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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티베트 자연환경-상

권위 원천이자 제도·인식 형성의 동력

자연·종교는 티베트 두 기둥
삶 붙잡아 주는 정신적 멘토


지형·생존 환경 가혹해도
‘도전과 응전’ 속 변화 발전
생사관·상장의식에도 영향

 

 

▲필자는 라싸에서 짱무로 가기 전에 일명 ‘하늘호수’라고 불리는 ‘남쵸호수’를 들렸다. 이 호수는 해발 4718m, 길이 70km, 폭 30km, 수심 약 35m의 방대한 견적을 가지고 있다. 티베트인들이 가장 신성한 호수로 여기고 있는 성수(聖水)인데 가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외의 대상이다. 이미지 출처: 수미여행사

 


어느 해 8월의 여름, 라싸로 기억된다. 개인 일정으로 네팔 근처 짱무(樟木, ZhangMu)까지 여행을 갔다가 다시 라싸로 돌아와서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늘어진 몸과 정신을 휴식하고 있었다. 좀 더 깨끗한, 좀 더 시원한 여관 혹은 호텔에서 쉬고 싶었으나 티베트 라싸는 이맘때쯤이면 뉴욕이나 파리와 다를 바가 없다. 전 세계에서 여행 좀 한다고 폼(?)잡는 이방인들이 불나방처럼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럴 때 이런(한 방에 침대가 8~10개 정도 나란히 간격을 두고 있고 선풍기 한 대 없는)방이라도 잡은 게 다행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모기와 파리집단이 내 코와 머리위로 신나게 돌아다녀 내 신경이 완전히 곤두섰을 때, 어떤 아주머니와 그의 아들로 보이는 친구가 천천히 들어오더니 내 옆의 침대에 ‘턱’ 않았다. 한국인임을 직감하고 반가운 기색을 떨며 물어보니 60대의 엄마와 그 아들이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엄마는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히말라야’라고 쓰여 있는 물병을 꺼내 벌컥 들이키며 나에게 말씀하셨다.


“글쎄 이 녀석이, 내 아들인데 너무도 말을 안 듣고 줄창 속을 썩여 마지막으로 이 곳, 티베트를 오게 됐네요. 둘이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여행인데 어디를 돌아보면 좋겠어요? 소개 좀 해주세요.”


마지막 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아들의 행색(머리 색깔과 옷차림새, 결정적으로 앉아있는 자세)을 순간 훔쳐보고는 이 엄마가 왜 저리 얼굴이 벌겋게 상기돼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서슴없이 나는 10일간 돌아본 ‘라싸~짱무’로드를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될 것 같지 않은 약속도 해버렸다. 10일후에 여기서 다시 보기로 한 것이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이야기 한 것일까? 그들 모자가 무엇을 보길 원했을까? 길 위에서 무엇을 느끼고 대화하길 원했을까?


누구의 말처럼 우리(인간)의 일상은 성인이 되어서도 목을 가눌 수 없는 갓난아기와도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탄탄한 직장에서 월급을 받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아내의 따뜻한 시선을 받으며 아이들에게 고기를 챙겨주는 남자도, 한손에는 명품 장지갑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악어껍질로 도배한 새로 나온 부츠를 신고 우아하게 걸어가는 여자도 내면적으로는 자고 있는 아기와 같다는 것이다. 자고 있는 아기는 평온히 아무런 고민 없이 자는 듯 보이지만 언제나 돌연사의 위험을 안고 있는 아기일 뿐이다. 혹여나 제멋대로 두었다가는 목이 꺾이거나 침대에서 굴러 다리가 부러지거나 얼굴을 이불에 처박고 숨을 쉴 수 없는 방심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니 계속 돌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육체적으로 성숙한 인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지켜보지 않으면 아침에 양치질을 하다가도,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다가도, 평범히 걸어가다가도, 영화를 보다가도 위험한 지경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인간을 인간이 지켜야 하고 돌봐야 하지만 무심한 자연이 돌보기도 하고 치유도 할 수 있다면 믿을까? 티베트에서는 이런 비이성적인 현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티베트의 지형, 생존환경은 인간이 살아가기에 매우 가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외관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 티베트에서 자연은 인간을 괴롭히는 환경적 요인일까? 즉 기후, 질병, 부족한 산림과 비, 건조한 기온들은 티베트인들에게 무해한 것일까? 오늘날 티베트의 문화유산과 지적정신을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자연환경이고 두 번째가 종교다. 특히 티베트 자연환경의 특수성은 티베트인들로 하여금 어떤 방식의 삶을 영위하게 하면서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가, 그리고 그러한 적응의 결과가 어떤 문화적 독자성을 확보해 주는가하는 문제에 결정적 영향을 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특히 티베트의 상장례(喪葬禮)의식은 이 두 가지 요소와 매우 긴밀한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티베트를 내면적으로 이해하려 할 때, 먼저 진진하게 살펴보아야할 것이 자연과 종교다. 이 두 가지 뿌리가 티베트인들을 만들었으며 그들의 제도와 문화를 구축했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삶이 제멋대로 돌아가지 않게 붙잡아주는 정신적 멘토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 이미지 출처: 수미여행사

 


티베트에서 자연은 권위의 원천이자 종종 포괄적인 역사적 판단이 내려지던 대상이었다. 따라서 티베트인들에게 그들 둘러싼 환경은 제도와 문화 심지어 티베트인들의 심미적 인식마저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었다.


한 국가 또는 민족의 사상과 문화는 주어진 자연환경에 인간이 대응하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산된 적절한 삶의 양식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한 인간 혹은 민족의 사유체계는 자연환경에만 한정하여 상호연관성을 가지는 것일까? 어찌 보면 사상과 가치관은 외부의 객관적 요소와 내부의 주관적 요소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의 관계 속에서 변화하는 가운데, 가변적 유기체로 살아 움직이는 것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상과 문화의 생성과 전승과정에는 자연환경 외에도 수많은 변수들이 상호관계를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티베트에서 자연환경이 으뜸으로 중요한 이유는 티베트인들의 사유체계, 즉 생사관(生死觀) 형성과 그를 바탕으로 한 상장(喪葬)의식의 구축에 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조건 외에도 다른 내외적 환경조건이 거론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흔히 인간 정신영역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으로 기후조건이나 거주환경 등을 망라하는 생존환경의 ‘물리적 환경’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생물은 거주환경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들과도 관계를 맺으면서 살고 진화하기 때문에 ‘생물적 환경’또한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생물적 환경은 물리적 환경과 달라서 그 자체가 진화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엄격하게 보자면 티베트사회와 생사관에 영향을 미친 환경적 요소와 외부적요소는 다음과 같은 주객관적 조건들이라 할 수 있다. 첫 번째가 생존환경과 공간이고, 두 번째가 지리적 조건, 세 번째가 종교다. 이 외에도 티베트의 환경에서 극복할 수 없는 천연적 생태적 요소들 예를 들어, 성장속도, 번식의 문제, 사회적 구조들을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이것들은 주변부에 속한다.  


심혁주 교수 tibet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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