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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범종의 용-음통 달린 이유

기자명 법보신문

종 위에 앉은 용 포뢰 상징

“음관은 만파식적 형상화” 황수영 박사 주장






우리 범종의 특색은 용과 함께 음관이 조각돼 있다는 점이다.

우리 범종의 꼭대기에는 어느 종이라 할 것 없이 용 모양의 고리가 달려 있다. 무거운 종을 용이 물어 들어올리고 있는 형상인데 사실적이면서도 긴박감이 넘쳐 우리 종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종 꼭대기에 용이 올라앉아 있는 모습이 꼭 우리 종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같은 대승불교권인 중국과 일본의 종들에도 공통적으로 용이 종걸이 형식으로 조각돼 있다.

대체 종과 상상의 동물인 용이 무슨 관계가 있기에 종의 고리에 용을 조각해 쓴 것일까? 중국 문헌인『오잡조(五雜俎)』와 『잠확류서(潛確類書)』『진수선(眞珠船)』 등에 따르면 용에게는 다양한 특성과 능력을 가진 아홉 마리의 아들(九龍子)이 있었다고 한다.

그 중 하나인 포뢰(蒲牢)는 울기를 좋아하였고, 목소리도 우렁찼다. 지옥중생에게까지 부처님의 범음인 종소리를 전달하고자 했던 당시 사람들로서는 포뢰의 목소리처럼 크고 우렁찬 종소리를 갖기를 염원했던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종 꼭대기에 용을 조각하게 된 것이다. 또 바닷가에 살던 포뢰는 고래를 특히 무서워했다. 지금은 통 막대기에 불과한 종을 치는 막대기(撞木)를 예전엔 고래 모양으로 깎아 사용했으며, 고래 경(鯨)자를 넣은 경종(鯨鐘)·화경(華鯨) 등을 종의 다른 이름으로 사용한 것도 포뢰로 상징되는 종이 더 크게 울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우리 종은 중국이나 일본의 종과는 상당히 용의 모양을 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종이 그저 용만을 조각해 놓는데 반해 우리 종은 대부분의 용이 허리에 대막대기 형상의 음통을 하나씩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종’이라는 대표학명을 얻게 된 이런 형태는 시대가 올라 갈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왜 우리 종에만 이런 독특한 모양이 있는 것일까? 아쉽게도 이에 대한 해답은 학자들간에 의견이 분분해 아직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두 가지 학설이 가장 크게 회자되고 있는데 중국 고대 악기인 ‘용종 모방설’과 신라의 신비스런 악기였던 ‘만파식적(萬波息笛) 형상화설’이 그것이다.

용종 모방설에서 용종은 고대 주나라시대 제작되어 성행하다가 말기에 사라진 악기로 종의 음관과 같은 손잡이에 짐승 머리 모양의 고리가 달려있고, 몸체에는 종의 유두와 같이 매(枚)라 불리는 돌기가 솟아 있다. 따라서 우리 종은 바로 중국 ‘용종’의 모양을 토대로 독창적인 우리 종의 특성을 만들어 갔다는 설명이다.

또 ‘만파식적 형상화설’에서 만파식적은 신라 신문왕 때 동해용이 왕에게 건네준 대나무로 만든 피리로 『삼국유사』에 따르면 왕이 이 피리를 불자 적이 물러나고, 가뭄에 비가 내리고, 파도가 잠잠해졌다고 한다. ‘만파식적 형상화설’은 동국대 황수영 박사에 의해 제기됐는데 황 박사에 따르면 음관은 동해용이 신비의 악기인 만파식적을 등에 짊어지고 바다에서 막 솟아 올라오고 있는 모양을 형상화 것으로 우리 나라 종에만 음관이 남아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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