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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易地思之)가 아쉽다

기자명 이학종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요즘처럼 이웃 종교인 개신교 신자들이 안쓰럽게 느껴진 적은 없습니다. 그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울산지역을 비롯해 일부 신자들의 편협한 행동을 보면서 측은한 마음까지 느껴지는 것이지요. 기독교의 정신은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을 정도로 한없이 넓은 마음을 갖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쩌다 그렇게 자기중심적이고 독선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잘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김태호 의원이 의정활동을 통해 군내 종교편향 사례를 지적하며 시정을 촉구한 것은 이미 본지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 소식이 기독교계까지 전해졌는지, 김 의원의 지역구인 울산지역 기독교인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는 소식입니다. 김 의원의 활동을 ‘반 기독교적 의정활동’이라며 사과를 요구하고, 불응할 시엔 낙선 운동은 물론, 4월 15일 부활절 행사에서 규탄대회를 열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땐 서글픈 마음마저 금할 수 없었습니다. 어쩌다가 우리 민족이 남북 분단과 영호남의 반목도 모자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서로를 미워하게 되었는지 눈앞이 캄캄할 뿐입니다. 사랑과 자비를 제일 덕목으로 하는 종교인들이라면 먼저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자세를 보여야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울산기독교연합회 명의의 ‘반 기독교적인 의정활동을 하는 울산 중구 김태호 의원’이란 문건은 독선이 초래한 미움이 어떤 양태로 나타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문건은 “김 의원(불교계)이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함으로써 기독교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선교활동을 위축시키며, 기독교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사적 견제를 통해 군내 지휘관 및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 이미 명명백백하게 전말이 밝혀진 육군17사단 훼불사건과, 특수전학교 사태까지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고 정치적인 논리로 해결됐다”며 “기독교 차원의 정치적 대응 필요성”까지 역설하고 있지요. 그들은 “김 의원이 공식사과를 거절할 시에 전국 기독교인들에게 진상을 전파하고 지역구내 낙선운동을 벌인다”는 세부 대응전략까지 밝혀놓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앞으로 신도수가 많지 않은 종교를 믿는 정치인들은 살 길이 없어질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아전인수적 독선에 불과합니다. ‘독선’으로 단정하는 이유도 명백합니다. 군 선도책자의 경우 편집위원 10인 전원이 군목사로 구성돼 있고, 기독교 선도책자를 보는 듯했다는 것은 국방부도 인정한 것입니다. 불상을 파괴해 마대자루에 담아 버린 경악스런 사건이었던 육군 17사단 훼불과 법당 앞에 인분을 뿌려 법회를 방해하는 등 갖은 탄압이 자행됐던 특수전학교 사건이 정치적으로 해결돼, 마치 개신교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표현한 대목에서는 이르러서는 차라리 말문이 막힙니다.

불교인들은 광신적인 개신교인들의 사찰 방화나 불상훼손과 같은 끔찍한 훼불사건을 수도 없이 당하면서도 묵묵히 참아왔습니다. 군내에서의 갖가지 종교편향사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지사지, 개신교계는 이 말을 깊이 되새기길 바랍니다.



편집부장 이학종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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