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방재시스템 구축 사업의 딜레마
사찰 방재시스템 구축 사업의 딜레마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3.03.11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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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도난예방 교계 숙원 불구
2500억 사업 시작단계서 잡음
불편해도 정부에서 집행해야
투명성 확보·법적 제재 가능

 

돈이 문제다. 돈이 있는 곳에 항상 잡음이 인다. 사람이 돈을 써야지 돈에 사람이 휘둘리면 위험하다. 사단이 일어나기 쉽다. 최근 조계종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통사찰 방재예측시스템 구축사업을 둘러싼 잡음은 이런 돈의 부정적인 속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조계종은 지난해부터 향후 10년간 938개 전통사찰을 대상으로 방재사업을 진행한다. 예산은 약 2500억원. 국비와 지방비, 자부담으로 마련된다. 화재와 성보도난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방재사업은 과거에도 수차례 진행했다. 그러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사찰들이 개별적으로 추진하다보니 기술력 부족으로 화재와 도난을 막을 수 없었고 업체마저 영세해 자주 부도가 났다. 사업의 연속성이 끊기고 사후관리가 되지 않는다.


조계종은 이번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공모를 통해 기술력 있는 업체를 선정, 인증을 주고 방재사업을 종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방재사업에 해당되는 사찰 모두 수준 높은 방재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후 점검 등 종단의 통합적인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단에서 정부 예산을 집행하다보니 작은 잡음들이 일고 있다. 몇몇 사찰에서 종단의 인증업체를 무시하고 사적으로 기술력이 떨어지는 업체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한 종회의원은 인증업체를 배제하고 자기지역의 업체를 다른 지역 사찰에 알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버젓이 조계종 방재사업 자문위원까지 맡고 있다. 다행히 종단의 강력한 대처로 해당 사찰들이 시정을 약속하고 잘못된 부분은 자비를 부담해서라도 인증요건을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방치됐으면 종단의 대외적 신뢰도는 물론 전통사찰의 효과적 방재사업에도 커다란 구멍이 났을 것이다. 사찰들이 우후죽순처럼 인증을 받지 못한 사설업체에 사업을 맡겼을 경우 종단이 감당할 수 없는 불행한 결과가 초래됐을 것이다.


이번 방재사업을 둘러싼 잡음들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일단 정부 예산으로 시행하는 사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종단이 직접 예산을 받아 집행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전통사찰의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은 당연히 정부의 몫이다. 전통사찰은 국가문화재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나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예산 집행은 정부에 맡기고 종단이 감시와 감사기능을 갖는 것이 차라리 낫다. 특히 정부에서 집행해야 할 공공예산을 종단이 대신 집행하다보면 자칫 불교계에 수혜를 준 것으로 오해를 불러 올 수 있다. 무엇보다 불교 관련 예산에 대해서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기독교의 몽니를 생각한다면 신중해야 한다. 사찰의 문화재보수비를 정부와 지자체에서 집행하다보니 과거와 같은  재정사고나 잡음이 거의 사라졌음을 주목해야 한다.

 

▲김형규 부장

조계종의 사찰방재시스템 구축사업에는 앞으로 적지 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종령을 어기면서까지 사설업체를 알선하고도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을 정도로 종단과 총무원의 권위와 법질서는 취약하다.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은 너무나 높다. 돈은 위험하다. 특히 정부의 돈은 더욱 위험하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예산의 집행을 정부에 맡기는 게 좋을 것이다. 그래야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또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일탈행위자들에 대해서도 사회법에 의한 단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형규 kimh@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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