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가자답게 입적할 권리부터 보장해야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3.06.25 10:24
  • 댓글 0

조계종 스님 중에서 70% 정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입적하는지 조차 모른채 세연을 마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원인이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하다. 삼보정재가 넉넉한 곳보다, 돈 없고 사람 없는 외진 사찰의 소임을 맡거나 수행에만 매진하다가 늙고 병든 몸을 의탁할 곳 없는 스님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란다.


결국 일평생 부처님 제자로 수행에 매진하여 인천의 사표가 됐을지라도, 병마와 죽음 앞에선 그저 무기력한 걸인과 같은 신세가 되고 만다는 말이니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을 수 없다. “병들고 늙어 의탁할 절도 도반도 없는 스님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 제주도 가는 밤배를 타는 것”이라고 했던 어느 비구니 스님의 눈물어린 호소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제주도 가는 밤배에 몸을 실은 스님이 바다에 몸을 던져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는 이 말은 조계종단의 복지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2011년 3월 스님들의 안정적 노후생활을 위해 의료비 제공 등을 포함한 승려복지법을 제정했으니 이러한 현실에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의료비를 지원 받은 스님이 겨우 12명에 그치는 점은 제도의 실효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반증과도 같으니, 차제에 제도 정착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보여야 마땅할 것이다. 그리고 승려복지의 종착역이 출가자답게 입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비하는 것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터다. 이것이 곧 승단의 안정성을 공고히 함으로써 불교발전으로 이어지게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수행풍토 정착의 지름길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평생 출가수행자로 본분을 지켜온 스님이 죽음에 이르러 제주도 가는 밤배를 타는 비극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