 타락, 복수, 징벌 등 온갖 사건 속에서 기독교 성서는 인간이 겪는 절망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불교는 특정한 사건을 중심으로 진리를 설명하지 않는다. 불교 경전 속에는 별 사건도 없을 뿐만 아니라 혹 어떤 사건이 일어나긴 해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경전 특히 대승경전들을 살펴보면 그것이 쉽게 확인된다.

 

▲이제열 법사
‘금강경’에 무슨 사건이 있으며, ‘반야심경’에 무슨 사건이 있는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진리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냥 고요히 스승과 제자의 문답만으로 경전이 채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형태로 경전이 구성되어 있는 것일까? 바로 기독교는 세상의 사건을 통해 신의 진리가 구현 된다고 보기 때문이며 불교는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 모두 중생 업에 따른 것으로 결국에는 벗어나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두 종교는 이렇게 경전의 성격도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이제열 법림법회 법사 yooma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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