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스님과의 추억
혜민 스님과의 추억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3.02.18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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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 첫 만남…본지에 데뷔 글
책과 SNS로 대중과 끝없이 소통
2월 15일, 스님 책 200만권 돌파
새로운 대승의 길 고민하는 계기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2월15일 판매 부수 200만부를 돌파했다. 출간 13개월만이다. 비소설 단행본 중에서는 최단기간 200만부 돌파라고 한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비롯해 불교 관련 서적이 오랫동안 대중들의 관심을 끌긴했지만 이처럼 단기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은 혜민 스님의 책이 아마도 처음일 것이다.
“좀 힘들어도 괜찮아. 좀 아파도 괜찮아. 마음속으로 속삭이며 내 안의 상처를 거부하지 말고 자애의 눈길로 보듬어 주세요.” “용서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이해입니다. 그 사람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이해가 되면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용서의 가능성이 생깁니다.”


스님의 글은 단순하면서도 잔잔하다. 훈계나 가르침이 아니라 공감과 이해, 위로가 담겨 있다. 힘들고 상처받은 청춘들을 포근히 감싸는 따스함이 있다. 스님이 트위터에 올렸던 100자 남짓의 짧은 문장들을 글로 옮긴 까닭에 쉽게 읽히지만 오히려 울림은 크다.


스님은 책 출간 이전에 이미 유명세를 탔다. 일단 스펙이 화려하다. 미국 UC버클리대학, 하버드대학, 프린스턴대학을 차례로 거쳤고 현재는 미국 햄프셔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무엇보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영화배우 부럽지 않은 외모로 각광을 받고 있다. 여기에 신세대 스님답게 SNS를 통한 대중과의 소통에도 뛰어나다. 그래서 붙은 수식어가 ‘트위터 스타’ 현재 팔로워만 32만 명이다. 대중들이 열광할 만한 조건들을 이렇게 골고루 갖추기도 힘들 것이다.


그러나 스님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은 스펙이나 인물 때문만은 아니다. 대중을 향한 끊임없는 자애로움 때문이다. 스님의 글에는 사람을 향한 따사로움이 있다. 그러면서도 한없이 겸손하고 맑다. 이런 스님의 글에서 대중들은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끊임없이 대중들과 아픔을 함께 하며 이를 불교적 삶으로 승화시킨다. 자신이 아픈 것보다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아프다면서도 스님은 그 아픔에 동참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대중들이 혜민 스님을 ‘국민 멘토’ ‘힐링 법사’라 부르는 것도 이런 진심, 진정, 눈물이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자찬 같지만 혜민 스님은 법보신문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2003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취재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뉴욕의 한 식당에서 만난 스님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미국에서 20대의 화려한 스펙의 젊은 스님을 만난 것도 이채로웠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 들어주는 모습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런 인연으로 스님은 법보신문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스님의 첫 데뷔 글이었다. 미국 생활의 단상들을 전하는 따스하고 잔잔한 수필이었다.


이제는 한국 사회의 ‘키워드’가 된 혜민 스님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혜민 스님은 기복적이고 낡은 종교라는 불교의 기존 이미지를 단번에 바꿔놓았다. 스님은 대중의 언어를 사용하고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 거대한 절을 짓거나 고원한 불교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음에도 반향은 더욱 크다. 가끔 악플이 비수처럼 꽂힐 때도 있지만 스님은 이해하고 견디는 것 또한 수행이라고 말한다.

 

▲김형규 부장

혜민 스님의 족적이 21세기 새로운 대승의 길이 아닌지, 한 번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김형규 kimh@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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